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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코끼리 -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이유
케빈 심러.로빈 핸슨 지음, 이주현 옮김 / 데이원 / 2023년 1월
평점 :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40대 남자이다. 특히 첩보 액션을 좋아하고, 최근에는 반전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반전은 대부분 착한 사람이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범인이거나 살인자로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예전에 유명했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이런 영화 편력이 말이다.
역대급 반전, 소름끼치는 반전이라 불리는 이런 전개는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아마도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인간의 다른 면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직장에서는 능력 있고 온화한 남자가 집에만 오면 가족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서슴치않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이런 것을 '뇌 속 코끼리'로 정의한다. 뇌 속 코끼리는 쉽게 말해 '이기적인 동기'를 말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이기적인 동기는 실제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런 행동을 하는 스스로도 잘 알아채기 힘들다고 한다. 인간의 동기는 무의식에 내재되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란 자기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는 다른 사람을 잘 속이기 위해서 우리의 뇌가 자기 자신에게조차 진실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속이는 탐탁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경우가 줄어드는 것이다.
내가 같이 일하는 직원들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그 사람 빼고는 모두 잘못된 행동임을 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누군가가 그런 행동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을 하기라도 하면 버럭 화부터 낸다. 아마도 본인의 이기적인 동기가 철저하게 스스로에게 감춰져있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뇌가 너무나 잘 속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필자는 인간의 이런 이기적인 동기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에 숨겨져 있음을 밝힘과 동시에 자선단체, 기업, 병원 등 다양한 사회기관들이 본래의 목적 외에도 어떤 숨겨진 동기를 가지고 운영되는지 알려준다. 이들의 폐해를 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숭고한 동기 외에도 숨겨진 다른 의도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책은 2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우리가 동기를 숨기는 이유를 다양한 동기와 연관지어 설명한다. 우리 마음 속에 숨겨진 코끼리를 찾는 연습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코끼리가 숨어 있다. 어떤 사람은 인식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도 많다. 나는 내 마음 속에 어렴풋이 코끼리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내가 한 행동이 정말 순수한 동기 때문에 한 것인지, 나를 위한 이기적인 동기 때문에 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이런 숨겨진 동기가 개인을 벗어나 사회 제도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한다. 인간의 이기적인 동기가 어떻게 기관들을 통해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그렇다고 이런 기관들이 없어져야 한다거나 비판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다. 인간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인간의 동기 중에는 이기적인 동기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내가 나를 속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이타적이면서 동시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이런 이중성을 명확하게 구분하면서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뇌는 스스로 속이는 자기기만을 통해 이타적인 행동을 취하면서 이기적인 동기로부터 오는 이익을 누리는 것이다.
인간은 이타적이면서 이기적인 동물이다. 따라서 인간의 동기를 표현하는 다양한 행동과 기관들 또한 이중적인 동기를 가졌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진 기관도 수익 사업을 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코끼리를 찾아 알아가는 작업이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