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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평점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고은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어딘가를 향해 올라갈 때는 목적지가 있기 때문에 그 한가지 생각으로 가득찬다. 그래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는 것이리라.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내가 볼 수 있는 풍경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관점의 차이에 따라서 내가 보는 것은 달라진다.
관점. 내가 볼 수 있는 것들을 결정하는 기준은 많다.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들은 마치 우리 눈에 쓰고 있는 색안경처럼 세상을 다르게 보여준다. 다른 것을 넘어 세상을 왜곡해서 보여준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버리고, 그냥 평소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눈을 감고 나는 '노란색'만 볼 것이라고 눈을 뜨면 실제로 눈에 처음 보이는 것이 노란색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정확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필터를 통해 보기 때문에 같은 것을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면 서로 다르게 해석되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혼자 걸으면 나 자신과 나눌 수 있는 대화가 많아진다. 주제는 내가 정할 수 있다. 무념무상으로 그냥 풍경만 보고 걸을 수도 있다. 음악만 들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걸을 수도 있다. 혼자 걷기의 묘미는 스스로 나누는 대화에 있다. 나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평소 혼자 걷던 거리조차 다른 사람과 같이 걸으면서 다른 '관찰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혼자 충분히 걸으면서 모든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11명의 관찰 전문가와 걷는 길에서의 느낌은 또 다른 면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의 시각을 통해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우리는 왜 그들과 같은 것들을 볼 수 없는지 생각해보자.
아들, 지질학자, 타이포그라퍼, 일러스트레이터, 곤충 박사,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의사, 시각장애인, 음향 엔지니어, 반려견 등과 함께 걷던 평범한 길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평소 충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했다고 느꼈지만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을 때 세상은 전혀 새로운 것으로 가득찼다.
아들과 나선 길은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고, 시각 장애인과 걷는 길은 오감을 모두 열어 세상을 맞이했다. 타이포그라피의 시선으로 바라본 흔해빠진 간판은 아름다운 미학을 선사했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간판의 글자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심지어는 간판에 적힌 글자가 뒤집어진 것도 몰랐다.
사람들은 세상을 자신이 아는 것의 범위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보게 된다. 항상 비슷한 것들만 보게 되고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필자가 한 것처럼 전혀 다른 사람들과 길을 걸으면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평소에는 발견하지 못한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로 인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