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은 명대사들
정덕현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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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중독성이 있어 끝을 보곤 했다. 물론 지금도 한꺼번에 공개되는 시리즈는 그 자리에서 몰아서 본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삶의 시름을 잊게 되는 것 같다.


40대가 넘어서 드라마를 볼 때는 주옥같은 문구들에 가슴이 울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글귀들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작가들은 저런 문구들을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그리고 나보다 인생 후배인 저 배우들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저런 감정을 어떻게 저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드라마에 집중하면서 또한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책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정덕현 평론가가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느낌이다. 45편의 주옥같은 드라마에서 작가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이야기를 훔쳐보는 야릇한 느낌이 좋다.


드라마 중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도 있고, 최근에 히트한 작품도 있다. 그리고 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작품도 있다. 각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인생 메시지를 읽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사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아무 생각없이 보았던 장면들이 오버랩되면서 그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보게 된다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오겠지?


이번주는 정치 드라마 <돌풍>이 공개되자마자 그 자리에서 12회 전편을 몰아 시청했다. 간만에 긴장감 넘치고, 속도 진행이 빠른 드라마를 보고 푹 빠졌다. 정치적 동지였다가 정적이 된 두 사람의 치열한 머리 싸움과 권력 싸움의 전개가 현실 정치를 너무나 리얼하게 반영하는 것 같아 화가 났지만 재미 있었다.




<돌풍> 전에는 <눈물의 여왕>을 너무 심취해서 보았다. 방송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아련하게 떠올라서 중간중간 톺아보기를 했다. 전체적인 작품성이나 평론가들의 평판은 잘 모르겠으나 배우들의 감정 전달력, 이야기 전개 등이 나를 계속 이끌었다. 재벌가와의 사랑 이야기지만 결코 재벌가에 한정되지 않은 우리 모두의 사랑이면서 인생이 녹아 있었다.


필자는 <눈물의 여왕>에서 "달콤했던 기억들을 유리병에서 사탕 꺼내 먹는 것처럼 하나씩 까먹으면서 힘들고 쓴 시간을 견디는 거지."라는 말을 가져왔다. 나도 이 말이 기억난다. 극중 여주인공이 기억력 소실 때문에 좋은 기억들을 자꾸 잊어가는 시점에 한 대사이다. 그녀는 주식이나 지분을 모으는 것보다 행복한 기억들을 모아 유리병에 채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필자도 태풍이 올라오는 기간에 일본에서 아내와 함께 걸었던 공원에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때는 미친 짓 같기도 했지만 지금은 추억이 되었고, 그 때 나눈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힘든 시간이 올 때 같이 나눌 수 있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둘만의 추억.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부만큼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같이 버틸 수 있는 사이가 또 있을까? 이런 추억이 있다면 서로 얼마나 든든한 위로가 될까?


내가 바라보는 인생의 관점과 다르지만 필자가 제시하는 관점들을 따라가다보면 드라마의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작가의 인생과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그런 연결점을 찾게 된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은 우리들의 노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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