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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우리는 삶과 일에서 생산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적게 들이면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생산성앱이 앱스토어의 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것일지 모른다.
'가짜노동'은 덴마크에서 출간된 책이다. 출간되자마자 시사적인 주제로는 이례적으로 기록적인 속도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심지어 총리가 읽고 널리 추천하면서 덴마크 전역에 가짜 노동을 밝혀내고 폐지하고 금지시키는 특별 팀이 설치되기도 했다. 덴마크 전역에 가짜 노동의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저자들은 가짜 노동에는 관중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관중이 없어지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하루 종일 하던 일을 재평가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우리의 일터에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삶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가짜 노동의 출현과 확산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개인과 조직이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제시한다.
우리가 하는 일을 돌아보면 텅 빈 노동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일, 형식적인 보고서, 성과 없는 조직의 개편의 끝없는 쳇바퀴 등 우리가 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의 업무를 잘 들여다 보자.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일에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심지어 그런 일을 직장에서 집으로 가져와 해결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업무가 사적인 영역을 침투하도록 허락하는 일이 당연시 여기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자들은 이 책이 현대인들의 역린같은 부분을 건드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사실은 가짜 노동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짜 노동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일을 하는지 그리고 왜 계속 일을 많이 해야하는지 노동의 본질과 노동량에 대해 다룬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이 공허하고 쓸모 없는 가짜 노동임을 밝힌다. 그리고 가짜 노동을 부추기는 작장 안에서의 기제를 분석한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우리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라 생각한다. 저자들이 제시한 가짜 노동이라는 개념은 아마 우리가 은연 중에 알고 있지만 함부로 꺼낼 수 없는 금기어일지 모른다. 사실은 여러 조직을 살펴볼 때 저자들이 말하는 가짜 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가짜 노동을 인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존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개인이 해야할 일도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 해야하는 부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만연한 문제를 들어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좋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