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반도체 지정학 - 21세기 지정학 리스크 속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오타 야스히코 지음, 임재덕 옮김, 강유종 감수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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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선도하는 화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내가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는 화두는 반도체와 지정학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다룬 책이 있어 흥미롭게 생각했다.



고도의 기술이 발전한 21세기 이후의 시대에 지정학이 얼마나 중요할까라는 질문에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리의 힘>이라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는 어쩔 수 없이 지정학 측면에서 흥망성쇄가 결정되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앞으로도 이는 더 없이 중요해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사를 살펴보면 시기마다 경제력을 뒷받침하는 산업이 있었다. 과거에는 경공업, 조선업 등이 경제의 주도권을 가졌다면, 지금은 단연코 반도체 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생활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저자는 대한미국을 경제강국으로 이끌어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제정치 게임을 심도있게 다룬다. 반도체 전문가가 아닌 언론인이 집필해서인지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반도체 산업 전반의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반도체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국제 정치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나는 대한민국이 반도체 산업의 최강국이라 생각하고 다른 나라가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틀렸다. 중국이 상당부분 우리나라를 따라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상당부분 기술격차를 줄이기 있지만 파운드리 부분에서는 대만이 아직까지 최강국이다.



한때 일본은 반도체 최강국이었다. 이후 삼성전자의 절치부심으로 일본의 반도체 패권은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나는 그 이후 일본은 반도체 시장에서 완전히 패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틀렸다. 한국이 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지만, 일본은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요한 장비와 재료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다. 즉 반도체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는 지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패권 전쟁이 한창이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분야는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하드웨어 분야에서 파운드리는 대만이, 그 외는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리고 장비와 재료는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세다. 그러나 국제 경쟁 시장에서는 기술 주도권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정치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이 필요하다.



일본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일본과 미국이 무역협상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점을 언급한다. 저자는 일본의 전투기 독자 개발 저지, 소련에 공작기계 수출 위반, 반도체 마찰 등의 사건을 통해 미국의 본심을 읽었다. 일본은 반도체를 비즈니스의 한 분야로 생각했지만 미국은 국가를 지키는 문제로 임했던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싸움은 과거 일본과의 무역 마찰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미국은 자국을 지키기 위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거 일본에게 그랬듯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입장에서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문제인 것이다.



일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국제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견해를 담은 책이지만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존폐와 연관지어 중국과 대결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반도체가 없는 미래는 감히 예상할 수도 없다. 미국과 중국의 불꽃 튀는 대결 속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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