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아니라 몸이다 -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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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를 딴지 20년이 넘은 것 같다. 학원에서 오른쪽으로 몇바퀴, 왼쪽으로 몇바퀴를 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공식대로 운전하지 않는다. 이제는 몸이 알아서 자동으로 반응한다. 좁은 골목길을 갈 때도, 좁은 차 사이에 주차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공식은 필요없다.



자동차만이 아니다. 균형이 중요한 자전거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넘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익숙해지면 이제는 몸이 알아서 균형도 잡고, 심지어는 두 손을 놓고 타기도 한다.



나는 항상 이런 것이 신기했다. 배울 때는 어렵지만 몸으로 익혀 놓으면 시간이 지나도 몸이 기억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마침 이런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책을 찾았다. 뇌고 생각하지 않고도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지식력에 대한 책이다. 저자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방법으로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이런 학습주기를 '감각 운동 과정'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에 반응할 때 뇌와 신체가 함께 작동한다. 그러나 점점 어떤 지시사항 등을 생각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즉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굳이 말로 생각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운전하는 행위는 우리가 뇌와 몸을 사용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자동차 운전은 '체화된 지식'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체화된 지식이란 우리가 배움, 지각 또는 경험을 통해 얻는 능력으로 습득한 지식을 말한다. 지식이 체화되면 우리의 행동의 기준은 뇌가 아니라 몸으로 옮겨간다.



정신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신체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머리에 걱정이 가득하면 신체 상태도 나빠진다. 또한 몸이 많이 아프면 부정적인 감정이 앞선다. 저자는 미소를 지으면 행복해진다는 증거와 두려워서 몸을 떨기보다는 몸을 떨 때 두려움을 느낀다는 증거로 몸의 지식력을 강조한다.



저자는 체화된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몸이 학습하는 5가지 방법을 설명한다.



몸은 몰입과 모방을 통해 지식을 얻는 관찰, 반복된 행위를 통해 습득하는 연습, 익숙하지 못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즉흥성, 타인의 의도, 감정, 느낌 등을 이해하는 공감, 지식을 보유하고 다시 불러낼 수 있는 보유를 통해 학습한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이 기억하는 경험, 본능, 직관을 억제하거나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여전히 컴퓨터로 대표되는 데이터 중심의 신뢰는 중요하지만 체화된 지식은 인간의 우위를 지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 말한다.



우리의 많은 행동이 뇌의 지배를 받는다. 하지만 뇌를 벗어나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반사적인 행동 반응은 뇌 판단을 거칠 수 없는 상황에 효과적이다. 뇌를 거치지 않고 몸에 체화된 지식은 우리의 생존과 본능에 직결된 경우가 많다. 체화된 지식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삶을 보다 수월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몸이 학습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실제 비즈니스, 정치, 그리고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자율주행차량이 뇌의 학습구조는 따라할 수 있지만 인간의 체화된 지식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사례만으로도 우리가 체화된 지식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리라 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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