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이기봉.이태호 지음 / 덕주 / 2022년 4월
평점 :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리고 역사도 좋아한다. 지금은 잘 못하고 있지만 내 맘에는 항상 우리나라 역사 명승지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100대 명산과 사찰을 둘러보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다.
마침 경복궁에서 도산서원까지 퇴계 이황의 마지막 귀향길 육백리에 대한 여행서가 나와서 반가웠다. 내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면에서 결이 맞는 여행지라 생각된다.
저자는 경복궁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 꼬박 9일에 걸쳐 걸었다. 퇴계 이황이 관직을 내려놓고 마지막 귀향을 떠나는 길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다. 조선시대야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오늘날에 걸어서 육백리를 걷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도 마음먹고 걷고 나면 몸과 마음에 남는 게 있을 것 같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봉은사, 팔당역, 칡미나루(양평), 여주보, 부론면사무소, 충주나루, 충청감영, 장회나루, 대강면사무소, 영주초등학교를 거쳐 도산서원까지의 여정이다.
마침 한창 봄인 4월에 나선 길이라 멋진 풍광에 하루에 500컷 이상을 디카에 담았다고 한다. 더불어 낮에 본 풍경을 되새기면서 드로잉도 50여 점이나 완성했다고 하니 여행의 기쁨이 몇 배는 되었을 듯 하다.
중간에 장회나루에서는 배를 타고 구담봉, 옥순봉, 강선대, 제비봉 등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았다. 저자는 거의 모든 일정을 걸었지만 걸어서는 볼 수 없는 강가의 풍경을 위해 장회나루에서 잠시 배를 타고 여행했다. 그 풍경이 오래된 그림과 어울러져 절로 멋이 더해진다.
책 중간에는 글과 함께 이태호 선생의 드로잉, 수묵화 및 수묵담채화가 가득 담겨 있다. 드로잉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풍경사진과 수묵화/수묵담채화를 같이 보는 재미가 넘쳐난다.
이 길은 혼자 걸어도 의미가 있겠지만 가까운 벗이랑 같이 걸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나이 50이 넘기 전에 사랑하는 아내와 걷거나 오랜 벗과 함께 걷고 싶은 길이다.
역사도 느끼고 조선시대와는 다른 세월도 느끼면서 자연의 힘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역사와 여행을 같이하는 의미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퇴계 이황의 깨달음에는 못 미치겠지만 나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