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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포니원 -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
강명한 지음 / 컬쳐앤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죠? 그리고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유산 중의 하나가 활자'라는 말도 있다. 이 책은 나에게 위의 2가지 문장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원 저자인 강명한님은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 많은 기여를 하고,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모델인 포니 생산을 총괄지휘한 명장이다. 이 책은 그의 아들인 강태호님이 1986년에 출간된 아버지의 유작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을 수정을 거쳐 재출간한 책이다.
1973년~1980년까지 현대자동차의 엔진파트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읽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책을 읽는 묘미가 아닐까?
지금의 현대자동차는 포니를 만들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스스로 부품 1개도 만들 수 없었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일본의 도요타는 물론 미국의 GM, 포드, 독일의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업의 초창기 모습을 알아가는 것은 일반 독자로서도 즐겁겠지만 막 창업을 했거나 힘든 창업과정을 견뎌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특히 코로나19로 힘든 많은 사장님들이 읽고 힘을 냈으면 한다.
“이봐, 미스터 강, 당신 엔진 좀 알아?”
1973년 5월 하순 어느 날 오후, 서소문에 있는 배재빌딩 5층에 자리 잡은 현대자동차 사장실에서였다.
현대자동차의 엔진개발과 포니의 개발은 정세영 사장의 호출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총 17만대인 시절에 연간 5만대 생산이 가능한 자동차 공장 건설을 지시한 것이다. 엔진 전문가가 전무하던 시절, 자동차 개발은 맨 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영화 '택시 운전사'에 보면 최초의 국산차인 녹색 포니가 나온다. 아직도 굴러다니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다. 포니는 우리의 기술로 만든 최초의 국산차지만 엔진은 일본 미쓰비시 회사의 엔진을 사용했다. 즉 핵심인 엔진을 뺀 국산차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엔진개발과 관련된 애로사항, 다양한 에피소드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지금은 현대가 자체 개발한 엔진의 성능이 해외 유명 메이커들만큼이나 좋다. 지금의 현대의 위상을 보면서 일본에 건너가 어렵게 기술을 배우는 장면을 읽을 때는 울컥하기도 한다.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의 말그대로 피나는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동차 강국이 되었을까?
포니의 출고일이 1976년 2월 1일로 정해지자, 60만 평의 울산 공장은 구석구석이 모두 전쟁터로 변했다. 하루 철야는 일철, 삼일 철야는 삼철로 불렸고, 전 직원이 맡은 자리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적군을 맞아 전투를 벌여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철 삼철을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의 서두다. 계속된 해외 벤치마킹과 다양한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도전은 계속 되었다. 거기에 포니의 출고일이 정해지면서 공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는 말이 실감난다. 특히 일철 삼철이라는 말은 당시 근면성실한 한국인의 근성을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1970년대 이후 눈부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역군들이 진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오너 경영자와 전문 경영자의 회사 경영에 대한 논쟁이 있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나는 오너 경영자의 의견을 더 존중하는 편이다. 현대의 조선업이나 자동차산업이 오늘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오너 경영자의 확신과 결단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과연 전문 경영자가 맡았다면 몇 십년이 걸릴지 모르는 장기 프로젝트를 완수나 할 수 있었을까? 포니의 성공은 오너 경영자의 확고한 결단과 고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의 현대의 성공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현대는 우리나라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기업이라 생각된다.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업을 일으킨 유명한 일화는 그의 자서전과 평전을 보면 생생하게 묘사된다. 조선업과 견줄만한 자동차산업의 유명한 일화는 바로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잠시 추억에 잠겨 보면서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시대를 모르는 사람은 우리도 이런 시대가 있었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가 말한 것처럼 '한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