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0년 6월
평점 :

인간은 다른 동물로부터 진화한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인간으로 창조되었을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과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동물로부터 진화하였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인간의 신체적인 특징 및 사회적 성향들을 분석해보면 동물의 그것과 많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을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공부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통해 배웠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누구나 인간은 동물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진화론을 2년 전에 진화심리학이라는 분야를 통해 다시 접하게 되었다.
<욕망의 진화>라는 책을 통해서 진화심리학을 알게 되었고 흥미롭게 읽었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진화에 담긴 인간 본성과 심리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특히 판매를 위한 마케팅 기법에 많이 활용된다.
진화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털 없는 원숭이>가 많은 진화론 도서의 초기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67년에 출간되어 <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1967년에 출간된 <털 없는 원숭이>는 무려 28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1200만부 이상 팔리면서 진화론을 대중에게 알린 최초의 서적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인간을 동물이라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다른 동물보다 더 우월한 존재로서 인간을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을 다른 동물과 동일한 선상에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서술한 느낌을 받는다.
지구상에는 193종의 원숭이와 유인원이 있다. 193종의 영장류 중 인간은 다른 종과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을 단순하게 '털 없는 원숭이'로 호칭한다. 인간도 처음에는 다른 동물처럼 숲 속에서 과일 등을 따먹으면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다 숲 속을 나와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살게 되었고, 자신들보다 더 강한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뇌의 진화가 다른 동물에 비해 빨리 진행되고, 단체 생활을 통한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다.
다른 영장류와 비교해 인간이 털이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설이 많이 있지만 어느 것도 명확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다만 짝짓기, 아이 기르기, 탐험, 싸움, 먹기, 몸손질 등을 통해 다른 동물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털 없는 원숭이가 가지는 고유한 특징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했다. 털 없는 원숭이가 다른 동물, 특히 다른 영장류와 다른 특징과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지만 왜 털이 없는가에 대한 설명은 하지 못한다. 털 없는 원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는 저자의 생각을 반영하지만 명확한 연결고리를 찾지는 못한 듯 하다.
저자는 출간 당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 대작을 불과 4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방대한 분야에 이르는 지식을 풀어놓기에는 정말 짧은 기간이지만 다른 연구 자료들을 참고한 것이 아니라 그간의 연구로 얻은 지식만으로 집필한 것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인간을 가장 우월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자연을 구성하는 1종의 동물로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듬뿍 느껴보길 바란다. 자기애에 치우치지 않고 동물원 안에 갇힌 동물을 바라보듯이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읽는 재미가 있다.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지식을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단연코 이 책이 가장 처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욕망의 진화>, <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 등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