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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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The Pied Piper of Hamelin)>를 모티브로 제목을 따온 소설이다.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왜 이런 이름을 따왔을까?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는 어렸을 때부터 읽어서 내용은 잘 안다.



독일의 작은 마을 하멜른은 멋진 곳이었지만 쥐가 많아 골치가 아팠다. 시장은 쥐를 없애주겠다는 마법피리를 가진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다. 마을에서 쥐를 모두 없애주었지만 시장은 약속한 금화 천냥의 일부만 주고 남자를 도시에서 쫓아 버렸다. 이후 남자는 도시에 다시 나타나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외딴 동굴로 사라져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파이드 파이퍼>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에 참전한 아들 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70대 영국 노인 시드니 하워드가 주인공이다. 홀로 남은 그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프랑스 쥐라 지방으로 낚시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즐거운 낚시여행을 생각했던 하워드는 전쟁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귀국을 서두른다.



프랑스의 한 호텔에 머물던 중 한 부부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아이들 맡게 된다. 독일군이 프랑스에 대한 침범이 본격화되고 영국으로 돌아갈 길은 막막해진다. 영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찾던 중 만나게 되는 이들의 부탁과 거리의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가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은 5명까지 늘어나게 되고 그들과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탈출 과정은 위험한 일의 연속이었다. 어느 것 하나 하워드의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었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침공한 상황에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영어가 아닌 불어를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랐다. 국적과 사용 언어가 다른 5명의 아이들과 탈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프랑스에서의 탈출 과정은 니콜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쉽게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선뜻 도와주는 모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성'의 진정한 표현이 아닐까?



다양한 환경에 처해 있는 5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탈출하는 과정은 마치 현실의 육아 과정을 방불케 한다. 친자식이 아니지만 나름 그만의 방식으로 규율을 정하고, 또한 그 규율을 따르게 하는 모습들에 공감을 하게 된다.



그들의 여정이 영국과 가까워질수록 과정은 더 험난하고 더 위험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과정에서 하워드가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자기 몸 하나도 보호할 수 없는 70대의 노인이 무려 5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상상이 가는가? 나 혼자의 안위도 보장할 수 없는 전쟁터에서 5명의 아이들의 목숨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과연 이 상황에서 어차피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목숨 걸고 탈출시키는 마음은 어떨까?



서두에 이야기한 피리부는 사나이가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외딴 동굴로 떠난 것과 하워드가 5명의 아이들을 프랑스의 전쟁터에서 데리고 영국으로 떠나는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저자가 이런 의도로 책 제목을 지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런 사연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라 참혹한 광경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전후 세대가 책을 읽는다면 많은 공감을 가질 것 같다.



<파이드 파이퍼>는 소설로 풀어놓은 이야기지만 읽다보면 역사적인 사실을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실제 전쟁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고통, 두려움, 번뇌 등을 주인공 하워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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