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숫자들 -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사너 블라우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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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것이 각종 여론 조사다. 여론 조사의 기술이 점점 좋아지기는 하지만 수치의 정확도 또한 점점 악화되는 것 같다. 여론 조사나 출구 조사는 숫자의 게임이다. 조사 결과에 기반한 예상이 근접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많이 빗나가는 경우도 많다.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통계학을 배웠다. 통계학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해서 일련의 패턴이나 흐름을 해석하는 학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결과값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았다.



이 책 <위험한 숫자들>은 숫자에 담긴 수학, 통계학 및 심리학 등을 잘 분석한 책이다. 특히 숫자와 심리학을 잘 이용해서 대중을 교란시키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사람들이 가장 명확하게 잘 믿는 증거가 바로 숫자이기 때문이다.



2020년 7월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너선 스완 기자는 코로나 사망 통계를 이야기 하면서 다른 견해를 보였다. 스완 기자는 총 인구 대비 사망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음을 이야기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자 대비 사망률을 이야기했다. 사망률에 대한 해석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스완 기자의 다른 관점은 통계 결과를 편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를 보여준다.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그토록 구체적인 숫자를 좋아하면서 집착하는 심리에 일갈을 날린다. 즉 숫자는 가장 명확한 근거이지만 우리의 삶이 숫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초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대처를 잘한 모범국가로 뽑힌다. 그 당시에는 일일 확진자 수를 1자리, 2자리 숫자로 관리하였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일일 확진자 수가 30만을 넘어 50만명도 넘은 적이 있다. 숫자로만 봤을 때는 2020년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수준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다양한 질적 데이터로 인해 2020년보다 지금이 덜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하루를 숫자로 시작한다. 핸드폰 문자로 전해지는 확진자 수가 매일 어김없이 전해진다. 숫자 자체는 가장 과학적인 데이터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고 강하게 말한다. 숫자 자체는 죄가 없으나 문제는 사람이다. 숫자를 해석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의 실수, 의도적인 조작, 직감과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숫자에 대한 책이지만 사실은 사람에 대한 책이라 보면 된다.



다양한 통계자료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은밀하게 인종 차별주의를 심는 심리학자,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엉터리 데이터를 수집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性) 과학자, 수치를 조작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담배 제조업계의 거물 등. 숫자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사례들이 나온다.



특히 담배와 폐암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는 무서울 정도다.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가 명확함에도 오랜 시간 동안 담배 제조업계는 인과관계를 상관관계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그렇게 담배는 폐암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인지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저자는 숫자에 둘러쌓여 숫자의 삶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내가 보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뒷받침하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잘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숫자가 실제로는 우리를 가장 기만한다고 볼 수 있다. 여론 조사 통계 등을 포함하여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숫자들을 좀더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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