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철학자 - 운전이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매슈 크로퍼드 지음, 성원 옮김 / 시공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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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누구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로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스스로 정비까지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할리 데이비슨은 아마도 세계의 모든 남자들의 이런 욕구를 건드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저자처럼 오토바이를 몰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셀프 정비도 하는 생활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



나는 <운전하는 철학자>라는 특이한 이름에 끌렸다. 철학은 나에게 정말 어려운 분야다. 1년 전에 나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자기계발서와 경영경제서를 탐독하던 나는 시야가 너무 좁아지는 듯하여 분야를 좀더 다양하게 접해보기로 한 결정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운전'이라는 행위를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다룬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돌리고 다양한 장치를 조절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모든 행위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저자는 운전을 통해 가장 인간다워지고 가장 나다워진다고 말한다. 주도권이라는 측면에서 운전은 완벽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직접 클러치를 밟고 핸들을 돌리면서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곳으로 나아간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운전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완벽하게 인간성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개발되고 있는 세상이다. 이제 인간은 스스로 움직여 핸들을 잡을 필요도, 클러치나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인간은 너무나 편해질 것이며 스마트한 운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 뒤에 도사리는 위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안전과 효율을 담보로 나의 통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통제를 받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은 크게 4가지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약간은 난해하지만 운전과 관련된 테마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 개인의 소유로서의 운전, 스포츠와 놀이로서의 운전, 자치와 통제로서의 운전,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변화하는 운전에 대해 다룬다.



운전하는 행위를 온전한 휴머니즘의 발현으로 보는 저자는 자율주행차의 발전은 인간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지금은 누구도 내가 운전을 하더라도 추적하거나, 방향을 지시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가는 방랑자다. 사회의 어떤 시스템도 나의 운전과 내가 가야할 길에 간섭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호전적인 에너지를 가진 인간 본성의 일부를 발견한다. 모터를 전쟁과 관련해 서술한 장은 매우 흥미롭다. 그의 철학적 세계와 신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운전을 도로 위의 주권 행사로 본다. 운전을 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하는 기술이고, 운전대를 잡을 때 비로소 이런 자유로움을 느낄 자격이 생긴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운전에 제약을 받게 되면 자유의 속박을 느낀다. 운전은 곧 자유로움의 상징이며, 도로 위의 주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상당히 난해한 책이다. 운전이라는 행위에 대한 사고의 확장이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생각하는 것은 신이 사람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운전이라는 행위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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