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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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문화부장관을 역임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교수가 타계한지도 1달이 지나가고 있다. 2월 26일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나 또한 교수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기 때문이 아닐까?



이어령 교수님 유고 이후 교수님의 저서 출간붐이 일었다. 그 많은 책 중에서 왜인지는 몰라도 이 책이 내 마음을 끌었다. 이어령 교수의 서원시라는 표제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교수님은 누구나 마음속에 생각의 보석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캐내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잠들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생각이나 능력을 밖으로 캐내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남의 생각과 이념들을 머리와 가슴에 주입시키는 세뇌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교육으로 다져진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이분화된 흑백논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가두고 스스로 한계를 규정한다. 본인 안에 내재된 능력을 다이아몬드 캐듯이 깨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아니 우리는 우리 안에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는 것 같다.



교수님은 기존 잘못된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사고의 틀 속에 갇혀 자유로운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빛의 원석을 어두운 지하 갱으로 찾아 들어가 꺼내오도록, 사방이 확 트인 열린 초원에서 자유롭게 사고가 달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썼다고 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안에서는 병아리가 부리로 쪼고, 밖에서 어미 닭이 부리로 쪼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의 틀을 깨고 나올 수 없다면 밖에서라도 도와야 한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쓰신 것은 아닐까?



책에는 총 13가지 테마의 생각할 거리들이 들어있다. 각 테마마다 2~4개의 연관된 주제들이 같이 들어 있어서 생각의 확장에 도움이 된다.



교수님은 벽을 넘는 두 가지 방법이라는 테마를 통해 벽을 긁는 글, 그림, 그리움을 다룬다. 벽이 생긴 이유와 더불어 창을 내고, 벽을 긁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이는 또한 그리움을 담는다.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은 '아오모리의 벽화'로 옮아간다. 아오모리 탄광의 벽에는 고향이 그리워서, 어무니가 보고 싶어서 손톱으로 벽을 긁어 글을 쓴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벽에 쓴 글이나 그림은 그리움을 드러낸다.



이 생각의 흐름은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벽'이라는 주제로 옮아간다. 도시든 개인의 삶이든 모든 것은 두꺼운 벽을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서양 도시국가의 성은 인간과 자연을 완벽하고 둘로 나누고 그 대립의 경계를 명확하게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집은 기둥을 먼저 세워놓고 집을 짓는다. 그래서 전통 한옥은 벽을 터도 무너지지 않지만 양옥은 집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마지막으로 주제는 '지하실 문화와 개구멍 문화'로 이어진다. 생각의 흐름이 막히지 않고 끊임없이 확장됨을 느낀다. 서양 건축에는 지하실이 있지만 한국의 전통 건축에는 지하실이 없다. 대신 개구멍을 통해 벽을 횡단한다.



책은 총 13가지 테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안내한다. 나도 모르게 세뇌되어진 생각의 틀에 갇힌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경험을 유도한다.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생각지도 못한 나의 생각의 가능성을 풀어보면 좋을 듯 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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