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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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 제도가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혼자 생활하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1인 생활을 시작한다.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찰한다.



우리 언어는 인간이 혼자인 것의 양면을 현명하게 포착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것의 아픔을 나타내기 위해 생긴 표현이다. 또 그것은 혼자 있는 것의 영광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이라는 어휘를 만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고독과 외로움이 아닐까?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은 고독을 즐긴다. 그러나 외로움은 즐기는 것이 아니다. 북적이는 사람들 인파 속에서도 혼자만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현대인은 혼자 있는 시간을 찾아 헤매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혼자 있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이 책은 시와 함께하는 맛이 있다. 잠깐 멈춰서서 음미하게 하고 행간을 생각하게 한다. 읽다 보면 역사서를 읽는 느낌도 있고, 철학, 심리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산책'을 고독한 장소이자 혼자 있기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수단으로 본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19세기에 도보는 독보적인 이동 수단이었다. 하지만 자전거와 자동차 등이 발달하면서 도보나 산책은 '여가활동'이 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능하게 했다.



평소에 잘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다. 요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 한적한 곳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는다. 혼자서 책을 읽거나 멍 때리고 싶을 때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운동을 위해서 집 근처 낮은 산을 오르기도 한다. 역시 혼자서 생각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워 하고,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수단이 도보에서 카페로 많이 변화된 것 같다.



저자는 외로움을 전염병이라고 본다. 외로움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비만이나 흡연 같은 질환과 같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심혈관 질환, 정신질환, 자존감 저하 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또한 수면 문제를 통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인지 능력 감소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저자의 시선을 보면 외로움은 어떤 질병보다 부드럽게 인간을 망가뜨리는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혁명은 인간의 사회적 교류를 활성화 시키면서 동시에 사회적 교류 단절을 추진한다. 물리적으로 고립되기, 연결된 채 혼자 있기, 딴 곳에 정신 팔기 등으로 은둔의 역사는 지속된다. 북적이는 전철 안에서도 개인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하지만 사실은 전철 밖의 사람들과 연결된 채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지금 상황이 아닌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가 고독과 맺는 관계는 한 방향을 지향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는 목적은 스스로를 위한 자기회복과 자유롭고자 하는 경향에 있다. 앞으로 모든 것이 바뀌더라도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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