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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우리도 할 수 있다
김능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월
평점 :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아마 사회주의 이념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닐까?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정치의 단골 주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다. 아마 나는 기본소득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헷갈리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제시하는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일정금액을 말한다. 그렇다고 500만원 이상의 금액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근로의욕을 꺾지 않고 발전적인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최소한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더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버는 억지 노동의 노예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들을 찾아서 할 수 있는 밑천이 될 수 있는 정도의 돈 말이다.
기본소득을 너무 과도하게 지급하면 인플레이션으로 결국은 별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없게 된다.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금액의 돈이 있다면, 그리고 그 돈이 매달 화수분처럼 채워진다면 누가 일을 하겠는가?
저자는 기본소득의 조건으로 몇 가지를 제시한다. 일단 '조건 없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건 없이 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어야 하고, 받을 수 있는 조건이나 서류가 필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처럼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 저소득층이라는 증빙서류가 필요하지 않고, 부양 의무자로 인한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 당연히 부자라고 해서 배제되어서도 안 된다.
팬데믹상황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할 때 부유층 지급에 대한 논란이 정말 많았다. 이유는 지급되는 금액이 부유층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나도 사실 이 말에 동의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고, 재난지원금은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급되는 금액이 그들 삶에 도움이 안될지는 몰라도 그들도 엄연히 국가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의 기본은 누구나에게 동일하게, 그리고 아무 조건없이 집행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최소한의 소득을 통해서 먹고 살기 위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고소득층은 본인들이 낸 세금의 일부를 돌려받음으로써 조세 회피를 줄이고,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재원 조달' 문제에 초점을 둔다. 특히 기존의 중복되는 복지제도와 세제혜택을 정비하여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하게 다룬다. 저자의 주관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쉬운 방법들은 아니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할 수는 없다. 시행하고 의견수렴하고 수정하고 다시 시행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듯 하다.
저자는 기본소득을 주장하지만 기본소득으로 인해 기존의 복지수준이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기존 복지를 받는 특정 계층의 혜택이 희생되어서도 안 된다. 기본소득은 만능 복지해결책이 아니라 다른 복지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국민의 행복수준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기본소득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더욱 그렇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