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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평점 :

나는 역사서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교과서적인 역사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읽은 <자투리 한국사>처럼 소설처럼 읽히는 역사서를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약간은 특이하다. 평소의 내 관심과는 상관없지만 그래도 역사서다.
국내에 헤어웨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씨크릿우먼 헤어웨어 창립 20주년 특별작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기는 했지만 머리카락에 대한 역사 이야기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되어 있다. 머리카락에 얽힌 신화와 전설, 머리카락과 관련된 혁명과 연애의 역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유를 갈구하는 아이콘으로서의 머리카락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카락에 대한 책 중 국내 최고, 아니 국내를 넘어 전세계를 찾아봐도 최고가 아닐까 싶다. 특히 다양한 역사적 사료들을 바탕으로 관련 그림까지 넣은 머리카락 교과서라고까지 불러야하지 않을까?
씨크릿우먼 김영휴 대표는 헤어웨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가발이 우리 몸의 부족한 부분을 가리는데 사용된다면, 헤어웨어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위해 입는다는 의미가 강조된다. 나도 헤어웨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책에 헤어웨어라는 사진에 실제로 머리카락을 입고 있는 모델 2명이 나온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마치 하나의 의복처럼 보인다.
머리카락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기도 하고, 정치와 관련되어 이용되기도 하고, 한 시대의 문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머리카락이 길고, 스님은 머리카락을 민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가체를 통해서 신분의 고하를 보여주기도 했다. 70~80년대에는 두발 제한이 있었다.
신화 속의 아프로디테는 온 몸을 길고 부드러운 머리 모양으로 휘감고 있다. 이 머리 모양이 고대 그리스 여인들이 즐겨했던 스타일이라고 한다. 시대상은 문학이나 예술 작품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신화와 관련된 다양한 그림들을 보면서 관련된 이야기와 머리카락에 얽힌 사연을 읽다보면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머리카락으로 시작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때로는 역사서를 읽고 있다가 또 때로는 머리카락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고,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신화와 전설 속에 나타난 머리카락은 시대상을 반영할 뿐이다. 인간의 의지 표현은 찾기 힘들다. 그러나 중세 이후에는 머리카락을 통한 표현의 강도가 세진다. 중세 수도사들은 삭발례를 통해서 세속과 단절했다. 우리나라의 스님들이 그러하듯이. 중세에는 여자들이 평생 머리를 길러야 했다고 한다. 속박 받는 여인들의 현실처럼.
오늘날 20세기는 머리카락을 통해 다양한 표현을 한다. 특히 연예인을 중심으로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다양한 염색을 한다. 간혹 개성 있는 연예인들은 머리모양을 특이하게 바꾸기도 한다. 예전에 무스를 머리에 바른 '무스보이'처럼 말이다.
오늘날의 대중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머리카락도 그 중에 하나로 시대를 반영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머리카락은 점점 수동적인 표현의 형태가 아닌 적극적인 자유의지의 표현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씨크릿우먼의 창립자인 김영휴 대표의 말처럼 머리카락을 위한 헤어웨어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