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리
김현석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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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시집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부터 익숙하지 않지만 시집을 1권씩은 읽는 듯 하다. 현실 서적만 읽다가 시집을 들고 있노라면 아직은 멋적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진다.



김현석 시인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행정학과를 다녔고, 안경광학과를 졸업한 후에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래서 전직 안경사였고, 현재는 소방관이면서 시인이다. 누구보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경계에서 많은 것들을 볼 수밖에 없는 직업이어서 그런지 그가 쓴 시가 그렇게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당연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조차 파격을 취한다. 둘다 편지글 같기도 하고, 한 편의 시 같기도 하다. 겨울소리에는 정말 개인으로서는 방대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분량의 시가 담겨 있다. 작품량만 보면 소방관으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집필만 했다고 봐야 할 정도다. 오랫만에 제법 두꺼운 시집 1권을 읽었다.



책을 받아서 처음 느낀 것이 서산대사의 시로 알려진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다. 진위 여부에 대한 말은 많지만 김구 선생의 애송시로도 알려진 명시다. 책 표지가 하얀 눈밭이다. 이 눈밭이 명시를 떠오르게 한다.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불수호란행 (不須胡亂行)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내가 너무나 사랑하고 삶의 지침으로 삶아야겠다고 생각한 시다.



시인이 왜 시집명을 <겨울소리>로 지었을까? 그의 시를 읽다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이 있다. 누구나 가슴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 위로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4계절을 살아가도, 봄을 살고 있어도 겨울같은 마음이라서가 아닐까?




잔인한 봄



봄이 오라고 기도했는데


봄을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봄은 왔다


봄은 없었다



다들 봄인데


나만 겨울


왜 나의 봄만 없는가?



지치고 지친 나


자유를 갈구했는데


자유는 왔건만


이미 갇혔다



그토록 바라던 봄


천지사방 봄


나의 봄은 어디에


나의 신은 어디에




전체 시 중에서 마음을 흔드는 시다.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그리고 기다림이 끝이 났는데 정작 내가 바라는 것은 없는 상황. 내가 참 많이도 느꼈던 상황이다. 나의 욕심이 과해서일지도 모르지만 현실이 그런 상황일 때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내는 보통의 삶 속에서 누구나 느끼는 것들에 대한 공감을 받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볼만 하다. 시인은 굳이 이런 상황들을 끄집어 내어 위로하려고 하지 않는다. 누구나 같은 상황임을 공감하도록 하고, 스스로 위로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듯 하다.



특정한 사건, 특정한 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 자신의 성찰, 그리고 우리의 성찰, 가족과의 이벤트 및 사랑, 이웃과의 사랑, 그리고 인생의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다. 시를 읽고 있지만 어찌보면 소설을 읽는 듯 하고, 인생을 읽는 듯 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라면, 그리고 다양한 외로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특별할 것은 없지만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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