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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계절 - 차와 함께하는 일 년 24절기 티 클래스
정다형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나 안부를 물을 때 주로 날씨를 언급한다. 날씨는 작가의 말처럼 말 주변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 또는 자주 만나는 사이나 처음 만나는 사이를 막론하고 쉽게 나눌 수 있는 주제다. 영국에서 전해지는 티파티 에티켓 중에 대화의 주제를 차와 날씨에 제한한다는 항목이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제한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차를 온전히 자연으로 즐기는 방법을 다루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24절기에 맞춰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차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소장하면서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책이다. 차나 커피에 대한 참고도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소원이 이루어진 느낌이다.
차의 기본 정보로 책을 연다. 차의 기본적인 종류부터 차의 보관방법, 차 우리는 방법 등 초보인 내가 정말로 원하는 내용이 한가득이다. 차는 예절부터 종류까지 내게는 정말 어려웠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망치로 후리는 기분이다. 차는 일단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진짜 잎차이거나 아니면 그 외의 꽃, 열매, 뿌리와 줄기 등 여러 부위를 섞은 차로 나눈다고 한다. 정말 심플한 분류다.
좀더 고급적으로 나누면 차의 종류는 단 세 가지뿐이다. 산지 이름을 붙힌 싱글 오리진 티, 섞어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 블렌디드 티, 그리고 아로마 오일 등으로 향을 입힌 플레이버드 티. 생각해보니 차 종류는 커피 종류를 나누는 기준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모 브랜드 커피 중에서 싱글 오리진을 자주 마셨는데 새로운 지식이 하나 생긴 기분이다.
지방에서 차(茶)를 기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서 오래 전에 얻은 녹차를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린 적이 있다. 그런데 작가는 순수한 찻잎만으로 된 차는 유통기한이 없다고 한다. 아깝다. 미리 알았더라면 버리지 않았을 텐데... 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쓴맛은 사그라들고 단맛과 그윽한 향이 짙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재테크용으로 훌륭할 정도로 가치를 가진다고 하니 이 참에 차 공부를 제대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에 어울리는 우전(雨前)이라는 차가 마음에 든다. 멀리 사는 친구에게서 예고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처럼 너무나 반가움을 주는 차. 비가 내려 만물이 윤택해진다는 곡우와 어울리는 차다. 우전은 우리나라에서 4월 중순께에 첫 수확을 하는 첫 차다.
우리나라 녹차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선물을 받으면 인생 최고의 녹차라는 찬사를 보낸다고 한다. 우리 녹차는 담백하고 개운하며 쉬이 질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우전의 맛은 그보다 조금 심심하다고 한다. 곤히 잠든 아가의 숨결에서 나는 조금은 비릿하지만 꼬숩고 달콤한 향내를 느낀다고 한다.
작가는 '차는 좋아하지만 아직 우리 차가 어려운 이가 있다면 곡우 언저리의 어느 봄날 햇 우전을 선사하고 싶다'고 한다. 찻주전자를 쓰지 않아도 두 손으로 감쌀 수 있는 도톰한 찻사발에 찻잎을 넣고 찬찬히 홀짝여도 좋다고 한다. 제가 지금 가장 필요한 분위기의 차다. 어서 우전을 구해 한가로이 차 한잔 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