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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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소개되면서 다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책 <멋진 신세계>를 만나본다. 이 책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소설<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1949년 발표된『1984』가 정치적 이념에 더 중점을 두고 전체주의를 다루고 있다면 <멋진 신세계>는 과학 문명의 발달을 중점으로 전체주의를 다루고 있는듯했다. 빅브라더의 감시를 받아야 했던 『1984』의 민중들은 이 작품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포드'의 관리와 감시를 받게 된다. 전체주의의 상징 중 하나인 '표어'는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

 

이 이야기는 A.F.632년의 일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세계국의 기원은 '포드'다. 아마도 자동차의 대량 생산으로 몰개성 한, 똑같은 외양의 자동차를 생산했던 포드 자동차의 모습을 바탕으로 소설을 구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주의가 필요로 하는 몰개성, 동일성을 이루어낸 포드는 신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포드신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계급이 존재하는 세계가 '멋진 신세계'이다.

알파(α), 베타(β), 감마(γ), 델타(δ), 입실론(ε)

 

그런데 그 계급은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고 그 탄생도 어머니의 모체가 아니라 부화 센터라는 점이 씁쓸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거기에 영유아기에 실시되는 세뇌 교육은 여기가 왜 신세계인가 아니 왜 멋진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행복이 세뇌로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해도 그게 진정한 행복일까? 전체주의적인 교육으로 획일적인 생각과 행동을 보이는 이들 중에서 진정한 삶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이가 있다면 그는 당연히 왕따가 될 것이다. 그런 왕따 버나드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p.152. "그럼요,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고말고요. 우린 다섯 살 때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소리를 하쬬. 하지만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레니나?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예요."

 

전체 사회와는 다른 행동으로 헨리 (부화 - 습성 훈련국장)의 눈밖에 난 버나드는 아이슬란드 전출이라는 경고를 받는다. 하지만 계획대로 레니나와 함께 뉴멕시코의 보호구역 말파이스로 휴가를 떠난다. 그곳은 신세계인들이 말하는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즉 그곳은 우리들이 사는 곳이다. 어머니가 존재하고 우리가 아는 상식이 통하는 세계이다. 이제 이야기는 신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비교하듯이 전개된다. 소마라는 알약 하나만 먹으면 늘 행복할 수 있는 세상, 세상의 모든 것이 공유인 세상 그래서 매일 상대를 바꿔 사랑을 나누는 세상인 '멋진 신세계'와 지금 우리의 세상 중에서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느 세상을 선택하겠는가?

 

p.243.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성공은 버나드의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었고, 성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모든 좋은 마취제가 다 그렇듯이) 그때까지는 꽤나 못마땅하다고 느꼈던 세계와 완전히 타협하기에 이르렀다.

 

야만인 세상에서 '멋진 신세계'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쥔 버나드는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카드는 '멋진 신세계'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정말 순식간에 끝까지 읽은,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나 놀라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작품이 발표되었던 시대를 몇 번이나 뒤돌아보게 된 작품이다. 인간의 대량 생산으로 개성이나 존엄성이 사라져버린 '멋진 신세계'와 모두가 '성공'이라는, '돈'이라는 함정에 빠져 개성과 존엄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는 요즘의 세상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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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2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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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6. 사람이 무언가에 동의하면치 역시 동의해야 한다.(이보어)

2019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의 2권째를 만나본다. 1권을 처음 만나 읽을 때 느꼈던 당혹감은 사라지고 2 권은 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생의 작가 치고지에 오비오마 가 들려주는 '이보 신화'와 그들의 생각과 문화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소설의 큰 틀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남녀 간의 사랑, 그리고 그 둘의 신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슬픔과 아픔. 그렇게 단순한 스토리를 아름다운 시처럼 표현하고 그 속에 인간의 심리를 담아내서 마치 신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도 '치'가 신도 만나고 죽은 조상들도 만나 주인공 치논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형식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p.107. 에그부누시여, 저는 인간과 치가 지닌 근원적인 약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키프로스에 온 치논소는 친구 자미케를 만나 어떤 미래를 만나게 될까? 나이지리아에 남은 은달리는 또 어떤 미래를 만나게 될까? 결정적으로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모든 질문에 '치'는 대답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치'는 자신의 주인 치논소를 존중하기 때문에 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늘 "저는 그런일을 여러번 보았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치논소의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p.282. 오니에-에지-오무메 ; 의로운 사람 (이보어)

2권에서 친구 자미케를 주인공은 의로운 사람이라 부른다. 하지만 치논소의 모든 불행의 시작이 어쩌면 자미케를 만나면서부터라고 생각이 들어서 치논소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둘은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슬프고 아픈 치논소의 현재를 감당해 나간다. 하지만 치논소는 현재의 바탕이 된 과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방황을 한다. 현재를 살지도 못하니 미래도 없다.

p.309. 인생이 거기, 그 얼굴에 있었습니다. 그가 한때 알았덩 인생이 말입니다. 하지만 주인은 그 얼굴을 알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뭔가 달라졌지만, 많은 부분은 또 익숙한 얼굴이었지요.

그런 그를 '치'는 왜 신들 앞에서 또 조상들 앞에서 변론해 주고 있는 것일까? 과거에 집착해서 현재도 버티지 못하는 치논소를 '치'는 왜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 까닭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한 남자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을까? 은달리의 사랑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던, 은달리와의 미래를 꿈꾸던 치논소는 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보게 된다. 치논소에게 은달리는 미래의 설계자였고 또한 현재의 파괴자였다.

p.315. 두려움은 지위가 낮은 신, 인류의 우주를 조용히 다스리는 자입니다.

1권의 첫 번째 '주문'만 잘 넘기면 정말 신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슴 아픈 사랑이 기초가 되니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답고, 알 수 없는 미래가 이야기를 더욱 신비하게 만들고 있다. 사랑이 떠날까 봐, 사랑이 변할까 봐 두려운 이들이 있다면 인생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사랑을 통해서 풀어낸 슬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그리고 무척이나 신비로운 이야기<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를 꼭 만나보기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치'에게 부탁하고 싶어졌다. 알란디이치에에 갔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큰 소리로 내게 바른 말을 해달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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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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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가 고향인 작가 치고지에 오비오마의 작품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를 만나보았다. 이 소설은 1권과 2권 두 권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데뷔작『어부들』로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2015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 그리고 2019년 이 작품<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로 다시한번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5년에는'세계의 100대 사상가'로 지명되기도 했던 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생각'은 기본이고 '철학'은 덤으로 담겨있는 소설이다.

p.106. 오니에 카 은마두 카 치 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치보다 대단하다(이보어)

오바시디넬루시여-

1권의 첫 문장이다. 첫 문장부터 이건 뭐지 싶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 배경인 이 작품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가 '이보 신화'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접하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함께 기대치가 올라가고는 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보 신화'와 '이보어'에 대한 기대는 한없이 높게 가져도 될 것 같다.

p.220. 추쿠시여, 저는 사람이 모욕을 당하면 그의 행동은 수치심에 의해, 그의 의지는 절박함에 의해 빚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신비하고 흥미롭다. 철학적인 신들이 등장하고 조상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나서서 주인공 치논소를 대변하는 '치'가 등장한다. 치는 누구일까? 치의 존재부터가 흥미롭고 재미나다. 그리고 솔직히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치논소라기 보다는 신들 앞에서 치논소를 대변하는 '치'일지도 모르겠다.

p.88. 위대한 아버지들이 자주 말하듯, 사랑은 남자의 삶의 온도를 바꾸어놓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 치논소는 약한 새들을 사랑하는 한없이 순수한 청년이다. 하지만 우연히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한 여인을 만나고서 치논소는 변하게 된다. 엄청난 모멸감을 참아낼 만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된 은달리를 위해 청년 치논소는 유학길에 오른다. 키프로스로 떠나는 치논소의 각오는 비장했고 그를 기다리겠다는 은달리의 눈물은 믿음직스러웠다.

p.177.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오니에 오그베니에는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해.

너무나 큰 신분의 차이가 만들어낸 비극에도 자신들의 사랑을 키워가던 주인공 치논소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미래는 아무도 몰랐다. 그를 대변하는 '치'마저도 그 둘의 사랑을 예측할 수 없었다.

p.182. 다른 인간에게 신뢰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며, 그 누구도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 누구도 말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1권은 '치'라는 새롭고 신비한 존재가 등장하면서 처음부터 재미나게 시작했다. 하지만 신들의 세계를, 조상들의 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조금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이보어에 정들어가면서 어려운 이름을 가진 신들에게도 정붙일 수 있었다. 늘 당하기만 하던 치논소에게 친구 자미케가 찾아오면서 그에게도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다. 그리고 친구 자미케를 만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치논소는 정든 고향, 사랑하는 은달리를 떠나면서 소설은 2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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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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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젊은 작가 후지사키 사오리의 데뷔작<쌍둥이>를 만나보았다. 4인조 밴드에서 피아노 연주와 라이브 연출을 맡고있는 작가의 이력이 독특한 작품이다. 또한 쌍둥이라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제목이 아주 특별하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활동하는 밴드의 이름이 '세상의 종말(SEKAI NO OWARI)'이라는 것 또한 독특하게 느껴진다. 이 이야기에서 세상의 끝을 느낄만한 어둠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p.43. 너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살고 있어?

 

음악가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글로 옮긴 <쌍둥이>에는 쌍둥이는 등장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전혀 다른 두 남녀가 주인공이다. 두 남녀의 성장 이야기 같은 소설의 시작은 같은 중학교에서 소녀 나스코와 소년 쓰키시마가 우연히 만나면서 전개된다. 나스코시키시마는 규칙, 노력 그리고 사랑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공감해 나간다. 하지만 나스코의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시키시마의 마음은 나스코를 아프고 슬프게 한다. 그런 아픔과 슬픔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시키시마가 밉다. 정말 주위에 이런 부류의 인간이 있다면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다.

 
p.42. 옳은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제목에는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가끔 밉상 시키지마 만이 내뱉는 '쌍둥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나스코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두 남녀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사랑이 흥미롭다. 중학교 시절의 소년, 소녀가 고등학생을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두 주인공들은 많은 일들을 함께 겪게된다.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이해해간다. 누군가에게는 오랜 사랑이지만 누군가는 그저 너와 나는 쌍둥이 같다는 묘한 뉘앙스의 말만 흘리는 그런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p.206.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면 안 된다.

 

이야기 속에서 음대에 진학한 나스코는 시키시마의 밴드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입하게 되고 자신의 열정을 솟는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한의 노력을 한다. 그렇다면 시키시마 녀석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 이 녀석은 아직도 제멋대로 행동하며 나쓰코를 슬프게 한다. 아프게 한다. 그런데 나스코는 아직도 시키시마를 사랑한다. 나스코는 언제까지 시키시마의 '쌍둥이'로 남아있을까? 이 소설은 나스코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키지마와의 대화를 통해서 깊이 있는 철학적인 사고도 끌어내고 있다.

 
p.38.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매일 살고 있지?

 

중학교 때부터 오랜 세월 이어지고 있는 두 남녀의 관계는 진작에 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슬프고 아픈 관계는 아슬아슬하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밴드라는 정신적인 공감과 지하 연습실이라는 물리적 공감을 통해서 함께 성장해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끊어지지 않는 둘 사이의 인연의 끈을 이야기한다. 그 끈은 아마도 나스코의 사랑을 것이다. 시키지마 옆에 머무는 나스코의 사랑은 아름답다. 하지만 동시에 쓸쓸하고 공허하다. 나쁜 녀석 시키시마.

p.170."솔직히 엄마는 말이다, 잠도 못 자면서 고민하는 관계라면 그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시키시마가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에게는 특수한 상황이 있고 그 낯선 상황의 발생이 나스코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스코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스코의 감정은 전혀 '동정'이 아니다. 제멋대로이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지도 모르는 시키지마를 사랑하고 있다. 나스코의 사랑이 이루어질까? 나스코의 마음을 시키지마는 알고는 있는 걸까?

 
p.167. 예쁘다고 말해도 받아줄 상대가 없으면 이토록 쓸쓸하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하나 둘 읽다 보면 나스코의 사랑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소설은 슬프지 않다. 슬프고 아픈 이야기인데 옅은 미소를 짓게 하는 묘한 소설이다. '작가 후기'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모습은 소설 속 주인공 나스코와 참 많이 비슷하다. 어쩌면 두 여인이 '쌍둥이'일지도 모르겠다.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위트 있게 재미나게 풀어내는 작가가 말하는 쌍둥이는 아마도 심리적인 공감을 통해서 연결되는 '사랑'하는 사이인지도 모른다. 소설속 두 주인공이 만들어낸 공감과 사랑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의 쌍둥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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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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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장편소설<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을 만나본다. 작가의 전작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처럼 이번 작품도 니콜 키드먼이 제작과 주연을 맡아 2020년에 동명의 TV 미니시리즈로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2018년 발표와 함께 '특정 장르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는 어둡고도 재미있는 소설','웃음과 스릴, 놀라움이 공존하는 섬세한 서스펜스'라는 평을 들었던 놀라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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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으로 제작된다면 소설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 아홉 명의 독특한 캐릭터와 그들을 통제하는 비밀스러운 인물들 그리고 제한된 배경과 '열흘간'이라는 시간적인 구속까지 정말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구성 요소들로 가득한 소설이다. 촘촘한 스토리 전개와 조금씩 더해가는 긴장감,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까지 역시 리안 모리아티의 작품은 매력적이다. 그 매력으로 인해  590여 페이지라는 두께가 주는 피로감이나 거부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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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가 격은 다양한 슬픔과 아픔 그리고 사연들을 털어내고 힐링하고 싶어서 특별한 곳을 찾다가 모이게 된 '평온의 집'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한된 공간에 열흘이라는 시간적인 제한이 더해져서 긴장감은 조금씩 커져만 간다. 이혼, 사별, 배신, 퇴직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은 9명의 사람들. 그들의 목적 또한 다양하다. 스트레스 해소, 휴식, 체중 감량, 부부 상담 등. 가족이고 연인이고 부부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모두 타인이 되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열흘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각자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평온의 집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분위기는 이들의 힐링에 어떤 도움을 줄까?        


로맨스 소설로 명성을 얻었지만 지금은 사그라들은 작가 프랜시스의 재미난 등장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나폴레옹 가족 3 명, 부유한 젊은 부부 벤과 제시카, 이혼전문 변호사 라스, 예전 스포츠 스타 토니 그리고 싱글맘 카멜 등의 비밀스러운 사연들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살아가는 동안 접하게 되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보여주고 있다. 9명의 사연들중에서 나와 비슷한 사연을 만나게 되는 그래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리안 모리아티의 매력을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정말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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