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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다재다능한 젊은
작가 후지사키 사오리의 데뷔작<쌍둥이>를
만나보았다. 4인조 밴드에서 피아노 연주와 라이브 연출을 맡고있는 작가의 이력이 독특한 작품이다. 또한 쌍둥이라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제목이
아주 특별하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활동하는 밴드의 이름이 '세상의 종말(SEKAI NO OWARI)'이라는 것 또한 독특하게 느껴진다. 이
이야기에서 세상의 끝을 느낄만한 어둠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p.43. 너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살고 있어?
음악가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글로 옮긴 <쌍둥이>에는 쌍둥이는 등장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전혀 다른 두 남녀가 주인공이다. 두
남녀의 성장 이야기 같은 소설의 시작은 같은 중학교에서 소녀 나스코와 소년 쓰키시마가 우연히 만나면서 전개된다.
나스코와 시키시마는 규칙, 노력 그리고 사랑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공감해
나간다. 하지만 나스코의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시키시마의 마음은 나스코를 아프고 슬프게 한다. 그런 아픔과 슬픔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시키시마가 밉다. 정말 주위에 이런 부류의 인간이 있다면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다.
p.42.
옳은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제목에는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가끔 밉상 시키지마 만이 내뱉는 '쌍둥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나스코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두 남녀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사랑이 흥미롭다. 중학교 시절의 소년, 소녀가 고등학생을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두 주인공들은 많은 일들을 함께 겪게된다.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이해해간다. 누군가에게는 오랜 사랑이지만 누군가는 그저 너와 나는 쌍둥이 같다는 묘한 뉘앙스의 말만 흘리는 그런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p.206.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면 안
된다.
이야기 속에서
음대에 진학한 나스코는 시키시마의 밴드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입하게 되고 자신의 열정을 솟는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한의 노력을 한다.
그렇다면 시키시마 녀석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 이 녀석은 아직도 제멋대로 행동하며 나쓰코를 슬프게 한다. 아프게 한다. 그런데 나스코는
아직도 시키시마를 사랑한다. 나스코는 언제까지 시키시마의 '쌍둥이'로 남아있을까? 이 소설은
나스코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키지마와의 대화를 통해서 깊이 있는 철학적인 사고도 끌어내고 있다.
p.38.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매일 살고
있지?
중학교 때부터
오랜 세월 이어지고 있는 두 남녀의 관계는 진작에 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슬프고 아픈 관계는 아슬아슬하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밴드라는
정신적인 공감과 지하 연습실이라는 물리적 공감을 통해서 함께 성장해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끊어지지 않는 둘 사이의 인연의
끈을 이야기한다. 그 끈은 아마도 나스코의 사랑을 것이다. 시키지마 옆에 머무는 나스코의 사랑은 아름답다. 하지만 동시에 쓸쓸하고 공허하다.
나쁜 녀석 시키시마.
p.170."솔직히 엄마는 말이다, 잠도 못 자면서 고민하는 관계라면 그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시키시마가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에게는 특수한 상황이 있고 그 낯선 상황의 발생이 나스코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스코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스코의 감정은 전혀 '동정'이 아니다. 제멋대로이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지도 모르는
시키지마를 사랑하고 있다. 나스코의 사랑이 이루어질까? 나스코의 마음을 시키지마는 알고는 있는
걸까?
p.167. 예쁘다고 말해도 받아줄 상대가 없으면 이토록
쓸쓸하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하나 둘 읽다 보면 나스코의 사랑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소설은 슬프지 않다. 슬프고 아픈 이야기인데 옅은 미소를 짓게 하는 묘한
소설이다. '작가 후기'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모습은 소설 속 주인공 나스코와 참 많이 비슷하다. 어쩌면 두 여인이 '쌍둥이'일지도 모르겠다.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위트 있게 재미나게 풀어내는 작가가 말하는 쌍둥이는 아마도 심리적인 공감을 통해서 연결되는 '사랑'하는 사이인지도 모른다. 소설속 두
주인공이 만들어낸 공감과 사랑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의 쌍둥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