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특서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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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에게 쫓기며 자신이 '고양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꿈'을 떠올린다. 그런데 깨어날 수가 없다. 꿈이 아닌 것이다. 당황하고 있는 박선에게 "어때, 고양이가 된 기분이?"(p.12)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박선에게 시간 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고선생'은 과거 속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제안하고 yes 인지 no 인지 선택하라고 한다. 그런데 '시간 여행'의 기회가 생긴다면 마다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특히 용감한 십 대들이라면.


그렇게 <시간여행가이드,하얀 고양이>의 열일곱 살 소녀 박선의 시간 여행은 시작된다. 어쩌면 할아버지의 시간 속을, 고모의 시간 속을 걷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엄청난 슬픔이, 아픔이 흐르고 있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분홍색 예쁜 책표지를 보고 재미나고 유쾌한 시간 여행을 상상하던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다. 책표지를 다시 보고 치웠던 띠지도 찾아보았다. 왜 늘 '설마'는 현실이 되는지. 

원자폭탄'리틀 보이',원폭 피해자.


박선은 열일곱 살이지만 생리를 하지 않는다. 왜일까? 병원에서도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간 여행을 통해서 그 원인을 알 수 있었을 때쯤 이야기는 절정으로 접어든다. 정말 마주하고 싫지만 마주하게 되는 역사가 있다. 일본의 강제 점령기. 피상적으로 느꼈었던 역사 속 아픔과 슬픔을 열일곱 살 소녀가 오늘로 가져왔다. 과거 시간 속을 여행하면서 오늘을 만난다. 과거의 아픔의 시간은 오늘로 이어져 또 다른 아픔과 슬픔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 과거의 암흑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오늘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과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역사를 배우는 까닭도 그 힘을 키우기 위해서 일 것이다. 원자폭탄 투하는 인류의 재앙이었다. 아니 재앙이다. 과거가 아닌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재앙이다. 전쟁 종료라는 목적으로 원자폭탄을 선택한 미국도, 그 빌미를 제공한 일본도 밉고 싫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 미래의 과거가 될 오늘을 그들과 함께 걸어야 한다. 소녀 박선이 아픔과 슬픔을 뒤로하고 오늘을 걷듯이. 


p.136. 걸으면 걸을수록 주위가 보이고, 잊었던 과거까지 생각나고……. 걷는다는 것, 그것은 사유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p.199. 그러고 보면 걷는다는 것 자체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걷지 않으면 죽는다. 태초에 인간도 그랬으리라.


너무나 커다란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박선과 사촌동생 신해를 아이들에게 꼭 소개해 주고 싶다. 두 아이들이 어떻게 앞으로 걸어나가는지 꼭 보여주고 싶다. 지금 아이들이 느끼는 슬픔과 아픔을 꼭 안아주고 싶다. 아이들에게는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사랑을 선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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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 - 시간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다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위정훈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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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을 사사師事한 일본의 물리학자 다카미즈 유이치가 들려주는 물리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생각만으로도 어지러운 물리라는 난해한 세상을 SF 영화를 통해서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는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물리학 책을 만나보는 새로운, 쉽지 않은 경험을 하게 해 준 흥미로운 책이다. 


p.145. 또한 화성의 노을이 푸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보다 먼저 지구의 노을이 붉은 이유를 알고 있는가?

SF(science fiction) 영화가 보여주는 영역을 시간과 공간으로 나누고 소개된 영화들 속에 담고 있는 과학적인 상상을 물리학으로 분석하고 실현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 어차피 허구(fiction)인 SF 영화를 분석하며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가 생각을 바꾸게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재미난 책이다.

시간 여행을 대하는, 우주여행을 대하는 물리학자의 부드러운 접근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영화 속 이야기에 물리학 이론을 정확하게 들이대는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 편안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 물리라고는 입시를 위해 공부했던 게 전부인 내게도 물리가 가진 진정한 재미를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재미나게 본 영화들을 통해서 조금 더 편안하게 물리학을 만나게 해주고 있다.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는 총 12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물리는 쉽게 풀어서 들려줘도 물리다. 어렵고 난해하다. 그래서 12편의 영화가 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우선 '시간'이라는 주제로 5편의 영화를 보여준다. 그 속에 담긴 물리학 이론을 현재에 비추어 풀어주고 있다. 다음으로 소개된 7편의 영화들은 '우주'라는 주제를 안고 있다. 직접 본 영화도 있고 이 책을 통해서 저자의 친절함으로 본 영화도 있다. 처음 접한 영화의 내용도 요약해서 들려주는 친절함이 저자의 물리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어떤 장면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설명하고 어떤 설정은 너무나 훌륭하다고 말하고 있다. SF 영화나 소설에 등장했던 많은 상상들이 실현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불가능한 상상이 미래의 언젠가는 실현 가능한 과학이 될 것 같다. 상상이 희망이 되고, 불가능이 가능이 되는 SF 작품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를 통해서 물리학과 SF 영화를 조화시켜 서로 가진 매력을 업그레이드한 것 같다. 상상력으로 빚어놓은 SF 영화를 평가하기보다는 그 상상력에 찬사讚辭를 보내는 물리학자의 러브레터같은 책이다.




"애플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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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전
정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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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운영하는 장편소설 연재 전문 웹진 『주간 문학 동네』에서 처음으로 발굴한 <국자전傳>을 티저북으로 만나보았다. 

<국자전>은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한 정은우 작가의 작품이다.

"국자는 아홉 살에 첫사랑을 만났고, 열 살에 고아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이국자는 어려서 부모와 동생을 잃는다. 

그리고 이모의 보살핌으로 어른이 되고 지금은 독립해서 나가 살겠다는 딸 박미지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는 중이다. 

딸 미지의 독립선언은 벌써 세 번째이다.

독립선언을 할 때마다 국자는 음식을 차려주고는 먹고 이야기하자고 한다.

그런데 엄마 국자의 음식을 먹고 나면 설득당한다.

그렇게 세 번째 독립선언을 하게 된 미지는 또 음식을 먹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대화가 오고 간다.

모녀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 속으로 들어서면서

북클럽 문학동네 회원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티저북이 너무나 고마웠다.

엄청난 스토리를 만나게 해주었다는 것도 고맙고,

이런 스토리를 만든 멋진 작가를 알게 해준 것도 고마웠다.

그저 평범한 모녀의 대화 같지만 국자는 능력자이다.

소설 속 대한민국 국민은 능력자와 비능력자로 나뉘고 

또 능력자는 적합과 부적합으로 나뉜 이상한 사회다.

'다중능력검사'라는 검사를 통해 국민들을 나누고 보호관찰 등의 부조리를 

서슴지 않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국가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그 사회가 지금의 우리 사회와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조금씩 펼쳐질듯하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반동' 윤수일을 통해서.

전체가 아닌 시작의 일부분만 접했지만 소설의 깊이와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우리가 가진 사회 부조리를 

다른 이름들로 칭하며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정말 너무나 기대되는 작품이다.

"문학동네로부터 티저북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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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 트레인 - 영화 원작소설 무비 에디션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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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릿 트레인』의 원작 소설을 만나보았다. 국내에서도 강동원 주연으로 영화화된 『골든 슬럼버』를 비롯해서 지금까지 11개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다. 정말 엄청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이사카 고타로가 이번에는 신칸센이라는 기차를 무대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의 원제는 『마리아 비틀』로 2010년에 『그래스호퍼』의 후속편으로 출간된 장편소설이다. 두 작품 모두 곤충을 연상시키는 제목이지만 살인청부업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살벌한 책이다. 아니 <불릿 트레인>은 전혀 살벌하지 않다. 살인 장면이 묘사되기는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고, 이사카 고타로의 특유의 유머로 무장한 재미나고 유쾌한 소설이다.


많은 킬러들이 등장하는데 킬러라는 이들이 무언가 허술하고 왠지 모르게 부드럽다. 가장 킬러다운 인물들은 오래전 은퇴한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 킬러와 '왕자'라는 14세 소년이다. 이 녀석은 전문 킬러도 아니면서 살인을 즐긴다. 아니 타인의 감정을 이용해 그 사람을 조정하려고 한다. 너무나 잔인한 가스라이팅 짓거리를 한다. 결국 어린아이를 옥상에서 던지고 알코올 중독자인 소년의 아버지를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인다. 


전직 살인청부업자 기무라는 아들 와타루의 복수를 위해 신칸센 하야테에 오른다. 그런데 그 기차에는 너무나 많은 킬러들이 함께 타고 있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또 각자가 의뢰받은 '간단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문학을 좋아하는 밀감과 토마스 기차의 덕후 레몬도 타고 있다. 또 자기는 운이 너무나 좋다는 14세 소년 왕자도 타고 있다. 그런데 왕자의 행운을 누를 정도의 강력한 '불운'을 몰고 다니는 신입 킬러 무당벌레 나나오가 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나오 - 하필 이럴 때,라는 생각보다는, 역시 이 모양이군, 하고 느껴지는 부분이 더 컸다.

왕자 - 자신의 행운을 정체 모를 불운의 괴물이 덥석 베어 물며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공포였다.


나나오의 이번 미션은 정말 '간단한 일'이었다. 트렁크를 하나 찾아서 첫 번째 역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트렁크의 위치도 알려주었기에 들고 내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나오는 내리지 못한다. 5분만 타면 될 신칸센을 2시간 반 이상을 타게 된다. 그렇게 나나오의 미션 실패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작용을 만들어낸다. 정말 빈틈없이 촘촘한 스토리가 나나오가 신칸센을 내릴 때까지 이어진다. 트렁크를 둘러싼 긴장감은 어느새 새로운 긴장감으로 옮겨가고 왕자는 그 상황을 즐긴다. 


정말 이 정도의 캐릭터가 필요할까 싶은 왕자와 나나오 이 두 명이 이 스릴러의 주인공인듯하다. '악惡'으로 똘똘 뭉쳐진듯한 소년의 모습은 무서울 정도다. 이 소설의 긴장감은 거의 모두 왕자가 맡고 있는 듯하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느냐고 만나는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는 반응을 살피는 머리 좋은 사이코패스. 그런데 그런 소년을 지켜주려고 하는 조금은 순진한 불운의 아이콘 나나오. 정말 이렇게까지 불운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 정도로 안쓰러운 나나오. 나나오와 왕자는 200킬로가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폐쇄된 공간 신칸센에서의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왕자와 나나오 어느 쪽이 더 확률이 높을까?



"RHK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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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2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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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가제본을 순삭하고 2권을 기다렸습니다. 너무나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질 2권도 순삭일 것입니다. 엄청난 스토리텔러 장강명이 들려주는 범인의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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