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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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만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누가 어떤 관점으로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까닭이다. 《식탁 위의 외교》는 전북대학교 안문석 교수가 외교 사절의 식탁이 가지는 의미를 세계사의 주요 이슈들과 함께 들려주고 있다. 외교 행사에서의 식탁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식탁을 가득 채운 음식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이 책을 통해서 재미난 만남을 가져보았다.


이 책은 총 여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달콤한 외교를 시작으로 3. 스토리가 있는 음식 외교를 지나 6. 독한 맛 외교로 끝을 맺는다. 그밖에 깊은 풍미의 외교, 역발상 음식 외교 그리고 씁쓸한 외교까지 세계 외교사에 등장한 맛난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음식은 음식이 아니라 또 다른 문화인 듯하다. 음식으로만 접하게 되는 단순한 의미가 아닌 조금은 다른 의미를 설명해 주고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중요한 세계사의 순간을 함께했던 27가지 식탁의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나고 흥미롭다.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재미와 흥미를 참 많이도 품고 있다. 그래서 최고의 가독성으로 순삭 하게 되는 책이다. 빅토리아 여왕을 사로잡은 인도 시종의 카레는 어떤 향을 품고 있었을까? 핫도그가 외교 음식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5. 씁쓸한 외교의 네 번째 이야기 '일본 총리에게 내놓은 신발 디저트'이다. 이스라엘 스타 셰프의 선택이었다는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베 총리 부부의 디저트를 신발에 담아 낸것이다. 물론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진 신발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신발을 식탁에 놓는다는 것은 무언가 어색하다. 당시에 양측 외교부가 난처해한 것은 당연했으리라. 


상대방 국가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 식탁을 차린다면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외교는 물론이고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할 이들이라면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듯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담은 매력적인 책이 바로 《식탁 위의 외교》이다. 음식이 문화가 되는 멋진 이야기를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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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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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카페》를 만나보았다. 구미호 식당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이다. 이번에도 죽은 이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된 흐름이다. 죽은 이들이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에 버려야 했던 집착이 담긴 물건들을 카페에서 판매한다. 그런데 그 카페는 달이 뜨는 때에만 문을 연다. 밤에도 낮에도 달이 뜨면 구미호 카페는 손님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다. 그런 간절함이 구미호 카페로 이끄는 것이고, 또 그런 간절함은 영원불멸을 꿈꾸는 구미호'심호'와의 계약을 성사시킨다. 


그런데 소원을 이뤄주는 방법이 조금 위험하게 느껴진다. 죽은 이의 시간을 빌려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다. 죽은 이의 시간을 빌린다는 것도 위험해 보이고 구미호와 거래를 한다는 것도 무섭게 느껴진다. 죽은 이가 죽기 전에 가지고 있던 권력이나 경제력 등의 죽은 이의 능력을 20일간 쓰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겁 없는 중, 고등학생인 듯하다. 아니 어쩌면 '간절함'이 두려움을 날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겁 없이 구미호와 죽은 이의 물건을 거래한 인물들이 그렇게 간절히 바란 것은 무엇일까? 죽은 이들이 죽음의 순간까지도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에는 어떤 사연들이 담겨있을까? 주인공 성우는 어떤 물건을 구입할까? 성우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성우가 그토록 바랐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으로 지레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심호가 받아 가는 물건의 대가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까? 


간절함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성우와 재후가 선택한 방법은 각자 달랐다. 사촌지간이고 한 방을 사용하는 룸메이트였지만 둘의 선택은 달랐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두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인물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성우는 영조에게서 어묵과 순대 냄새가 나서 싫다며 상처를 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분식집 딸 영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을 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고, 한없이 부드럽고 무척이나 이성적인 영조의 모습이 좋았다. 이 소설을 접하는 이들도 씩씩한 영조처럼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라는 중심을 잘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다. 구미호가 내려주는 원두커피의 사연을 만나보고 싶다면, 디저트의 맛을 보고 싶다면 달이 뜨는 날에 '구미호 카페'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구미호 카페》를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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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교과서 세계사 토론 - 중·고교 세계사, 24가지 논제로 깔끔하게 정복!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5
박숙현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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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들려주는 책은 언제나 재미와 흥미를 선물해 준다. 하지만 '세계사'라는 시험 과목으로 만나게 된다면 그리 쉬운 과목은 아닐 것이다.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나 방대해서 시작부터 막막할 듯하다. 그런 방대한 양에서 '핵심'만을 뽑아서 흥미로운 '방법'으로 세계사와 친해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파워풀한 교과서 세계사 토론》은 세계사의 의미 있는 사건들을 통해서 역사를 맛보고 찬반'토론'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세계사의 주요 이슈를 24개의 '논제'로 알기 쉽게 정리하고 토론 형식으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아니 역사적 사건들을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토론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생각하는 힘과 역사를 함께 배울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찬성과 반대로 나누고 각 진영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다양한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찬성 의견을 읽고 반대 의견을 생각해 보게도 하고, 반대 의견을 보고 찬성 의견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시대순'으로 24개의 주제를 보여주고 각 주제별로 일정한 과정을 단계별로 거치며 유의미한 '생각'을 끌어내고 있다. 각 주제의 순서는 '학습목표'(중화 인민 공화국의 탄생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로 시작해서 만나보게 될 역사적인 이슈의 원인과 과정, 결과를 알기 쉽게 정리한 '표'로 이어진다. 

사건의 핵심을 표로 정리하고 나면 사건의 역사적 배경 등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본격적인 토론으로 이어질 10가지 질문(마오쩌둥은 어떤 인물이었나요?)을 보여준다. 논제(중화 인민 공화국의 탄생은 중국의 발전에 기여했다)를 주고 토론에서 핵심 쟁점이 될 만한 주장들을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3개씩 정리해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토론 요약서와 찬반 양측의 입론서를 통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생각 만들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역사를 만나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다. 주어진 논제에 찬성과 반대 양측의 생각을 함께 접할 수 있어서 생각을 넓히고 토론하는 방법을 재미나게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세계사와 친해지고 싶은 이들이나 토론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싶은 이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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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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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 그룹 NEWS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작가로 데뷔한 가토 시게아키의 새로운 작품《얼터네이트 Alternate》를 만나본다. 풋풋한 10대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청춘 소설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학교를 떠난 아이도 등장한다. 고등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매칭 앱 '얼티메이트'를 중심으로 '소통'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거기에 '꿈'을 향한 아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더해지고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가독성은 최상이고 스토리는 너무나 풍부한 장편소설이다. 


요리사를 꿈꾸며 고등학생 요리 대회에 참가하는 요리 동아리 부장 니미 이루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자의 개성 있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풍부한 스토리가 담긴 책이다. 밴드 결성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홀로 상경한 드러머(drummer) 나오시가 보여주는 삶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최선을 다하는 청춘의 열정을 너무나 잘 그리고 있다. 소설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얼터네이트를 너무나 좋아하는 반 나즈다. 


반 나즈의 이야기는 소설에 '운명'이라는 흐름을 끌어들인다. 매칭 앱 얼터네이트에서 DNA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 그 결과를 100% 믿는 나즈의 모습이 조금은 당황스럽다. 운명적인 만남이 생물학적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을까? 아니 매칭 앱에서 DNA으로 매칭해준 상대방이 정말 가장 이상적인 짝이 될 수 있을까? 나즈는 매칭 앱에서 92.3퍼센트의 높은 확률을 보여준 가쓰라다를 만난다. 나즈의 예상대로 이상적인 상대방을 찾았을까?


일본 고등학생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오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왠지 모르게 답답했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런데 그 활동은 대학 입시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다. 동아리 활동이 친구,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情을 쌓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점수로 환산되어 더 좋은 입시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린 듯하다.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꿈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전해주길 바란다. 다양한 자신들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일본의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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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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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79. 그렇게 샤오메이가 땅에 묻혔다. 생전에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설립을 겪었던 그녀는 죽어서 군벌의 혼전과 토비의 난무를 피하고 도탄과 파탄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새로운 소설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위화의 첫 전기傳奇소설인 《원청文城》은 주인공 린샹푸가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아 길을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린샹푸가 원청을 찾아 나선 것은 젖먹이 아이를 두고 사라진 부인을 찾기 위해서이다. 아내 샤오메이에 대한 사랑이 길을 나서게 한 것인지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기 위한 아비의 사랑이 길을 나서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야기는 엄청난 '사랑'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배경은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의 설립으로 극도로 혼란한 중국의 시골 마을이다. 국가 공권력이 무너지고 부패한 지방 관리들의 횡포 속에서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민초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개인사가 어떻게 역사의 흐름에 묻혀 함께 흐르는지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무심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나 기가 막혀서 먹먹함을 피할 길이 없다. 특히 샤오메이와의 악연으로 고향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버리고 타지에서 젖먹이를 키우다 토비 단과 싸우게 되는 린샹푸의 삶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중국의 격변기를 살았던 젊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린샹푸의 삶이 너무나 불쌍하다. 책은 그런 린샹푸의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또 하나의 이야기'에서 샤오메이와 아창의 삶을 보여준다. 첫 이별에서는 린샹푸로부터 보물을 훔치더니 두 번째 이별에서는 린샹푸의 딸에게서 엄마를 훔쳐 달아났다. 이 소설 속 최고의 빌런을 뽑으라면 샤오메이일 것이다. 금괴는 잃어버리면 다시 찾으면 되지만 잃어버린 엄마와의 인연은 어떻게 해야 할까? 린샹푸는 아기에게 엄마와의 인연, 사랑을 찾아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린샹푸의 비극은 샤오메이로부터 시작되었다. 

어긋나버린 '사랑'을 찾아 남쪽으로 향하던 린샹푸는 한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자신들을 남매라 소개하던 샤오메이와 아창의 말투와 비슷한 말을 하고, 아창이 들려준 고향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해서 그곳에서 아내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아기였던 딸이 상하이로 유학을 갈 만큼 세월이 흐르고 마을의 주인도 바뀐다. 토비. 총을 든 강도떼가 마을을 습격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또 다른 이슈를 만난다. 그리고 그 시대가 만든 비극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민초民草들의 비참한 모습을 통해서 중국의 사회상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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