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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평점 :
p.579. 그렇게 샤오메이가 땅에 묻혔다. 생전에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설립을 겪었던 그녀는 죽어서 군벌의 혼전과 토비의 난무를 피하고 도탄과 파탄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새로운 소설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위화의 첫 전기傳奇소설인 《원청文城》은 주인공 린샹푸가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아 길을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린샹푸가 원청을 찾아 나선 것은 젖먹이 아이를 두고 사라진 부인을 찾기 위해서이다. 아내 샤오메이에 대한 사랑이 길을 나서게 한 것인지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기 위한 아비의 사랑이 길을 나서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야기는 엄청난 '사랑'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배경은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의 설립으로 극도로 혼란한 중국의 시골 마을이다. 국가 공권력이 무너지고 부패한 지방 관리들의 횡포 속에서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민초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개인사가 어떻게 역사의 흐름에 묻혀 함께 흐르는지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무심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나 기가 막혀서 먹먹함을 피할 길이 없다. 특히 샤오메이와의 악연으로 고향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버리고 타지에서 젖먹이를 키우다 토비 단과 싸우게 되는 린샹푸의 삶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중국의 격변기를 살았던 젊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린샹푸의 삶이 너무나 불쌍하다. 책은 그런 린샹푸의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또 하나의 이야기'에서 샤오메이와 아창의 삶을 보여준다. 첫 이별에서는 린샹푸로부터 보물을 훔치더니 두 번째 이별에서는 린샹푸의 딸에게서 엄마를 훔쳐 달아났다. 이 소설 속 최고의 빌런을 뽑으라면 샤오메이일 것이다. 금괴는 잃어버리면 다시 찾으면 되지만 잃어버린 엄마와의 인연은 어떻게 해야 할까? 린샹푸는 아기에게 엄마와의 인연, 사랑을 찾아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린샹푸의 비극은 샤오메이로부터 시작되었다.
어긋나버린 '사랑'을 찾아 남쪽으로 향하던 린샹푸는 한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자신들을 남매라 소개하던 샤오메이와 아창의 말투와 비슷한 말을 하고, 아창이 들려준 고향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해서 그곳에서 아내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아기였던 딸이 상하이로 유학을 갈 만큼 세월이 흐르고 마을의 주인도 바뀐다. 토비. 총을 든 강도떼가 마을을 습격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또 다른 이슈를 만난다. 그리고 그 시대가 만든 비극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민초民草들의 비참한 모습을 통해서 중국의 사회상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