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존 연구소 -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생존 전략을 발견하는 곳
박치욱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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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명현상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생체 분자들의 작용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생화학자 박치욱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의 흥미로운 인체, 생명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과학 이야기를 촘촘하게 풀어내고 있는 ​《인간 생존 연구소》인데 미스터리 소설처럼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진다. 소름이 돋는 까닭을 알아가는 것도, 산사자가 의미하는 것을 만나보는 것도 흥미롭고 재미나다. 이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생명과학 책은 오랜만이다. 물을 급하게 많이 먹으면 신체에 어떤 영향이 생기게 될까?


생존을 위해 오랜 시간 진화해온 인간의 모습을 총 3부 14장에 담고 있다. 《인간 생존 연구소》는 1장 산사자를 만났을 때에서부터 14장 몸속 국경을 지키는 자치 정부까지 흥미롭고 재미난 과학 이야기를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게 한다. 담고 있는 과학 이론의 깊이와 폭은 지적 즐거움을 맛보기에 적당하다. 각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즐겁게 만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만나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과학의 즐거움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교수실에 있는 10년 된 콜라는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까?


14개 장 모두 재미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중 한 장을 뽑는다면 8장 색채 시각: 내가 보는 푸른 하늘과 네가 보는 푸른 하늘이다. 무지개색이 일곱 가지 색이 된 까닭을 넌지시 알려주면서 색은 물리학이 아니라 우리 뇌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이야기를 너무나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색맹의 유전이 남성에게 많은 까닭도 들려준다. 콜라 1병은 쉽게 마실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조금 꺼려질 것 같다. 콜라에 당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일회용 설탕 22봉지와 맞먹을 정도의 당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쉽게 손이 가질 않을 듯하다.


생존을 위해 진화하던 인류에게 필요했던 것들이 도태淘汰된 까닭은 무엇일까? 기적의 다이어트 약의 허와 실은 무엇일까? 저자 박치욱 교수는 《인간 생존 연구소》를 통해서 이렇게 주변의 이야기를 과학으로 끌어오고, 과학 이야기를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잘 버무려 편안하고 쉽게 과학을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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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성 ㅣ 책깃클래식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재용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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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빨강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 』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또 다른 명작 소설 《푸른 성 The blue castle 》 을 만나보았다. 첫 문장부터 무언지 모를 반전과 복선을 예감하게 한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특색 있는 문체와 촘촘하게 잘 짜인 스토리가 돋보이는 흥미로운 로맨스 소설이다. 로맨스 소설 여주인공 치고는 밸런시는 아름답지 않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20세기 초 여성들의 삶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사회소설처럼 보인다. 당시의 사회상 그리고 가족 내 여성의 모습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다. 책 표지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인공 밸런시의 '푸른 성'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한다.


p.008. 그녀를 아프게 한 것은 노처녀 말고는 다른 뭔가가 되어볼 기회조차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남자도 그녀에게 사귀자고 한 적이 없었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노처녀 벨런시는 엄청난 시련을 맡게 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커다란 시련이 밸런시에게 '자유'를 선물한다. 대가족 그리고 당시 사회상을 놀라게 할 벨런시의 자유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할까? 평범한 노처녀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습은 자유를 찾아가는, 미래의 길을 찾아 나서는 용기로 보인다. 참정권도 없던 20세기 초 여성들에게 자유는 어떤 의미일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동시대를 살면서 여성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몽고메리의 정말 매력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주인공 벨런시의 마음속 보물이 푸른 성이다. 누군가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내'가 되는 공간. 이야기의 시작이 자유를 찾아 나선 말괄량이 벨런시의 이야기라면 결말에서 만나게 되는 벨런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만끽하며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숙녀의 모습이다. '푸른 성'에 갇힌 공주가 아니라 푸른 성의 밝은 빛을 현실로 끄집어낸 용기 있는 투사다. 노처녀 말고 다른 어떤 것도 해보지 못했던 벨런시의 오늘을 응원하게 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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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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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9. 인공지능 기계와 자동화에 숨어 있는 가장 커다란 위험은 바로 개별적 인간의 비인격화다.

AI 인공지능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인간의 일자리 직업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미래 그것도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직업들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철학가 이진우 교수가 들려주는 AI와 직업에 관한 이야기 《일이 사라진 세상》의 주요 흐름은 AI가 위협하는 직업군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위협하고 있는 인간의 가치에 있다. 인간에게 ‘직업’의 의미는 무엇일까?에서 시작한 생각은 인간의 존엄성, 가치에 머문다. 직업과 인간의 가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철학이 AI를 만나 만들어낸 깊이 있는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시작은 AI가 위협하고 있는 직업과 위험 정도를 가볍게 논하고 있다. 점점 깊이를 더해가는 이야기는 철학적 사고에 닿는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와 AI, 직업과 존재론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철학을 다룬 책이 좋은 점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는 것이다. 니체도, 한나 아렌트도 읽었었는데 《일이 사라진 세상》 속 니체의 문장들과 아렌트의 사상은 또 다른 지적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기술적 실업’은 우리들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AI 시대의 노동 종말은 축복일까? 비극일까? 다양한 생각을 깊이 있게 만나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철학자의 눈에 비친 AI의 위협은 단순히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 데 있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는 데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촘촘하게 보여준다. AI에게 노동이라는 ‘자리’를 내어준 인간은 어디에서 그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삶의 의미,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해오던 직업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성공에 따른 성취감이 직업이 주는 삶의 의미이고 그 의미는 존재 가치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AI 시대에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직업의 상실이 아니라 존재 가치의 상실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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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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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문학상,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 등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는 중국 작가 옌렌커閻連科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연월일年月日》을 만나보았다. 한재旱災​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고 극심한 가뭄을 피해 떠나는 사람들과 남은 사람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잔잔한 흐름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가뭄을 피해 떠나는 대신 마을에 남는 것을 선택한 셴 할아버지와 앞이 보이지 않는 ‘눈먼 개’의 동거가 이야기의 주요 흐름이다. 둘이 애지중지하며 기르는 옥수수의 새싹이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이라는 절망을 향해가던 이야기가 옥수수 새싹이 등장하면서 희망으로 향한다. 차분한 분위기로 서술하고 있지만 마음은 다음 페이지를 그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슬프고 아름답고.


《연월일》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세상 가장 어려운 상황을, 극한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까닭 모를 상쾌함도 보인다. 삭막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지키는 일흔둘의 셴 노인과 눈먼 개 때문일 것이다. 엄청난 가뭄에 우물물도 마른 상황에서 노인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극한에 몰린 사람이, 죽음이 더 가까운 나이의 노인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p.27. 그는 나이가 일흔하고도 둘이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일흔둘’이라는 나이를 반복해서 노출시킨다. 존재의 의미보다는 죽음, 상실의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될 노인의 나이를 강조하고 싶었던 까닭일까? ‘일흔둘’의 노인은 존재의 의미를 찾이 간다. 눈먼 개와 새싹을 통해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대문학하면 떠오르는 난해함이나 어려움은 보이지 않는 의도가 명확히 보이는 명쾌한 책이다. 그래서 더욱더 공감하며 즐거운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북다방1기​라는 행복한 경험이 이런 즐거운 시간을 만들게 한다. 셴 노인이 찾은 존재의 의미, 삶의 의미를 책을 통해서 찾아보고 싶다. 그래서 좋은 책과의 만남이 소중하고 그래서 북다와의 만남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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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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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북다를 통해서 만나보았다. 책다방 1기의 두 번째 책선물 ​《생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스터리다. 연속된 사건들의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생가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린다. 작품의 첫인상은 '오싹함'이다. 도편수 범근의 죽음 장면은 이야기의 색깔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스릴러. 미스터리 스릴러를 바탕으로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사회문제까지 담고 있다. 대물림된 상처의 아픔, 부조리한 권력의 이면까지 팩트에 허구를 절묘하게 짜맞추어 사실감을 더한다.


2025년 『커미션』으로 데뷔한 신재민 감독의 첫 장편소설인 《생가》는 처음 집필 의도가 시나리오인 까닭인지 읽는 내내 영상이 떠오른다. 오싹한 죽음 장면이 떠오를때는 지상파 TV드라마로는 제작이 불가능하겠다는 오지랖도 부려본다. 독재 정권을 이끌었던 전직 대통령의 생가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작과 함께 그 집을 지었던 도편수가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한다. 가능할지도 의심스러운 묘한 방법이다. 얼마나 무서우면, 공포의 크기가 얼마나 크면 그런 끔찍한 자살을 선택할까? 그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 또 등장하면서 '왜?'라는 의문이 계속 이어진다. 정말 그런 죽음이 가능할까?


생가는 왜 꼭 다시 지어야할까? 그리고 그 집을 뚤러싼 죽음의 모습은 왜 이렇게 끔찍할까? 서서히 진실에 접근하면서 전통신앙이 등장하고 현대사를 함께 버무려 기묘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정말 미친 스피드로 결말을 향해서 빠르게 직진한다. 마치 장면 전환이 빠른 영화 한편을 본듯하다. 전통가옥의 비밀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의 결말은 상상하지 않는게 좋을듯하다. 시작부터 강한게 기다리고 있으니 시작부터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이다.


p.15. "다만 내 집은 누추하니……문을 두드리지 말라……."


공포와 미스터리의 만남을 이렇게 잘 버무릴 수 있을까?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까닭을 바로 알아챌수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의 아주 멋진 굉장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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