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도시로 읽는 일본사 - 익숙하고 낯선 도시가 들려주는 일본의 진짜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지음, 전선영 옮김, 긴다 아키히로.이세연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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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아마도 역사는 들여다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역사를 '도시'를 통해서 들려주고 있는 <30개 도시로 읽는 일본사>를 만나보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30개 도시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설명하면서 일본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역사를 중심으로 문화, 종교, 생활 실용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든 조 지무쇼(造事務所)라는 단체에서 만들었다. 일본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일본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책은 역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도시가 생기게 된 배경과 발전 과정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일본 역사라는 큰 틀보다는 교토라는 도시의 역사를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일본사라는 큰 흐름을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들의 역사를 자세하게 알기에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가 생기는 과정이 다양한 만큼 들려주는 이야기도 다양하고 흥미롭다. 상업이 먼저 발달한 도시부터 공업이 발달해서 지금까지도 공업이 기반인 도시까지 그들이 가진 재미난 생성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목차부터 흥미롭다. 삿포로, 도쿄, 요코하마 등 익숙한 도시들도 있고 스와, 이세, 이마이 등 낯선 도시들도 있다. 거기에 각 도시가 위치한 지방의 이름도 간토 지방, 오키나와 지방, 홋카이도 등의 익숙한 지방과 주부 지방, 주고쿠 지방, 시코쿠 지방 등의 낯선 지방 이름도 있다. 목차부터 일본 역사에 조금 다가선 느낌을 받게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 대해 무지한 독자들을 위해 첫 페이지에 이 도시의 위치와 각 지방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 도시의 시작에는 그 도시가 속한 지방의 지도와 함께 그 도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도시를 접하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서 알았으면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p.344 대부분의 시민은 지금도 '히카타'라는 이름에 애착이 간다고 한다. 왜 그런 것일까? - 후쿠오카

p.265 교토는 어떤 역사를 밟으며 오늘날과 같은 대도시로 부활하게 되었을까? - 교토

흥미를 끌어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한 책은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장소와 인물들의 사진을 함께 싣고 있어서 이 책이 가진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또 역사 속 시가지 도면과 현재의 도면을 함께 보여주며 이해를 돕는 친절함도 잊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막부 이야기에서 일본 내부의 전쟁 이야기까지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일본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역사적인 장소를 여행하고 싶다는 욕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일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특징, 성향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p.196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상술이 뛰어나다는 현대 나고야인의 기질은 무네하루가 지향한 바를 계승한 것일 터이다. - 나고야

p.252 상인에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고, 그 경험 속에서 배양된 유머가 오늘날 오사카 문화를 대표하는 '웃음'에도 계승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오사카

일본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눈에 보기는 어렵지만 일본 도시들이 가진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일본 역사를, 일본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이에게는 일본사를 새롭게 보는 신선함을,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여행지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다산초당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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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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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아킬레우스의 노래를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된 매들린 밀러의 신화소설 <키르케>를 만나보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마녀로 서양 문학의 첫 마녀라는 키르케가 주인공이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들이다.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도,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우스도 남성이다. 또 그리스 신화에서의 주인공은 제우스 주위의 높은 지위의 신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 키르케는 하급 여신 님프이다. 하급 신 님프이지만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딸이다. 티탄 신족으로 왕궁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그런 키르케가 왕궁이 아닌 외딴섬에서 홀로 외롭게 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p.9. 맨 처음 태어났을 때 나에게는 걸맞은 이름이 없었다.

이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문장이 보여주고 있듯이 키르케의 존재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님프 중에서도 영향력 제로인 존재다. 그런 님프 키르케가 자신을 둘러싼 그리스 신화를 들려준다. 여성 작가가 여성 주인공을 통해서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선다. 접해본 이야기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서는 신기한 경험을 선물하고 있다. 특히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낳은 키르케가 직접 오디세우스에 대해 들려준다. 물론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도 남편을 평가한다. 두 여인의 만남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현재였다면 이 둘의 만남은 막장 드라마로 그려졌을 것 같은데.

 

님프 키르케가 마녀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질투와 배신이 아니었다면 키르케는 지금까지도 티탄 신족의 왕궁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에 눈이 먼 님프 키르케는 인간 글라우코스를 신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 인간이 배신을 한다. 그렇게 키르케는 자신 속에 숨어있던 마녀의 능력을 끌어내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남성들은 '돼지'가 된다. 그런데 그 자격마저도 의심받게 된다.

p.253. 사실 남자들은 돼지로서 자격미달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남성들은 진짜 '돼지보다 못하다' 그 시작은 키르케의 아버지 헬리오스이다. 제우스와 딸을 두고 협상하고 그 결과 키르케는 외딴섬에 유폐 된다. 그렇게 님프 키르케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외딴섬 아이아이에의 마녀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 삶이 키르케에게 자신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p.108. 나는 숲속으로 들어갔고 이렇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오디세우스도 만나고 모성애도 만나게 된다. 제우스의 힘에 딸 키르케를 포기한 아버지 헬리오스와는 다르게 아들 텔레고노스를 지키기 위해 여신 아테나와 맞선다. 하급 신 님프로서 전쟁의 신 아테나와 맞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키르케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 키르케는 용감하게 맞선다. 그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지킨 아들 텔레고노스가 자신을 떠날 때 다시 한번 마녀 키르케는 엄마의 사랑을 보여준다. 자신의 행복보다 자식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멋진 마녀 키르케는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과오를 정리하기 위해 아들이 만든 배에 오른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많은 인간들이 죽게 되자 키르케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바다 괴물 스킬라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키르케의 옆에는 의외의 인물이 함께 한다. 그 위험한 길을 함께 하겠다고 나선 인물은 누구일까? 키르케가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어 한 그는 누구일까?

p.485. 나는 후회와 세월이 새겨진 거석처럼 너무 오랫동안 칙칙하고 근엄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건 남들이 나를 억지로 끼워맞춘 틀에 불과했다. 이제 그 안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었다.

힘으로 세상을 살려고 하는 명예욕에 눈먼 남성들이 멋지게 그려지는 많은 신화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리스 신화를 만나고 있는 데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특별한 신화 소설이다. 키르케의 사랑이 만들어내는 신화는 전쟁과 싸움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떠나는 아들의 꿈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혹독한 삶을 준 신들을 용서한다. 아마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존재를 찾은 키르케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키르케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지막 문장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p.500. 나는 찰랑거리는 사발을 입술에 대고 마신다.


"이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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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SALAD - 비밀 드레싱을 곁들인 83가지 요리법 cooking at home 3
김유림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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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무수히 많은 요리책 사이에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찬찬히 알려준다는 '쿠킹 cooking at home'의 슬로건이 바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집에서 요리 수업을 받는 것 같은 편안함과 같은 요리를 색다르게 접근하는 요리법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있는 '쿠킹 앳 홈 cooking at home'시리즈의 세번 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샐러드 SALAD> 제주도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며 요리 수업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유림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83가지의 요리법을 알려주고 있다. 편안하게 또 쉽게 구하고 접할 수 있는 재료와 요리법이 촘촘하게 담겨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독특한 '비밀 드레싱'을 곁들인 83가지의 요리법의 핵심은 역시 저자가 들려주는 자신만의 비밀 드레싱이다. 가끔 비밀 드레싱이나 자신만의 요리 노하우를 공개하는 셰프들의 황당한 재료들이 아니라 집에서, 주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비밀 드레싱'이라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고가의, 구하기 힘든 재료로 만드는 비밀 드레싱이었다면 외면하고 무시했겠지만 손쉽게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나 좋았다. 비밀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를 내놓을 수 있다면 매력적인 식탁이 될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많지만 그중 가장 큰 장점은 요리를 전혀 모르는 이들도 이 책에서 알려주는 요리법을 순서대로 따라 하다 보면 한 집안의 셰프는 충분히 될 것이다. 이 책은 개의 파트한 개의 보너스로 구성되어 있다. 시작은 샐러드란 무엇인지 또 재료, 드레싱 종류 그리고 조리 도구를 친절하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함께한 사진들이 샐러드 요리에 대한 이해를 더욱 쉽고 편안하게 해준다. 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남은 샐러드 활용하기'가 이 책의 '특별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파트부터 네 번째 파트까지는 요리 난이도에 따른 초급, 중급, 고급의 샐러드 요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텍스트의 기본 구성은 해당 샐러드의 완성 사진과 해당 샐러드의 유래나 요리 이야기 그리고 레시피를 두 페이지에 걸쳐 담고 있다. 그런데 두번째 페이지 하단에 이 책의 '특별함'이 또 보인다. 해당 샐러드 요리의 디테일한 요리 팁을 박스에 담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0여 가지가 넘는 색다른 드레싱을 더한 샐러드 요리를 담고 있는 책은 책의 끄트머리에서 마지막 특별함을 보여준다. 보너스 Bonus_저장 샐러드.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샐러드를 긴 시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샐러드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곳에서 시작해서 저장 샐러드라는 응용으로 끝을 맺는다. 성인병 예방 식단으로 '지중해 식단'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중해 식단의 특징 중 하나가 샐러드이다. 이 책은 집에서, 주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바탕으로 한 샐러드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마치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소개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기초부터 고급까지 샐러드 요리법을 쉽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는, 건강한 삶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테이스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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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가 일 잘하는 법 - 선배도, 상사도, 회사도 알려주지 않은
피터(Pete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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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가 일 잘하는 법>13년 경력의 전략기획자 Peter의 실전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받을 수 있는 책인듯하다. 보통 '기획'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이디어'이다. 그것도 색다르고 독창적인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프레임을 단칼에 바꾼다. 그리고 그 프레임을 논리적으로 또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기획도 연습해야 하고 연습을 통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연습을 통해서 창의성을 개발한다는 주장은 본 적이 있었지만 창의성이 아닌 논리적인 사고를 발전시켜 창의성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사고의 전환이 좋았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발상 방법을 훈련하는 책들은 접해본 적이 있지만 이 책은 기획의 바탕을 논리적인 해석에 두고 있다.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찾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보고 결과를 숫자로 표현하는 논리적인 사고의 중요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프레임을 가볍게 깨부수는 저자의 발상이 신선했다. 그런데 그 신선한 발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논리적인 사고로 창의성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을 것 같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늘 불안하던 전략회의를 조금은 편안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자가 들려주는 노하우를 충분히 습득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남았지만 그 과정은 틀림없이 유의미한 과정이 될 것이다.

창의성보다는 논리적 사고가 가진 의미를 설명하는 책의 큰 틀은 세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기획, 조직 그리고 피드백 등 회사 일에 대한 기본을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파트 결과의 차이를 바꾸는 전략기획의 기술에서는 숫자로 일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비롯한 기획 실무를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도표, 그림 등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쉽고 편안하게 기획에 필요한 실전 노하우를 접할 수 있었다. 또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곁들이고 있어서 흥미와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기획이라는 업무에 필요한 이론들을 정리하고 직접 경험한 일들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의 마지막 파트는 기획자라면 꾸준히 접하고 학습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실적을 보다 보기 편하게 숫자를 통해서 표현하는 방법이나 뉴스를 보면서 기획에 필요한 프레임을 그려보는 방법 등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의 향기, 품격이 이런 것일까?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 이 책을 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양한 이름으로 접하게 되는 '기획'이 그렇게 낯설고 어렵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창의성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디어 생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정말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아이디어 회의가 두려운 이들에게 꼭 전해주는 배려를 기대해 본다. 물론 창의성 부족을 극복하고 싶은 이들이나 논리적 사고를 확장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싶은 이들은 배려를 기다리지 말고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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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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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곳(live)이다'라고 하며 주택 구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 특히 아파트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 그래서 <세대주 오영선>에서 '거인의 어깨'로 표현되는 '대출'을 얻어 아파트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거인의 발걸음을 이용해서 부(富)에 다가서려는 것이다. <세대주 오영선>은 아파트 이야기이다. 아파트에 흐르는 특별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들에게 아파트는 추억이 담긴 집, 가정일까? 자산증식을 위한 재테크 중 하나일까?

p.91. 부동산을 사는 것은 시간을 사는 겁니다.

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창비'좋은어린이책'창작 부문 대상 등을 받으며 어린이청소년문학 창작자로 활동하던 최양선작가가 처음으로 성인들을 만나는 작품인 <세대주 오영선>은 세 명의 여인들을 통해서 집에 대한 깊은 생각을 끌어내고 있다.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에 대한 답을 너무나 평범한 삶은 살고 있는 세 명의 청년들에게서 찾아보려 한듯하다. 세 청년이 만들어가는 시간은 같은 오늘을 살지만 조금씩 다르다. 그 다른 시간의 흐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일이 더 불안하다. 불안한 내일을 안고 오늘을 살아야 하는 세 청년의 모습이 씁쓸하다.

 

p.143. 영선이 바란 것은 결코 특별한 삶이 아니었다. 노력하면 가질 수 있는 미래를 바랐을 뿐이다. 

6개월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청약저축통장을 찾게 된 영선은 청약통장의 의미를 모른다.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9급 공무원 준비를 하는 영선은 대출은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은 죽을 때까지 대출이라는 덫에 발목 잡혔었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곁에 머물기 때문일 것이다. 영선은 전셋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청년 아직도 집을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로 생각하며 감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때 두 청년이 등장한다. 영선보다 더 감성적인 휴씨와 영선보다 더 현실적인 주 대리.

 

p.65."……사실 둘째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점수를 높이려고 가졌죠."

주 대리는 영선과 같은 직장을 다니는 정직원이다. 우연히 마주친 뒤로 서로 다가서게 된 인물인데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워킹맘이다. 현실적인 주 대리는 영선에게 부동산의 의미, 대출의 긍정적인 의미 등을 가르쳐준다. 주 대리가 그렇듯 이제 둘째 아이 출산은 아파트 청약용인 듯해서 아프고 슬프다. 주 대리의 시간은 현재를 팍팍하게 살면서도 미래의 행복에 맞춰져있다. 그런데 주 대리가 꿈꾸는 행복한 내일은 '아파트'와 함께이다. 그래서 모델하우스를 부지런히 다닌다. 어느 순간 그 옆에 영선이 함께 한다.


p.154."어디든, 다른 곳을 찾으면 돼요.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 될 테니까요. 이건 내 선택이에요."

휴씨는 영선이 힘들고 지칠 때면 찾는 카페 휴의 주인이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할 때 왜 우리는 집이 아닌 다른 장소를 찾을까? 아마도 집에 혼자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집이 주는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선도 외진 골목에서 휴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곳이 주는 편안함에 자주 그곳을 찾는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듯한 편안함이 있는 나만의 장소를 가지고 있는가? 아직 없다면 외진 골목 카페 휴를 찾아보길 바란다. 휴씨의 사연은 아파트가 가진 의미가 집, 가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재테크에 함몰되는 순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준다.


영선과 주 대리,그리고 휴씨가 들려주는 집 이야기는 각자 삶의 시간과 연결된다. 오늘의 행복에 만족하며 오늘을 사는 이도 있고, 미래를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접어놓은 삶도 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뇌하는 이도 있다. 그들이 내린 삶에 대한 선택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러니 각자의 선택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지금도 오르고 있을 부동산 가격에 가슴 한편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야기 속 영선을 만난다면 무조건 아파트는 사라고 할 것이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서라도. 그럼 아마도 영선이 내게 고마워할 것 같다. 이 소설의 배경이 2017년이라고 하니 더 고마워할 것 같다. 아파트라는 괴물 주위를 맴도는 특별한 시간의 흐름을 재미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사계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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