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의 초대 - 하루 한 편 고전 시가 날마다 인문학 5
안희진 지음 / 포르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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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안희진 교사의《오래된 시의 초대》를 만나보았다. 고등학교 고전 교과서를 집필한 저자의 깊은 내공을 담은 책은 포르테 출판사의 '날마다 인문학'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겉모습이 손을 끌고, 책장 속에 담은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제 '하루 한 편 고전 시가'가 알려주듯 이 책은 향가에서 한시까지 고전 시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사랑하면 세트로 등장하는 '이별'이야기가 더 와닿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래된 시의 초대》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고전시가들을 감성 넘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해석한, 이성과 감성의 조화 너무나도 잘 이루어진 책이다. 40편의 고전 시가를 4계절, 4부로 나누어 담고 있다. 특별히 계절적인 배경을 보이지 않는 작품들도 많은데 계절의 흐름에 따라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보여주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랑도 삶의 일부인지라 사랑도, 이별도 삶의 흐름과 함께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 속에, 세월 속에 흐릿해지는 이별의 기억도, 강렬함을 잃어가는 사랑의 기억도 삶의 일부인 까닭인지도.


지루하고 난해하게만 느껴지던 고전 문학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드는, 천천히 빠져들게 만드는 멋진 책이다. 《오래된 시의 초대》속에 소개하고 있는 40편의 고전시가를 통해서 고전시가의 새로운 세계를 접한듯하다. 재미나고 흥미롭다. 주제가 사랑과 이별이라는 점이 그리 큰 역할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교육자로서의 오랜 경험과 깊은 내공이 고전시가라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 말 상, 졸, 병, 차 등의 단어들과 뜻은 다르지만 음(音) 이 같은 단어들로 멋진 언어유희를 보여주는 소백주의 작품도 있고, 모든 풀은 다 심어도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만은 심지 않겠다는 작자 미상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고전문학하면 등장하는 클리셰 같은 인물들과 작품들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10대 때 만났던 〈제망매가〉와 50대에 만난 〈제망매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래된 시의 초대》는 초대에 응하는 모든 이들에게 고전시가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진솔한 삶의 빛깔을 보여줄 책이다.


p.63. 사랑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표현들을 생산해 내는 언어의 보고(寶庫)이다.


p.136. 그러고 보면 누군가에게서 선물을 받는 일은 단순히 물건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주는 이의 일부를 받는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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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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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년 전, 《이상한 집》이라는 책을 썼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며 그 책을 '다큐멘터리 소설'이라고 소개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설계 도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현실감 있게 다가선다. 작가가 접하게 되는 집에 관련된 11개의 이야기는 환상적인 미스터리다. 그런데 공중에 떠있는 듯한 그 환상을 현실로 끄집어내리면서 이야기는 현실 속 미스터리가 된다. 도면 속 그림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추악한 인간의 모습도 드러난다. 누가누가 더 추악한가 경쟁을 하듯 11개의 도면이 진실을 보여준다.


작가 우케쓰의 전작《이상한 집을 만나보지 못한 까닭에 작가와의 만남은 처음이다.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접해보았지만 도입부에 추리하며 읽으라는 문장을 만나본 기억은 없다. 자신의 스토리에 자신이 있어서 도발한 것인지 미스터리 소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추리하면서 읽어 보기 바란다.'라는 문장은 시작부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 책을 두 단어로 표현하자면 '반전''몰입'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몰입도의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으니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책장을 열기 바란다. 하지만 그리 큰 걱정은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순삭'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집 2變な家 2:11개의 평면도》의 설계도면이 품은 미스터리 속 비밀을 풀어가는 중심 역할은 구리하라라는 건축설계사와 필자가 맡는다. 필자는 11개 도면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들을 촘촘하게 조사하고 구리하라는 설계도면과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11개 도면이 담고 있는 진실을 추리해 간다. 11개의 도면에 각각의 스토리를 담고 다시 11개의 스토리가 하나로 이어진다. 각각의 스토리는 필자가, 그 스토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건 구리하라가 담당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전을 심어 놓는다. 필자와 구리하라의 추리 대결.


작가가 왜 꼭 추리하면서 읽어보라고 했는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만나게 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 이렇게 된 거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때쯤 그거 아닌 대하고 놀리듯 다시 반전을 들고나온다. 어설픈 추리는 반전의 매력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비밀은 무엇일까? 11개 도면이 이어질 때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만나보길 바란다. 요즘 들어 가장 몰입하며 읽었던,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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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역사 - 이해하고 비판하고 변화하다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도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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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수식이다. 그래서일까? 경제학은 난해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역사는 언제나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아마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는 많은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학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 역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런던 정치경제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경제사와 경제 사상사를 가르쳤던 니알 키시타이니가 들려주는 경제학의 역사는 재미나고 흥미롭다. 경제학의 많은 이론들도 등장하지만 경제이론보다는 그 이론을 주장했던 경제학자들과 그 이론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주인공인 까닭일 것이다.


《경제학의 역사》는 총 40개 챕터로 구성된 책이다. 하지만 각 챕터의 분량이 아주 짧아서 가독성이 아주 뛰어나다. 또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있는 경제이론과 경제학자들의 등장으로 쉽고 편안하게 계속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책을 열자마자 등장하는 아주 작은 글자들로 요약된 경제학 연대표(연대표로 보는 경제학의 역사)가 겁을 주지만 무시하고 넘어가면 재미나고 흥미로운 경제사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완독 후에 다시 경제사 연대표를 보면 여유롭게 편안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경제학이 매력적인 까닭을 경제학이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은 챕터를 넘어갈수록 공감하게 된다. 그리스 철학자들의 경제 이론은 무엇이었을까? 시장 경제, 자유 무역을 주장했던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의 고전주의 경제학을 지나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만나게 되고 '보호무역'에 이르게 된다. 당시 미국은 보호무역이라는 새로운 경제이론이 왜 필요했을까? 제국주의를, 전쟁을 부추긴 경제이론은 또 제국주의에 반기를 든 경제이론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챕터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챕터 22. 빅 푸시가 가장 흥미로웠다. 일단 빅 푸시라는 낯선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고, 개발도상국이라는 단어가 갖는 또 다른 의미를 접할 수 있었다. 제국주의의 피해자였던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경제 개발을 성공한 나라가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제벌이라는 빅 푸시의 또 다른 모습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현제 우리나라의 문제는 무엇일까? 노벨상이 문제가 많은 것은 알았지만 현재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흑인 수상자가 단 한 명이라는 점은 무엇을 의미할까? 경제학의 의미를, 경제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p.15. 정확한 관찰에 현명한 판단이 더해지면 경제학은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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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심은경 지음 / 담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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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담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힘겹고 두려울 것 같다. 처음 접하는 낯선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일 것이다. 하지만 영어 공부방을 시작으로 작은 영어도서관을 거쳐, 현재 두 곳의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CEO 심은경은 자신의 책에서 '닥치고' 시작하라고 말하고 있다. 준비가 미흡해도 용기 내어 부딪혀보기를 권하고 있다.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시작'이라는 의미를 새롭게 전달하고 있다. 심은경이 들려준 시작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장을 먼저 읽어도 좋을 만큼 각 장의 내용이 '공감'이라는 한곳을 향해가고 있다. 너무나 많은 공감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인생이라는 길에 놓인 우리들 모두가 함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용기 내어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듬뿍 담고 있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게 할 엔진이 될 것 같다.


p.137. 나는 학원이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꿈과 목표를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저자 개인의 지나온 삶을 감성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어학원 대표로서, 직장인으로서의 이성적인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감성적인 에세이인데 자기 개발서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자기개발서인데 감성적인 에세이로 다가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감성적인 자기개발서인가? 오랜 영어 교육을 통해 얻은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영어 학습법을 소개하면서도 남들이 말하는 '너다움'이 아닌 나의 내면에서 찾을 수 있는 '나다움'으로 세상에 당차게 나서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쌓은 학원 운영 노하우를 이야기하면서 '아모르파티(Love of fate)'를 들려주고 있다.


p.77. 성실이라는 날개짓이 내 삶을 높이 날아오르게 할 것임을 믿으며.


누구에게나 버거울 '시작'을 가볍게 준비할 수 있게 하는 멋진 책이다.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도망치지 말자','눈을 감지 말자'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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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루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8
김영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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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표지 일러스트와 제목에서 배구 이야기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김영리 작가의 장편소설《슈퍼루키》를 만나보았다. 스포츠를 다룬 소설의 경우 시련을 겪던 주인공이나 팀이 우승이라는 달콤한 성공을 거두는 스토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슈퍼 루키》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성공을 향해, 꿈을 향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노력의 중요함을 알려줄 것 같다.


p.171.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망쳐버린 과거가 아니라 아직 시작되지 않은 미래였다.


어려서부터 배구 선수가 꿈인 나인이나 세주가 단단해지는 모습도 좋았지만 아직 꿈을 찾지 못한 하준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더 좋았다. 고등학생 때 자신의 꿈을 찾고 진로를 정하는 아이들보다는 성적에 맞춰 진로를 정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까닭에 '느림보' 하준이의 당참이 보기 좋았다. 소설의 첫 문장 '나의 꿈은 네모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에서 '꿈'을 이야기한 작가는 '작가의말' 첫 문장에서 '좌절금지!'를 외친다. 아이들에게 꿈을 향해 계속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듯하다.


p.180. 실패했다는 건 도전했다는 증거이고, 지쳤다는 건 노력했다는 것이었다.


U-18 청소년 배구 대표에 뽑힌 유일한 중학생이었던 나인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부상으로 인해 '슈퍼루키'에서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배구부'미꾸라지'가 된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나꾸'이다. 중학생 아이에게 찾아온 슬럼프. 주인공 나인에게 찾아온 슬럼프는 운동, 배구이지만 공부나 미술도, 또 음악도 우리 아이들에게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겪게 할 것이다. 나인이는 이 극심한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할까? 《슈퍼 루키》에는 나인이의 극복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이야기가 담겨있다.


배구 선수 출신의 중학교 배구 감독 아빠와 나인이의 다툼을 보면서, 무조건 기승전결 의대를 고집하는 엄마와 하준의 신경전을 보면서 또 배구 선수를 그만두라고 압박하는 엄마와 세주의 다툼을 보면서 부모라는 무게를 절실하게 느껴보았다. 세주에게는 세주의 꿈을 응원해 주는 훌륭한 감독이었던 나인의 아빠가 나인에게는 피하고 싶은 부모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부모를 생각하는 데 부모는 '옆집 아이'를 생각하고 있느 지도 모르겠다. 분량이나 표지 일러스트는 아이들을 위한 책처럼 보이지만 부모들이,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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