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탐정 1 : 구원받지 못할 자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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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동원 작가의 《천국에서 온 탐정 1》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2022년 출간되었던 『천국에서 온 탐정』의 개정판이다. '구원받지 못할 자'라는 부제도 흥미로운데 두 명의 주인공은 더욱더 흥미롭다. 두 주인공의 직업은 미스터리 소설의 주인공 직업으로 평범하다. 그런데 둘의 전직前職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사 성요한이 경찰서 앞 카페에서 휴식과 함께 즐기던 커피 한 잔이 카페 주인 유진신과 이어준다.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는데 영상이 떠오르는 묘한 매력을 담은 책이다.


이름부터 느낌이 오는 형사 성요한은 모태신앙으로 성직자의 길을 준비하다가 형사가 된 인물이다.'천국에서 온 커피'라는 카페 이름처럼 카페는 교회로도 사용된다. 즉 카페 주인 유진신은 목사이다. 여기까지도 흥미로운데 목사 유진신도 전직이 있다. 법의관. 신神 안에 있던 자와 있는 자, 범죄 현장을 떠난 자와 머무는 자의 오묘한 조합이다. 견해는 물론 행동의 차이도 뚜렷한 두 인물이 한 노숙자의 죽음을 쫓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도입부를 읽다가 작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엄청난 몰입감이 일본의 유명 작가를 떠오르게 한다. 급한 마음은 자꾸 다음 페이지를 향한다. 결말을 보기 전에는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둘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선과 악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녀석을 쫓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한 가스라이팅은 기본인 엄청난 내공을 가진 놈이다. 웃음과 친절의 페르소나 뒤에 숨겨놓은 녀석의 진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까? 결말이 조금 짧은 편이어서 범인의 정체가 혹시 2편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조바심 내며 읽었다. 아주 짧게, 3 페이지 분량으로 2편을 맛보게 해주는 과한 친절, 에필로그가 2편을 주문하게 만든다.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고, 다음 편을 꼭 잡아야 하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천국에서 온 탐정 1》의 스피드한 전개와 풍부한 읽을거리는 넘치는 생각거리로 이어진다. 미스터리를 하나 풀 때마다 악인惡人이 한 명씩 등장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두 콤비를 자극한다. 악인 뒤에 있는 진짜 용서받지 못할 악인을 찾은 듯하다. 모든 정황은 한 사람으로 수렴하는데 물리적 증거가 없다. 영상 제작은 필수인듯한 소설은 확실한 끝을 미루고 다음 편을 예고하고 있다. 『천국에서 온 탐정 2』의 부제는 '천 개의 목숨'이다.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같은 일(죄인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콤비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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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위대한 영웅의 여정에서 내 인생의 길을 찾다
김태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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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관람객 천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3천여 년 전 트로이 전쟁을 담은 『오뒷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경의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이다. 3천 년 전 영웅 이야기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상으로 만나는 『오디세이』 와 그리스신화로 만나는 『오디세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트인문학'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김태진 작가가 풀어주는 『오뒷세이아』를 만나보았다. 저자는 서양미술을 전공하다 그리스 신화의 매력에 빠져 10여 년째 신화를 강의하고 있는 그리스신화 덕후이다. 신화 마니아가 들려주는 이타케의 왕 오뒷세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p.364.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호모 크레안스(Homo Creans)'로 나아가야 한다. 창조하는 인간.


p.368. 당신의 이타케는 어디인가? 그것은 남이 그려준 지도에는 없다. 처음부터 당신의 마음속에 있었다.


『오뒷세이아』를 처음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전쟁에 나가지 않기 위해 연기하는 왕이, 많은 유혹에 한 번쯤은 빠져주는 오뒷세우스가 영웅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에 더 가까웠다. 김태진 작가의 친절한 해설을 만날 수 있는《오뒷세이아,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통해서 오뒷세우스가 영웅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영웅들과는 조금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오뒷세우스는 유명한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가장 사랑한 그리스 영웅이라고 한다. 며칠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의 고향을 돌아가는 데 10년이 걸렸다. 10년의 세월은 등장인물들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오뒷세이아,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각 장은 본문, 오뒷세이아 미술관, 오뒷세우스의 서재, 이야기 사이에로 구성된다. 본문에서는 『오뒷세이아』의 스토리를 원전과는 다르게 시간순으로 들려주고 있어서 편안하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본문 내용을 명화로 풀어주는 '오뒷세이아 미술관', 본문에서 들려주지 못한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사이에'는 지적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오뒷세우스의 서재'에 있는듯하다. 『오뒷세이아』라는 신화가 담고 있는 인문학적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이데거를 시작으로 융, 니체 등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오뒷세이아,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총 3부 10장으로 구성되었다. 3부 여정의 끝에 비로소 만나는 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스토리보다는 《오뒷세이아》가 담고 있는 철학적인 의미들을 들여보고 있다. 《오뒷세이아》를 미술 작품으로 읽는 것 같은 행복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미술 작품들도 아주 많다.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감상을 함께 할 수 멋진 책이다. '에필로그'가 주는 묵직한 울림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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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특성화중학교 - 창작이 금지된 세상, 가장 위험한 비밀 방송
전앤 지음, 단디 그림 / 뜨인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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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인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뜨인돌출판사의 '특성화중학교'의 세 번째 시리즈 《문학특성화중학교》를 만나보았다. 수학, 과학 시리즈에 이어 문학으로 이어진 '특성화중학교' 시리즈의 특징은 이야기 속에 배움을 주는 코너를 담고 있어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다. AI 시대는 문학 작품 창작이라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AI 소설에 대한 많은 기사들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스토리는 AI의 완벽함과 인간의 따뜻함이 만든 글쓰기의 차이와 공통점을 보여주며 천천히 펼쳐진다.


문학특성화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인간의 창작을 금지한다는 '창작금지령'이 아이들을 자전거 페달을 돌리게 한다. 문학이 좋아서 입학한 아이들에게 창작을 금지한 것도 기가 막힌데 교실에서 자전거 페달을 돌리라고 한다. 왜?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것일까? 전앤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웠던 순간이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섭다는 중학생들을 건드렸으니 학교는 어떻게 될까? 아니 정부는 어떻게 될까?


《문학특성화중학교》에는 개성이 아주 강한, 캐릭터가 확실한 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작가를 꿈꾸며 '도담책방'을 방송하고 있는 도담, 로봇 누아와 함께 다니는 '얼음왕자' 곤, 엉뚱함이 매력인 하늘 그리고 전직 아이돌 연습생 소유까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깊고 넓게 확장시킨다. 각자 개인의 숨긴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창작금지령에 맞서는 사이 아이들은 성장한다. AI를 경쟁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인정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과 함께 그리고 있다.


p.200.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훨씬 아름다울 때가 있으니까."


소설 속에 '문특중 문학 수업' 코너를 두어 문학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감시자를 대표하는 '빅브라더'가 등장하는 작품을 비롯해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개된 작품들을 다 만나보았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문학 작품 속 좋은 글귀를 소개하고 있어서 '필사'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문학특성화중학교》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문특중 토론 시간'인듯싶다. 이 코너의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사유思惟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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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미술사 - 자본은 어떻게 예술의 가격을 만들어왔는가
심상용 지음 / 구텐베르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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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심상용 교수가 들려주는 특별한 미술사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돈의 미술사》는 미술의 가격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예술적 가치의 조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예술 작품의 가치와 가격을 만들어온 인물과 제도에 집중하며 약 150년의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돈'의 흐름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톺아보고 있다.


《돈의 미술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림 작품은 많이 볼 수 없다. 대신 경제학 또 가격 형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만날 수 있다. 미술을 이야기하면서 경제를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가격은 제도적 권위, 사회적 욕망 그리고 투기적 기대감이 함께 작용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이 책은 그 결과물에 대해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고 예술 경제와 일반 경제의 차이도 보여준다.


     1부 인상주의 경제학에서는 미술 시장이 탄생하는 순간을 고갱과 고흐를 등장시켜 설명하고 있다. 둘 중 한 명은 시장의 경제 원리에서 고립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돈의 흐름에 편승하였다. 진짜 고갱이 타히티로 간 까닭이 '셀프 브랜딩'이었을까? 제국의 식민지를 지친 근대 영혼의 피난처로 포장한 작가와 예술을 '아름다운 것'이 아닌 '옳은 것'이라 생각했던 작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피카소의 천재성은 그의 전위성에 있지 않다. 자본주의 시장이 어떻게 천재 이미지를 만들고 유통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바로 그 가시성에 있다.


2부 가치와 가격의 부조리극에서는 가격이 가치를 추월하기 시작하는 20세기의 상황을 들여다본다. 피카소의 천재성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피카소의 상품성은 누구의 작품일까? 3부 탁란의 시대에서는 금융시장과 예술시장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바스키아의 급등과 추락은 어떤 의미를 보여주는 것일까? 예술성과는 상관없이 가격이 책정된 작품의 끝은 어디일까? 4부 포획된 예술에서는 제목처럼 경제 논리가, 돈이 지배하는 예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일본에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게 된 사연부터 중동의 오일 머니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허스트의 경우는 작품의 내적, 예술적 가치와 무관하게, 단지 단기 유동성의 변동 상황에 따라 급등한 작품가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 사례였다. 제프 쿤스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갤러리, 경매사, 금융기관 그리고 수집가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미술 가격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 예술성이나 역사적 가치 등 작품 내부 요인이 아닌 미디어와 시장 논리 등 외적 요인이 가격 급상승과 폭락을 만들고 있는 요즘의 미술 생태계를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미술 세계를 보여주는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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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이지윤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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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양한 행사에서 부대전시를 기획하며 유럽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이지윤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생생한, 살아있는 미술 생태계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미술관·박물관 경영학 석사, 미술사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저자는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를 통해서 미술 생태계를 예술적 가치보다는 시장의 가치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야기는 작가나 미술 작품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을 향하고 있다. 미술을 다룬 정말 새롭고 특별한 책이다.


올해 만나본 책들 중 가장 아름다운 표지를 가지고 있는《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의 내용은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미술을 다룬 책이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을까? '아티스트'라는 이름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미술 시장이 형성된 14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미술 생태계를 쉽고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다. 미술과 자본이 만나 어떻게 발전하는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p.41."미술관 작가, 비엔날레 작가와 경매 작가, 소위 상업 작가는 누가 결정하는가?"


총 여섯 개 파트에 정말 흥미로운 관점으로 풀어낸 색다른 미술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제목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야기는 '미술 작품은 세 번 태어난다'는 말에 맞게 작가의 스튜디오, 미술 시장 이야기를 지나 미술관과 컬렉터의 이야기까지 닿는다.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작품 자체의 형식미를 파악하는 미술책이 아니라 시장 원리에서,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풀어쓴 미술 생태계에 관한 책이다.


p.113. 미술품은 다양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왔고 용도도 달리 쓰인다는 것을 봤습니다. …(중략)…시대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을 통해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AI가 학습한 수치를 데이터화한 '데이터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미술 분야를 만나는 즐거움도, 21세기 미술은 기존의 생태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대전환을 시작한듯하다는 저자의 말의 증거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미술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가 보여주는 미술 생태계의 색다른 모습부터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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