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술 산책 - 모방에서 시작해 예술 선진국이 되기까지, 프랑스 미술사 500년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을 전공했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미술 평론가 김광우가 들려주는 프랑스 미술사를 만나보았다.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약 500년 동안의 프랑스 미술을 다루고 있는 《프랑스 미술 산책》은 너무나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을 340여 점 넘게 담고 있는 정말 멋진 작품집이다. 


미술평론가가 저자인 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은 사진과 함께 디테일하게 접할 수 있다. 또 각 작품들은 프랑스의 역사와 연관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역사를 만날 수도 있어 좋았다. 예술 작품 이야기를 역사 이야기와 함께 잘 버무려 들려주고 있어서 미술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켜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과의 만남을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들어준 것은 프랑스 미술사를 넘어 서양 미술사를 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각 미술사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들라크루아, 로코코를 대표하는 고야,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자크-루이다비드 그리고 사실주의 작가 쿠르베 등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전문가와 함께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프랑수아 1세가 레오나르도를 프랑스에 초청해서 머물게 했다는 역사도 알게 되었고 프랑스 화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다는 스페인 화가 무리요도 알게 되었다. 예술에 대해서는, 미술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문외한'이지만 저자와 함께한 프랑스 미술 여행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즐거움과 아름다운 작품들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넘쳐나는 멋진 책이다.




"미술문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멘토 셰익스피어 -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꺼내 읽는 삶의 지혜 한 학기 한 권 읽기 1
한기정 지음 / 그린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단 한 명을 뽑으라면 누구를 뽑아야 할까? 개인의 취향이 모두 달라서 절대적인 답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셰익스피어를 뽑고 싶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는 최고의 스토리텔러인 듯하다. 그런 최고의 이야기꾼 셰익스피어가 이야기들 속에 숨겨놓은 생각들을 찾아보고 오늘에 이어보는 《멘토 셰익스피어》를 만나본다.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개성 있는 인물들의 삶을 그들의 표현에서 찾아보고 심리적인 관찰도 그려낸 한기정의 《멘토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담은 '그림'으로 시작한다. 매력적인 그림들이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셰익스피어라는 작가의 개인적인 삶을 보여주는 부분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요약을 만나볼 수 있는 부분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과 심리 분석을 들려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세 부분이 나뉘어있지 않고 혼재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은 햄릿이나 샤일록 같은 주인공이 아니라 바사니오나 포샤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또 『햄릿』이나『맥베스』같이 너무나 유명한 작품들이 아닌 『십이야』 나 『티투스 안드로니쿠스』 와 같은 낯선 작품들이 주가 된다는 것이다. 처음 접한 작품들의 줄거리를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의 스토리 능력에 놀랐고 개성 있는 인물들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셰익스피어의 생각에 다시 한번 놀랐다. 올 한 해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들이 아닌 이 책에 소개된 생소한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 작품 속에 담긴 낯선 등장인물들의 삶의 지혜를 만나보고 싶다.



"그린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68. 페르비틴은 개인이 독재 체제의 부품처럼 기능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알약으로 돌아가는 국가 사회주의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마약청정국이라는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듯한 사건 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게 다가선다. 광기 어린 히틀러를 만나볼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가 흥미로웠고 결국은 히틀러를 포함한 독일 수뇌부 다수가 중독되어버린 '마약'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다. 현재로 이어진 마약의 시작을 만나보는 듯해서 의미 있게 접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된 독일인들에게 마약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고 우울증을 완화해 주는 약으로 받아들여진듯하다. 그렇게 잘못된 만남은 메스암페타민이 함유된 '프랄린'이라는 과자로까지 이어지며 독일을 마약의 환상을 즐길 수 있는 국가로 전락시켜버린다. 하지만 나치의 등장으로 마약은 강력하게 제재 받게 된다. 히틀러의 독재가 마약을 손절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치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보인다. 


p.83. 마약은 많은 사람에게 전쟁터의 이상적인 동반자였다.


겉으로는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전쟁에 나선 군인들에게 마약을 보급한 것이다. 마약에 힘을 빌린 병사들은 잠을 자지 않아도, 밥을 먹지 않아도 적보다 빨랐다. 그렇게 전쟁 초반 독일은 빠르게 유럽을 접수했다. 하지만 히틀러의 오판이 전쟁을 점점 더 힘겹게 만들었고 히틀러를 비롯한 군 수뇌부도 마약에 의존하게 된다. 히틀러의 마약 중독에는 그의 주치의 모렐의 역할이 한몫하게 된다.


p.257. 히틀러는 1941년 가을부터 호르몬 주사와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았고, 늦어도 1944년 후반기부터는 처음에 코카인을, 나중에는 오이코달을 집중적으로 맞았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역사를 디테일하게 접할 수 있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전쟁'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히틀러의 주치의 모렐의 삶을 만나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히틀러의 만성 소화 불량을 치료하고 그의 주치의가 된 모렐은 정말 흥미로운 인물이다. 전쟁 중에 히틀러의 힘을 이용해 제약 사업을 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영화로 만들어도 흥행할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쓴 노르만 올러가 논픽션을 비롯해서 소설가로도 활약하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흥미롭게 그려낸 것이 모렐의 삶을 더욱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히틀러가. 독일의 제약사들이 어떻게 '마약'과 연결되는지 모렐의 삶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역사책이다. 방대한 양의 기록을 바탕으로 쓴 논픽션 책이지만 전쟁 드라마처럼 읽히는 엄청나게 재미난 책이다. 전쟁과 마약의 연결이 보여주는 엄청난 재미와 흥미가 또 다른 의미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책이다. 마약이라는 어둠이 전쟁을 더 잔혹하게 만들어버린 과정을 만나보는 아픔이 마약을 멀리하는 교훈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 시대를 기억하다 - 사회적 아픔 너머 희망의 다크 투어리즘
김명식 지음 / 뜨인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가 김명식이 보여주는 '공간'을 통해서 '역사'를 만나본다. 공간을 연구하고 창조하는 전문가답게 저자는 평범한 공간이 아닌 생각이 담긴 철학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추모와 추도가 함께 해야 할 뜻깊은 공간을 중심으로 슬프고 아픈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공간, 시대를 기억하다》의 '여는 글'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공간들을 '다크 투어리즘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기억의 공간'이라 칭하고 있다. 사람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고 또 쉽게 왜곡된다. 그래서 아프고 슬픈 기억이지만 우리는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 당시의 시간을 잡아두려 애쓰고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

'사회적 아픔 너머 희망의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책의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슬픔과 아픔의 역사를 가진 공간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간의 사회적, 시대적인 의미를 많은 사진들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때론 공간을 다룬 건축이론을 함께 들려주고 있어서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은 슬픔에 빠져 과거에 머물러서도 안되지만 그 슬픔을 잊고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해서도 안될 것이라는 교훈으로 모이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의 1장 역사화된 기억 공간에서는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추모 공간이나 구조물을 설치 배경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아프고 슬픈 역사적 배경을 함께 들려주고 있어서 공간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선다. 


2장 일상의 기억 공간은 대도시 곳곳에 자리한 기억과 추모 공간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냥 지나치던 많은 곳에 기억해야 할, 만나보아야 할 공간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이 책의 소장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부분인 듯하다. 


3장 해외의 기억 공간은 소개된 공간보다도 기억의 공간, 추모의 공간을 대하는 우리와 그들의 생각 차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추모해야 할 사건을 대하는 그들의 정신을 접하면서 부끄러워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저자가 들려준 역사를 따라서 기억의 공간, 추도의 공간을 찾아보고 싶다. 물론 저자가 소개해 준 서울시내 기억의 공간은 지날 때마다 다시 한번 돌아보는 여유를 부려볼 생각이다. 공간이 주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뜨인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의 프롤로그에는 행복한 결혼 장면이 그려진다. 이야기의 주인공 구로타키 유야와 야나기바 미노리의 결혼. 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무거운 문장들로 인해 어둠을 감지할 수 있다. 


p.11. 어떤 선택을 하건 반 발짝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손쓸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결말이다. 하지만 그건 아직 우리만 알면 된다. 지금은 그저, 그녀의 행복만을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이야기는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첫사랑과 결혼한 지 3년 된 '나'가 자신과 미노리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들려주며 편안하게 시작한다. 화자話者인 내가 자신의 아내 미노리와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전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5살 젊은 아내 미노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나의 행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내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화자인 내게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우연히 자동차에 치일 뻔한 길고양이를 구해주게 된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자신을 신이라 소개하며 보답으로 나에게 능력을 선물한 것이다. 하지만 그 능력에는 대가가 따른다. 되감은 시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화자인 나는 아내 미노리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까? 아니 사용해야 할까? 


아내 미노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1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야 한다. 그럼 나의 수명은 55년 줄어든다. 돌아가서 아내 미노리를 살려도 나는 20대에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죽는 사람만 바뀔 뿐 나와 미노리의 사랑은, 두 연인의 행복은 다시 한번 무너져버리게 될 것이다. 또 첫사랑을 만난 11년 전 중학교 때로 돌아가 다시 만난다면 또다시 첫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날지도 의문이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시간을 되돌려야 할까? 이런 선택의 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말 '순삭'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려주는 타임슬립 로맨스 소설이다. 가슴 아픈 사랑이 보이고 그런 사랑을 지키려는 아름다운 사랑도 보인다. 행복은 슬픔이 있어서 더 빛나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그렇다. 슬픈 사랑이 행복이 되는 시간을 함께 하길 바란다. 아오야마 미나미라는 작가를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낼지 정말 기대된다. 



"모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