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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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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8. 페르비틴은 개인이 독재 체제의 부품처럼 기능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알약으로 돌아가는 국가 사회주의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마약청정국이라는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듯한 사건 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게 다가선다. 광기 어린 히틀러를 만나볼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가 흥미로웠고 결국은 히틀러를 포함한 독일 수뇌부 다수가 중독되어버린 '마약'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다. 현재로 이어진 마약의 시작을 만나보는 듯해서 의미 있게 접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된 독일인들에게 마약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고 우울증을 완화해 주는 약으로 받아들여진듯하다. 그렇게 잘못된 만남은 메스암페타민이 함유된 '프랄린'이라는 과자로까지 이어지며 독일을 마약의 환상을 즐길 수 있는 국가로 전락시켜버린다. 하지만 나치의 등장으로 마약은 강력하게 제재 받게 된다. 히틀러의 독재가 마약을 손절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치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보인다.
p.83. 마약은 많은 사람에게 전쟁터의 이상적인 동반자였다.
겉으로는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전쟁에 나선 군인들에게 마약을 보급한 것이다. 마약에 힘을 빌린 병사들은 잠을 자지 않아도, 밥을 먹지 않아도 적보다 빨랐다. 그렇게 전쟁 초반 독일은 빠르게 유럽을 접수했다. 하지만 히틀러의 오판이 전쟁을 점점 더 힘겹게 만들었고 히틀러를 비롯한 군 수뇌부도 마약에 의존하게 된다. 히틀러의 마약 중독에는 그의 주치의 모렐의 역할이 한몫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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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7. 히틀러는 1941년 가을부터 호르몬 주사와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았고, 늦어도 1944년 후반기부터는 처음에 코카인을, 나중에는 오이코달을 집중적으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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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역사를 디테일하게 접할 수 있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전쟁'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히틀러의 주치의 모렐의 삶을 만나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히틀러의 만성 소화 불량을 치료하고 그의 주치의가 된 모렐은 정말 흥미로운 인물이다. 전쟁 중에 히틀러의 힘을 이용해 제약 사업을 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영화로 만들어도 흥행할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쓴 노르만 올러가 논픽션을 비롯해서 소설가로도 활약하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흥미롭게 그려낸 것이 모렐의 삶을 더욱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히틀러가. 독일의 제약사들이 어떻게 '마약'과 연결되는지 모렐의 삶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역사책이다. 방대한 양의 기록을 바탕으로 쓴 논픽션 책이지만 전쟁 드라마처럼 읽히는 엄청나게 재미난 책이다. 전쟁과 마약의 연결이 보여주는 엄청난 재미와 흥미가 또 다른 의미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책이다. 마약이라는 어둠이 전쟁을 더 잔혹하게 만들어버린 과정을 만나보는 아픔이 마약을 멀리하는 교훈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