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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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의 프롤로그에는 행복한 결혼 장면이 그려진다. 이야기의 주인공 구로타키 유야와 야나기바 미노리의 결혼. 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무거운 문장들로 인해 어둠을 감지할 수 있다. 


p.11. 어떤 선택을 하건 반 발짝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손쓸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결말이다. 하지만 그건 아직 우리만 알면 된다. 지금은 그저, 그녀의 행복만을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이야기는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첫사랑과 결혼한 지 3년 된 '나'가 자신과 미노리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들려주며 편안하게 시작한다. 화자話者인 내가 자신의 아내 미노리와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전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5살 젊은 아내 미노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나의 행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내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화자인 내게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우연히 자동차에 치일 뻔한 길고양이를 구해주게 된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자신을 신이라 소개하며 보답으로 나에게 능력을 선물한 것이다. 하지만 그 능력에는 대가가 따른다. 되감은 시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화자인 나는 아내 미노리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까? 아니 사용해야 할까? 


아내 미노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1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야 한다. 그럼 나의 수명은 55년 줄어든다. 돌아가서 아내 미노리를 살려도 나는 20대에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죽는 사람만 바뀔 뿐 나와 미노리의 사랑은, 두 연인의 행복은 다시 한번 무너져버리게 될 것이다. 또 첫사랑을 만난 11년 전 중학교 때로 돌아가 다시 만난다면 또다시 첫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날지도 의문이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시간을 되돌려야 할까? 이런 선택의 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말 '순삭'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려주는 타임슬립 로맨스 소설이다. 가슴 아픈 사랑이 보이고 그런 사랑을 지키려는 아름다운 사랑도 보인다. 행복은 슬픔이 있어서 더 빛나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그렇다. 슬픈 사랑이 행복이 되는 시간을 함께 하길 바란다. 아오야마 미나미라는 작가를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낼지 정말 기대된다. 



"모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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