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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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이옥수의 신작을 만나보았다. 출판사 특별한서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특서 청소년 문학'서른아홉 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한 송이는 중학생이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재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몄고 아이도 생겼다. 그래서 더욱더 엄마의 남자친구 '북극곰'이 싫은지도 모르겠다. 아빠의 사랑이 온전히 송이 차지가 아닌데 엄마의 사랑마저도 다른 곳을 향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겨울 기린을 보라 갔어》는 송이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많은 에피소드들을 중학생 소녀 송이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머리, 이성으로는 엄마의 연애를 충분히 이해하고 응원하고 싶지만 가슴, 감성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기에서 갈등은 시작되고 살벌한 모녀간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단둘이 사는 가정에서의 전쟁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이웃'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가정을 꾸민 아빠는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송이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다.

북극곰이 출현한 초기에는 엄마를 이해해 주라던 이웃 가게 사장님들은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송이의 편이 되어준다. 멋진 어른들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오르게 하는 어른들이다. 모성애보다는 자신의 삶에 방점을 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남친이 무작정 싫은 송이의 전쟁을 중재에 나선 옆 가게 어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다. 이 소설《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의 가장 큰 주제인 '소통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카메오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이 뜻하는 바를 짐작조차도 못했다. 겨울 기린과 여름 기린이 다른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엄마를 통해서 알게 된 겨울 기린을 혼자서 찾아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겨울 기린'이 품은 깊은 뜻을 알고 싶다면 중학생 소녀 송이를 만나보길 바란다. 겨울 기린을 만나러 올겨울에는 동물원에 가고 싶다. 겨울 기린의 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느껴보고 싶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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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뮤지엄
박소영 지음 / 산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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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이나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예술에 대한 상식이 거의 없는 관계로 읽을 때마다 새롭고 즐겁다. 특히 현대미술작품이나 작가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반갑다. 그런 까닭으로 예술여행 기획자 박소영 리얼 인문학 대표가 들려주는 뮤지엄 이야기《한 번쯤, 뮤지엄》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 중 하나는 다른 책들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뮤지엄 설립자 또 설립 배경 등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뮤지엄을 건축한 유명 건축가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각 뮤지엄의 주요 작품들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언제 방문해도 긴장하게 되는 뮤지엄을 쉽고 편안하게 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뮤지엄의 동선의 끝에 늘 기다리고 있는 뮤지엄 숍을 맨 먼저 방문하라는 제안을 하며 여타의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유명 뮤지엄의 숍들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뮤지엄을 다룬 책들이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지면을 뮤지엄 숍에 할애한 것이다. 왜 뮤지엄 숍 방문을 동선의 시작으로 권하고 있는 것일까?


p.251. "그림은 사람과 교감하면서 존재한다. 감상자에 의해 확장되고 성장한다."


또, 뮤지엄에 갈 때면 도슨트 해설을 예약하거나 맞추어 갔었는데 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도슨트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져 관람객의 상상력을 끄집어내는 사람이라며 예술 감상에는 정답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가 명화라고 말해도 내게는 감동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번쯤, 뮤지엄》을 통해서 미술관이나 예술 작품을 접할 때 느끼는 무거운 감정을 가볍게 만든듯하다. 특히 1장 뮤지엄, 두 시간 안에 알차게 보는 법은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에게 예술작품을 대하는 즐거움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듯하다. 미국 내 유명 뮤지엄을 소개받았으니 이제 국내 뮤지엄을 소개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저자의 친절함이 국내 뮤지엄 여행에도 미치길 바라본다. 또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산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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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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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브레드 피트가 출연했던 영화 『불릿 트레인』의 원작자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종말의 바보終末のフ-ル를 만나보았다. 이번 작품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영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와 흥미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재미보다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작품은 지구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8년이라는 시한이 정해진 시한부 종말.


《종말의 바보》여덟 개의 이야기가 '종말'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바탕으로 서로 작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8년 뒤 지구는 소행성의 충돌로 종말을 맞게 된다. 인류의 종말이 3년 남은 시점의 센다이에 위치한 '힐즈 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제 3년 남은 삶으로 죽음을 이야기한다. 아니 3년이라는 시한부 삶을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p.82. "인생에는 별일이 다 있는 법이니까."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보통 5단계의 감정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단계는 어디쯤일까? 5년 동안의 혼란과 고통을 벗어나 이제 '수용' 단계에 접어든듯한 여덟 이야기 속 인물들은 죽음보다는 삶에 방점을 두고 나름대로의 삶을, 죽음을 준비한다. 여덟 개의 이야기들은 3년이라는 시한부 삶에 어떤 의미를 주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리에게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소설은 시한부 종말이 발부된 지 5년이 지난 뒤의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제 3년이 남은 종말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작가는 엄청난 심술을 부린다. 새로운 만남을 끄집어낸다. 새 생명의 잉태. 3년 뒤면 종말을 맞을 지구에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 맞을까? 기다릴 때는 찾아오지 않던 새 생명이 종말을 앞두고 찾아온 것이다. 부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정말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이야기다. 죽음이라는 예고장을 받고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데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답게 전혀 무겁지 않다. 인류 종말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산뜻하게 그릴 수 있을까? 죽음을 통해서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따뜻한 작품이다.


"소미미디어를 통해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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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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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작가의《점거당한 집》을 만나보았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을 읽고 정말 멋진 작품을, 정말 뛰어난 작가를 만났다는 설렘에 즐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데 얼마 후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허망했던 기억은 점점 흐려진다. 흐려지는 기억을 매년 박지리문학상으로 붙잡고 있다. 올해 허망했던 기억을 달래줄 작품은 장편소설이 아니라 연작 형식을 띈 단편소설 세 편이다.


「길 위의 희망」 「점거당한 집 」 「금일의 경주 」


세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은 독특하다, 색다르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새롭다는 느낌이다. 시간적인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듯싶지만 현재의 '점거'는 과거의 '사건'과 연결되고 또 미래와 연결된다. 미래에 발생한 원전 사고 전후의 이야기가 세 편의 작품들의 주요 흐름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원전 사고가 중심이 아니라 예술가(춤, 미술, 소설)들의 삶이 중심이다. 아마추어 춤꾼부터 작은 전시회를 연 미술가 그리고 박물관의 작은방을 차지한 소설가까지.


故 박지리 작가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은 지금까지 만나본 소설 중에서 몇 안 되는 강렬한 첫인상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번에 수상한 작품《점거당한 집》에서는 그런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새롭다는 느낌은 확실했다. 실제 하는 지명(광주, 용인, 경주)가 주는 익숙함이 낯선 예술적인 무언가로 변화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개인적인 삶이 '점거'라는 사회적인 행동을 통해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는지 보여주고 있는듯하다.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다. 스토리보다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 기기 버거운 소설이다. 하지만 짧은 스토리 속에서 이렇게 많은 그리고 이토록 깊은 생각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만나보아야 할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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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동정탑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구단 리에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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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또는 실수로 어떤 사건에 연루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들을 향한 동정과 도움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일지도 모른다. 그런 동정심은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동정이나 연민의 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왜 타인을 배려하는 따스함이 사라져 가는 걸까? 2021년 제126회 문학계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일본의 작가 구단 리에는 그런 삭막한 사회를 우려하는 마음을《도쿄도 동정탑東京都同情塔 통해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배려는커녕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세상이, 소통이 부재된 세상이 배경인 이 작품으로 작가는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자신만의 주장만 늘어놓는 요즘 세상이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작가가 그리고 있는 안타까운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통이 부재된 세상에도 사랑은 존재하고  주인공 사라도 연하의 연인이 있다. 그런데 연인 다쿠토의 엄마와 동갑이다. 14살에 아이를 낳은 다쿠토의 엄마는 '도쿄도 동정탑'의 일원이 된다.  정식 명칭 '심퍼시 타워 도쿄'는 건축가인 사라의 작품이다.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범죄자'들이나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옆에 들어선다는 설정인데 잠실 주경기장 옆에 있는 롯데타워를 떠올리게 된다. 최고 시설의 교도소 타워. 소설 속에서도 찬반으로 나뉘어 엄청나게 대립한다. 그런데 그 싸움의 불똥이 왜 건축가에게 향한 걸까? 이야기의 시작에 등장하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실제로는 도쿄 주경기장은 설계변경을 거쳐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 서울에 있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자하 하디드의 건축은 예술작품 같다. 그래서 아마도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도쿄도 동정탑東京都同情塔이 가진 가장 큰 특별함은 AI와의 대화를 소설에 직접 차용한 것이다.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일상이 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근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이 가진 독특함은 말과 건축을 연관 짓는 사라의 행보다. 15살 연하의 연인이 있고 멋진 건축물을 설계하는 마키나 사라와 개인적인 아픔을 품고 견디고 있는 마키나 사라의 모습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p.44. 설령 형태가 없는 말일지라도 집 내부에서 완전히 쫓아내지 않으면 발판이 불안정해 서 있을 수도 없다. 단 일초도.


등장인물도 단출하고 이야기의 흐름도 단순하다. 또 분량도 많지 않다. 그런데 쉽게 읽히지 않는다. 동정이라는 감정이 워낙 복잡한 감정이라서 그런 것일까? 가볍게 읽으면서 사색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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