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동정탑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구단 리에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또는 실수로 어떤 사건에 연루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들을 향한 동정과 도움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일지도 모른다. 그런 동정심은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동정이나 연민의 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왜 타인을 배려하는 따스함이 사라져 가는 걸까? 2021년 제126회 문학계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일본의 작가 구단 리에는 그런 삭막한 사회를 우려하는 마음을《도쿄도 동정탑東京都同情塔 통해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배려는커녕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세상이, 소통이 부재된 세상이 배경인 이 작품으로 작가는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자신만의 주장만 늘어놓는 요즘 세상이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작가가 그리고 있는 안타까운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통이 부재된 세상에도 사랑은 존재하고  주인공 사라도 연하의 연인이 있다. 그런데 연인 다쿠토의 엄마와 동갑이다. 14살에 아이를 낳은 다쿠토의 엄마는 '도쿄도 동정탑'의 일원이 된다.  정식 명칭 '심퍼시 타워 도쿄'는 건축가인 사라의 작품이다.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범죄자'들이나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옆에 들어선다는 설정인데 잠실 주경기장 옆에 있는 롯데타워를 떠올리게 된다. 최고 시설의 교도소 타워. 소설 속에서도 찬반으로 나뉘어 엄청나게 대립한다. 그런데 그 싸움의 불똥이 왜 건축가에게 향한 걸까? 이야기의 시작에 등장하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실제로는 도쿄 주경기장은 설계변경을 거쳐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 서울에 있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자하 하디드의 건축은 예술작품 같다. 그래서 아마도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도쿄도 동정탑東京都同情塔이 가진 가장 큰 특별함은 AI와의 대화를 소설에 직접 차용한 것이다.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일상이 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근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이 가진 독특함은 말과 건축을 연관 짓는 사라의 행보다. 15살 연하의 연인이 있고 멋진 건축물을 설계하는 마키나 사라와 개인적인 아픔을 품고 견디고 있는 마키나 사라의 모습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p.44. 설령 형태가 없는 말일지라도 집 내부에서 완전히 쫓아내지 않으면 발판이 불안정해 서 있을 수도 없다. 단 일초도.


등장인물도 단출하고 이야기의 흐름도 단순하다. 또 분량도 많지 않다. 그런데 쉽게 읽히지 않는다. 동정이라는 감정이 워낙 복잡한 감정이라서 그런 것일까? 가볍게 읽으면서 사색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