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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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브레드 피트가 출연했던 영화 『불릿 트레인』의 원작자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종말의 바보終末のフ-ル를 만나보았다. 이번 작품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영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와 흥미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재미보다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작품은 지구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8년이라는 시한이 정해진 시한부 종말.


《종말의 바보》여덟 개의 이야기가 '종말'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바탕으로 서로 작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8년 뒤 지구는 소행성의 충돌로 종말을 맞게 된다. 인류의 종말이 3년 남은 시점의 센다이에 위치한 '힐즈 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제 3년 남은 삶으로 죽음을 이야기한다. 아니 3년이라는 시한부 삶을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p.82. "인생에는 별일이 다 있는 법이니까."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보통 5단계의 감정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단계는 어디쯤일까? 5년 동안의 혼란과 고통을 벗어나 이제 '수용' 단계에 접어든듯한 여덟 이야기 속 인물들은 죽음보다는 삶에 방점을 두고 나름대로의 삶을, 죽음을 준비한다. 여덟 개의 이야기들은 3년이라는 시한부 삶에 어떤 의미를 주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리에게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소설은 시한부 종말이 발부된 지 5년이 지난 뒤의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제 3년이 남은 종말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작가는 엄청난 심술을 부린다. 새로운 만남을 끄집어낸다. 새 생명의 잉태. 3년 뒤면 종말을 맞을 지구에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 맞을까? 기다릴 때는 찾아오지 않던 새 생명이 종말을 앞두고 찾아온 것이다. 부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정말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이야기다. 죽음이라는 예고장을 받고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데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답게 전혀 무겁지 않다. 인류 종말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산뜻하게 그릴 수 있을까? 죽음을 통해서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따뜻한 작품이다.


"소미미디어를 통해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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