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 카이사르에서 콘스탄티누스까지, 제국의 운명을 바꾼 리더들 서가명강 시리즈 20
김덕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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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시리즈의 스무 번째 책<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는 '역사' 이야기이다.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김덕수 교수는 위기에 처한 로마에 전환점이 필요할 때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낸 로마사에 핵심적인 네 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로마사는 현재사"라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 소개한 로마사 속 리더들을 통해 우리의 오늘을 살펴보게 한다. 역사를 통해서 오늘 우리가 처한 문제들의 답을 찾아보라 권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 속 로마의 리더들도 오늘 우리의 리더들과 비슷한 것 같다. 강력한 리더십과 도덕성은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최고의 권력은 선(善)을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로마사는 언제 읽어도 새롭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비슷비슷하고, 지명도 낯설지만 재미있고 흥미롭다. 아마도 정치적인 모략과 전쟁이라는 극적인 배경이 있고 역경을 헤쳐나가는 영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네 명의 영웅을 소개하고 있다. 갖가지 이유로 혼란스러웠던 로마제국을 자신의 능력으로 안정시키고 강력한 권력을 가졌었던 네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본문에서 네 인물에 관한 재미나고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각 인물의 이야기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특색 있는 코너인 Q 묻고 / A 답하기로 마무리된다.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의미 있는 질문과 답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다.

p.98. 정책 반감을 최소화하면서 실제로는 통치권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아우구스투스만의 탁월한 리더십이었다.

p.227. 콘스탄티누스는 그리스도교의 공인하고 삼위일체론을 정통 교리로 만드는 등 그리스도교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두정치'로 원로원의 견제를 무력하게 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카이사르의 삶과 업적을 만나볼 수 있는 1부를 시작으로, 2부에서는 로마의 초대 황제로 팍스로마나를 이끌어낸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의 제2차 삼두정치를, 4부에서는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밀라노 칙령의 주인공 콘스탄티누스의 로마를 만나볼 수 있다.

3디오클레티아누스, 위기에 빠진 로마제국을 구하다에서는 조금은 낯선 인물 디오클레티아누스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인물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그리스도교를 탄압한 폭군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50년간 황제가 열여덟 번이나 바뀌는 혼란한 3세기 로마의 위기를 벗어나게 한 인물이다. 강력한 리더십과 군사력으로 외세를 물리치고 '4제 통치'라는 새로운 통치 체제를 만들어 정치적인 안정도 이룬 황제이다. 하층민 출신 군인에서 황제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내려온 최초의 황제라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역사는 재미나고 흥미롭다. 그런데 로마사는 더욱 재미나고 흥미롭다. 아마도 로마사의 흔적들을 오늘도 낯설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또 그리스도교가 로마사와 연결되는 때문일 것이다. 로마의 역사를 만나는 즐거움도 크지만 로마 제국을 만들고 발전시킨 리더들의 업적을 통해서 우리 사회 리더들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더 좋았다. 또 개인의 비극적인 삶을 극복한 역사 속 리더들의 삶을 통해서 오늘 우리들의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로마제국의 핵심 리더들과의 의미 있는 만남이 주는 즐거운 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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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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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1.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나이 들어 늙어가는 모습은 천양지차다. 누구나 맞는 죽음이지만 그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도 모두가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늙고 죽는다는 것은 같다. 살아온 날들이 남은 날보다 적은 한 노인의 삶을 <산 사람은 살지>를 통해 엿보았다. 작가 김종광은 이 소설이 시골장편소설 시리즈 '면민 실록' 의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의 배경은 시골 마을이다. 주인공은 70대 기분 할머니이다. 그런데 기분이 사는 마을 이름이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 이다. 역경. 우리 사회 노년들 특히 할머니들의 삶은 역경 그 자체였을 것이다. 기분 할머니도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오늘을 산다.

p.7. 터 기(基) 가루 분(粉), 기분은 뜸하게 글을 썼다.

소설의 첫 문장이 알려주듯이 이야기는 기분의 기록으로 시작한다. 60 이 넘은 나이에 매일은 아니지만 일기처럼 일상을 담은 기분의 기록이 이야기의 큰 흐름이다. 또 다른 흐름은 기분의 꿈속에 찾아오는 남편, 시누이 그리고 동서들이다. 그들은 기분을 찾아와 그들이 살아온 날들을 하소연하며 기분은 오래 건강하게 살라고 말한다. 꿈속에서 만나는 이들은 죽은 이들도 있고 살아있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살아오던 기분에게 큰 상심이 생긴다. 남편의 죽음. 살았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주던 사람이었지만 옆에 있을 때 몰랐던 무언지 모를 감정들이 기분을 혼란스럽게 한다.

기분의 삶은 힘들고 또 고달팠다. 농사 일하고 손위 동서들 눈치 보고 엄한 남편 시중들며 그렇게 노년을 맞았다. 그런데 기분은 선천적으로 약했고 병을 달고 살았고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들었다. 그래서 돈을 모을 여력도 없었고 그렇게 근근이 힘든 노동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효심이 남다른 삼남매가 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기분을 지켜주던 남편의 자리를 대신하는 자식들의 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이 늘 걱정하며 안쓰러워하는 자식 사랑이 더 큰 까닭에 자식들의 이야기는 부수적인 것이 된다. 남편에 대한 기분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기분의 사랑이 아름답게 담겨있는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늙고 병든 노년의 삶은 요양원에서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도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고 만다. 하지만 기분은 아직은 고향 집에 머물고 있다. 이야기의 말미에 기분은 남편의 산소를 찾아 큰 시누이의 부고를 알리며 이제 살아있는 사람은 자신과 요양병원에 있는 동서뿐이라고 말한다. 지치고 병든 노년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아직은 모르지만 이제 곧 우리에게도 닥쳐올 것이다. 어린아이를 돌보던 어머니를 아이가 컸다고 서로 모시지 않게다고 서로 등 떠미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슬펐다. 아팠다.

가난 때문에 교육 기회를 잃어버리고 먹고살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던 분들의 노년이 너무나 초라하고 쓸쓸하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자식의 행복을 위해 여관방을 전전하는 노년의 이야기는 처절하기까지 하다. 기분의 기록과 꿈을 통해 만나본 노년의 삶은 쓸쓸하고 힘겹다. 또 고단하다. 이제는 조금 덜하지만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친 우리 부모님들의 삶이 안타깝게 마무리되지 않도록 조금 더 부모님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p.332.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다. 

안타깝고 가슴 시린 이야기는 마지막 문장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준다. 누구보다 힘겨운, 고달픈, 아픈 삶을 살아온 70대의 기분 할머니도 삶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데 우리 젊은이들도 삶을 조금도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삶을, 어른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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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 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
윌리엄 E. 월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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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1 미켈란젤로는 개인적 생활에서는 인생을어둡게 보는 비관적인 사람이었으나, 전문적인 일과 관련해서는 언제나 그리고 거의 비현실적일 정도로 낙관론자였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예술의 역사를 강의하는 미켈란젤로 전문가 윌리엄 E.월리스 교수가 들려주는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을 만나본다. 저자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예술가'라고 칭한다. 조각부터 회화, 건축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천제 미켈란젤로에게는 가장 적절한 호칭 같다. 저자는 미켈란젤로가 명성을 얻어 가는 청년기에 비해 덜 조명된 예술가의 노년기를 톺아보고 있다. 섬세하게 들여다본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삶 속에서 인간 미켈란젤로를 보여주고 있다.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영묘를 준공한 1545년에서 인간 미켈란젤로가 죽음을 맞이한 1564년까지, 나이로는 70세에서 89세까지의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20을 들려준다. 조카 리오나르도를 비롯한 다양한 지인들과의 서신을 통해서 예술가의 노년을 심리적인 부분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노년은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지 델 리초 그리고 비토리아 콜론나의 죽음으로 인간 미켈란젤로는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죽음과 함께 하는 외로운 삶을 시작한다.

예술가 미켈란젤로에게는 죽을 때까지 옆을 지켜주는 예술적 동지들이 있었고 그들은 늘 예술가의 말벗이 되어주고 노인 미켈란젤로를 챙겨주었다. 예술가는 늙어갔지만 그의 명성은 늙지 않았고 그래서 끊임없이 작품의뢰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 미완성의 작품도 다수 생기게 된다.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부터 생각까지 추론해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인간 미켈란젤로는 죽음이 다가올수록 고향 피렌체를 더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교회와의 약속,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로마를 떠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p.395. "죽음은 오래 머문 감옥을 나서는 일이다."

그 약속은 미켈란젤로에게 '천재 건축가'라는 수식어를 더하게 해준'성 베드로 대성당' 의 건축이다. 이 대형 프로젝트의 시작은 1505년 도나토 브라만테였고 완공은 17세기 중반의 잔로렌초 베르니니이다. 완공에 무려 150여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예술품은 완성되었지만 인간 미켈란젤로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하지만 '성 베드로 대성당'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럴까? 이 책에서 그 까닭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노년의 삶은 인간 미켈란젤로의 노년의 삶과 수렴하고 있는 듯하다.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p.372. "하느님께서 나를 여기에 두신 것이다"

저자는 자세하게 예술가의 날들을 들려준다. 예술가가 직접 쓴 '일주일간의 기록'은 이 책이 가진 의미 있는 특별한 것들 중 하나다. 처음 위촉 받을 때부터 공사 현장의 인부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까지 노인 예술가는 열정을 불태운다. 80대의 나이에도 비계를 올라 높은 곳에게 진두지휘하는 미켈란젤로의 노익장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들려주는 를 만날수 있다."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기억 속으로 죽음이 찾아오네. 그 사람의 얼굴을 당신의 기억으로부터 빼앗아가기 위해."(p.84) 변덕과 짜증도 부리는 인간 미켈란젤로의 노년의 삶을 많은 사진들과 따로 모아놓은 화보와 함께 만나는 즐거움은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특별함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건축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고 싶다면, 진정한 노익장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노년의 예술가를 만나보기 바란다. 펜들 힘이 없어서 조카에게 편지도 쓰지 못하던 노년의 예술가가 죽기 며칠 전까지 작업한 조각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면, 천재 예술가의 노년의 삶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기 바란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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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일본사 - 익숙하고 낯선 도시가 들려주는 일본의 진짜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지음, 전선영 옮김, 긴다 아키히로.이세연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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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아마도 역사는 들여다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역사를 '도시'를 통해서 들려주고 있는 <30개 도시로 읽는 일본사>를 만나보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30개 도시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설명하면서 일본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역사를 중심으로 문화, 종교, 생활 실용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든 조 지무쇼(造事務所)라는 단체에서 만들었다. 일본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일본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책은 역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도시가 생기게 된 배경과 발전 과정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일본 역사라는 큰 틀보다는 교토라는 도시의 역사를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일본사라는 큰 흐름을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들의 역사를 자세하게 알기에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가 생기는 과정이 다양한 만큼 들려주는 이야기도 다양하고 흥미롭다. 상업이 먼저 발달한 도시부터 공업이 발달해서 지금까지도 공업이 기반인 도시까지 그들이 가진 재미난 생성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목차부터 흥미롭다. 삿포로, 도쿄, 요코하마 등 익숙한 도시들도 있고 스와, 이세, 이마이 등 낯선 도시들도 있다. 거기에 각 도시가 위치한 지방의 이름도 간토 지방, 오키나와 지방, 홋카이도 등의 익숙한 지방과 주부 지방, 주고쿠 지방, 시코쿠 지방 등의 낯선 지방 이름도 있다. 목차부터 일본 역사에 조금 다가선 느낌을 받게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 대해 무지한 독자들을 위해 첫 페이지에 이 도시의 위치와 각 지방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 도시의 시작에는 그 도시가 속한 지방의 지도와 함께 그 도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도시를 접하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서 알았으면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p.344 대부분의 시민은 지금도 '히카타'라는 이름에 애착이 간다고 한다. 왜 그런 것일까? - 후쿠오카

p.265 교토는 어떤 역사를 밟으며 오늘날과 같은 대도시로 부활하게 되었을까? - 교토

흥미를 끌어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한 책은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장소와 인물들의 사진을 함께 싣고 있어서 이 책이 가진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또 역사 속 시가지 도면과 현재의 도면을 함께 보여주며 이해를 돕는 친절함도 잊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막부 이야기에서 일본 내부의 전쟁 이야기까지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일본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역사적인 장소를 여행하고 싶다는 욕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일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특징, 성향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p.196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상술이 뛰어나다는 현대 나고야인의 기질은 무네하루가 지향한 바를 계승한 것일 터이다. - 나고야

p.252 상인에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고, 그 경험 속에서 배양된 유머가 오늘날 오사카 문화를 대표하는 '웃음'에도 계승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오사카

일본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눈에 보기는 어렵지만 일본 도시들이 가진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일본 역사를, 일본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이에게는 일본사를 새롭게 보는 신선함을,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여행지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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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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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아킬레우스의 노래를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된 매들린 밀러의 신화소설 <키르케>를 만나보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마녀로 서양 문학의 첫 마녀라는 키르케가 주인공이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들이다.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도,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우스도 남성이다. 또 그리스 신화에서의 주인공은 제우스 주위의 높은 지위의 신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 키르케는 하급 여신 님프이다. 하급 신 님프이지만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딸이다. 티탄 신족으로 왕궁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그런 키르케가 왕궁이 아닌 외딴섬에서 홀로 외롭게 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p.9. 맨 처음 태어났을 때 나에게는 걸맞은 이름이 없었다.

이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문장이 보여주고 있듯이 키르케의 존재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님프 중에서도 영향력 제로인 존재다. 그런 님프 키르케가 자신을 둘러싼 그리스 신화를 들려준다. 여성 작가가 여성 주인공을 통해서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선다. 접해본 이야기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서는 신기한 경험을 선물하고 있다. 특히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낳은 키르케가 직접 오디세우스에 대해 들려준다. 물론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도 남편을 평가한다. 두 여인의 만남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현재였다면 이 둘의 만남은 막장 드라마로 그려졌을 것 같은데.

 

님프 키르케가 마녀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질투와 배신이 아니었다면 키르케는 지금까지도 티탄 신족의 왕궁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에 눈이 먼 님프 키르케는 인간 글라우코스를 신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 인간이 배신을 한다. 그렇게 키르케는 자신 속에 숨어있던 마녀의 능력을 끌어내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남성들은 '돼지'가 된다. 그런데 그 자격마저도 의심받게 된다.

p.253. 사실 남자들은 돼지로서 자격미달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남성들은 진짜 '돼지보다 못하다' 그 시작은 키르케의 아버지 헬리오스이다. 제우스와 딸을 두고 협상하고 그 결과 키르케는 외딴섬에 유폐 된다. 그렇게 님프 키르케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외딴섬 아이아이에의 마녀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 삶이 키르케에게 자신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p.108. 나는 숲속으로 들어갔고 이렇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오디세우스도 만나고 모성애도 만나게 된다. 제우스의 힘에 딸 키르케를 포기한 아버지 헬리오스와는 다르게 아들 텔레고노스를 지키기 위해 여신 아테나와 맞선다. 하급 신 님프로서 전쟁의 신 아테나와 맞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키르케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 키르케는 용감하게 맞선다. 그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지킨 아들 텔레고노스가 자신을 떠날 때 다시 한번 마녀 키르케는 엄마의 사랑을 보여준다. 자신의 행복보다 자식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멋진 마녀 키르케는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과오를 정리하기 위해 아들이 만든 배에 오른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많은 인간들이 죽게 되자 키르케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바다 괴물 스킬라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키르케의 옆에는 의외의 인물이 함께 한다. 그 위험한 길을 함께 하겠다고 나선 인물은 누구일까? 키르케가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어 한 그는 누구일까?

p.485. 나는 후회와 세월이 새겨진 거석처럼 너무 오랫동안 칙칙하고 근엄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건 남들이 나를 억지로 끼워맞춘 틀에 불과했다. 이제 그 안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었다.

힘으로 세상을 살려고 하는 명예욕에 눈먼 남성들이 멋지게 그려지는 많은 신화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리스 신화를 만나고 있는 데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특별한 신화 소설이다. 키르케의 사랑이 만들어내는 신화는 전쟁과 싸움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떠나는 아들의 꿈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혹독한 삶을 준 신들을 용서한다. 아마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존재를 찾은 키르케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키르케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지막 문장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p.500. 나는 찰랑거리는 사발을 입술에 대고 마신다.


"이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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