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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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현대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라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은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만나고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작품은 《성 베드로 축일》로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지금까지 전편에 등장했던 살인자, 범인들의 욕망은 이번에 등장한 범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두고 얼마큼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인간적인 캐드펠이 풀기에는 너무나 비정한 문제처럼 느껴졌다.


모드 황후와 리처드 왕의 오랜 전쟁은 리처드 왕의 승리로 끝난다. 이제 전후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데 마침 성 베드로 축제가 다가온다. 성 베드로의 이익을 조금 나누어 달라고 시장을 비롯한 사람들은 수도원의 자비를 바라지만 새로 온 수도원장은 그들의 요구를 일축해버린다. 아주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역시 모든 갈등의 시작은 금전적 이익인듯하다. 돈.


젊은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아주 작은 다툼이 커다란 소란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소란의 중심에 있던 상인이 시체로 발견된다. 전날 다툼의 당사자인 시장의 아들이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또 다른 사건들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캐드펠이외의 인물들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데 맹활약을 한다. 전편에 등장했던 휴 베링어. 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결백을 증명해 주기에 휴 베링어만큼 적당한 인물도 없을 것 같다. 그 까닭은 전편을 통해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공감할 것이다.


살인이 부른 또 다른 살인.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비밀들이 조금씩 밝혀질 때마다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면 아니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다음 장을 읽었다. 나의 희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결말을 마지 했다. 이전 작품들보다 더 계획적인, 악한 범인을 만나게 된 작품이다. 이제 다섯 번째 작품은 캐드펠 수사의 활약보다는 더 비정하고 잔인한 범인이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기대?를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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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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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작가 엘리스 피터스는 이 작품《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수상했다.


스티븐왕과 모드 황후의 전쟁에서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던 헤리버트 수도원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가운데 '혹시'하는 희망을 품고 있던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독살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 재산을 기부하고 안락한 노후 생활을 위해 수도원에 들어온 한 영주가 부수도원장이 보내준 음식을 먹고 죽은 것이다. 승진은커녕 살인의 늪에 빠지게 되는 걸까?


이제 캐드펠 수사修士가 나설 차례다. 따뜻한 감성으로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져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냉철한 이성으로 억울한 죽음을 풀어내는 캐드펠 수사의 멋진 모습은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인다. 하지만 시작은 조금 혼란스럽다. 캐드펠의 옛사랑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죽은 영주의 부인으로. 특히 용의자의 짙은 냄새를 풍기는 옛 연인의 아들이 캐드펠의 머리를, 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제목 '수도사의 두건'은 맹독성 투구꽃이라고 한다. 즉 음식에 독을 넣어 살해한 것이다. 범인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영주의 독살이 담은 사연과 음모 그리고 배신이 추리소설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듯하다. 거기에 사건 해결 과정에서 들려주는 캐드펠 수사의 과거 이야기가 캐드펠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를 더욱 재미나고 흥미롭게 하고 있다. 캐드펠 수사의 과거 이야기가 그에 대한 매력을 배가시켜주는듯하다.


이제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게 될 캐드펠 수사는 조금 더 친숙한 인물이 되어있을 듯하다. 옛 연인의 아들을 지켜주려고 발 벗고 나서는 인간 캐드펠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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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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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캐드펠 수사修士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만나보았다. 제목부터 직접적으로 살인을,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스포하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다섯 권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들 중에서 가장 역사소설 면모를 보여준 작품이다. 추리보다는 1권에서 알려주지 못한 이 시리즈의 시대적인 배경을 다시 한번 촘촘히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역사 속 왕권 다툼을 다루던 대하 역사 드라마가 떠올랐다. 장소와 시간이 다를 뿐 인류의 역사는 비슷하게 흐르고 있는 듯하다. 전편보다는 '역사소설'이라는 향기를 조금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역사를 찾아보며 느끼는 지적인 즐거움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주는 또 다른 행복이다.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의 왕권 다툼으로 잉글랜드 전역은 전쟁에 휩싸인다. 양쪽을 지지하는 세력 간의 반목과 다툼의 그림자는 캐드펠이 머물고 있는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도 어둡게 찾아든다. 백성의 삶이나 안전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던 스티븐 왕은 드디어 성을 점령한다. 그리고 끝까지 저항한 아흔네 명의 적을 처형한다. 처형당한 이들의 영혼을 위해 매장을 자처한 캐드펠 수사의 눈에 수상한 시체 한 구가 들러온다. 가만 보면 '명탐정 코난'의 코난보다 더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아흔네 명을 처형했는데 시체는 아흔다섯 구인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성안 사람들은 아무도 이 청년을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미지의 시체는 누군가에 의해 살인당한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 캐드펠 수사는 또 수사에 돌입한다. 전쟁을 피해 수도원에 피신해 있던 소녀와 함께. 그런데 남자들만 기거하는 수도원에 소녀가 있을 수 있나?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젊은이들이 등장하고 정치로 인해 서로 피하게 되는 연인도 등장한다. 미지의 시체는 누구일까?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 정치적인 성향의 차이가 불러온 비극일까? 하지만 범행 동기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한다.


캐드펠 수사의 활약은 이번에도 대단하다. 사건 해결을 하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따스함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치적, 사회적 '어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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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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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니 누구나 한 번쯤은 멋진 요트 여행을 바랄 것이다. 작가 이현의 장편 소설《라이프 재킷》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바다를 좋아한다. 물론 각자 다른 이유로 요트에 오르지만. 하지만 짧은 요트 여행 이후 이들은 더 이상 바다를 바라보지 않는다. 아니 바다가 두려워진다. 친구를 앗아간 바다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더구나 친구의 죽음에 자신들의 책임이 있다고 믿는 한.


이야기는 천우가 sns에 올린 스토리에서 시작한다. '우리 요트 탈래?' 그리고 오빠 천우가 구명조끼를 입었었다는 사실을 알고 '한 사람' 이 되기로 마음먹은 신조의 결심으로 끝을 맺는다. 아이들이 승선한 요트의 이름은 천우신조 이다. 요트 이름이 풍기는 불길함은 무엇일까? 천우신조로 위험을 벗어날지 아니면...


물론 천우는 요트를 운전할 줄 모른다. 고등학생 천우의 허세는 요트를 운전할 줄 아는 동생 신조와 고은의 친구 류에의해 실현된다. 부산 앞바다에 잠깐 나갔다 돌아오는 평범한 항로. 그런데 쉽게만 보이던 아이들의 항로는 요트의 전원이 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고 만다. 서로가 있어 요트 고장을, 표류의 시작을 쉽게 봤을까? 바다 수영까지 즐기는 여유도 보인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이 쉽게 하지만 딴에는 용기를 낸 일탈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결국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아이들의 표류는 무인도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백골이 된 시체를 발견하면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배에 탄 아이들. 마지막 순간 발길을 돌렸던 천우의 구여친 고은에 의해 접점이 없던 아이들의 요트 여행이 알려지게 되고 학교는 물론 사회 전체가 들썩이게 된다. 해운대 바닷가로 흘러온 고등학생 시체 한구는 아이들의 단순한 일탈이 복잡한 사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특히 조회수에 노예가 된, 정신 줄 놓은 이들에게 고등학생들의 치기 어린 일탈은 부풀려지기 시작한다. 이제 아이들은 돌아와도 엄청난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리들 삶을 항해에 나선 배에 비유하고는 한다. 아직 삶의 항해에 나설 준비가 덜 된 아이들이 갑자기 배에 오르고 그렇게 너무나 힘들고 너무나 끔찍한 삶을 만나게 된다. 아직 준비가 안된 아이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또 그렇게 하루를, 삶을 버틴다. 하지만 돌아온 아이들은 더욱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버티어내야 한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게 될 것 같고 어른들이 접한다면 아이들의 세상을, 청소년기 아이들의 삶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삶의 의미를,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에 대해 깊은 생각을 끌어내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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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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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범죄소설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작가 커플 마이 셰발페르 발뢰《잠긴 방》을 만나보았다. '마르틴 베크'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이전에 만나보았던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작품들이 그렇듯 이번 작품에서도 범인을 잡는 과정과 함께 형사들의 리얼 스토리 그리고 1970년대 스웨덴의 사회상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경찰 소설, 범죄 소설이 주는 재미에 당시 스웨덴의 사회상을, 형사들의 개인적인 삶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다.


이야기는 한 여자가 대담하게 은행 강도를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금발 가발을 사용한 은행강도에 대한 목격자들의 증언이 갈팡질팡하면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진다. 그런데 스톡홀름에는 은행강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 베크를 제외한 동료들은 은행강도 특별수사대에 합류한다. 그런 상황에서 전편 『어느 끔찍한 남자』에서 커다란 부상을 당했던 마르틴 베크 국가범죄수사국 살인 수사과 과장은 15개월 만에 복귀한다.


복귀한 베크에게 그의 동료 뢴과 라르손 그리고 콜베리가 밀실 살인 사건을 선물한다. 한 남자가 출입문은 물론 창문까지 모두 '잠긴 방'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초기 경찰의 결론은 권총 자살. 그런데 보고서에는 권총도, 탄피도 없다. 자살인데 자살 도구가 없어진 상황. 베크는 살인 사건에 무게를 두고 피해자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특별수사대의 수장인 올손 검사는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두 남자를 지목하고 그들의 행방을 쫓는다. 특히 그들의 배후로 예상되는 인물을 잡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물론 그 노력의 중심에는 베크의 동료들이 있다. 답보 상태이던 수사는 아주 황당한 일로 실마리를 찾게 된다. 마약, 밀수 등의 범죄를 저지르던 마우릿손의 검거로 두 남자의 은신처를 알게 된 것이다. 탈옥한 두 은행강도의 심부름을 해주던 마우릿손은 자신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올손 검사와 거래를 한 것이다.


이번 작품은 은행강도 살인사건과 밀실 사건을, 두 개의 사건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그 어떤 작품들보다 촘촘하게 전개된다. 한순간도 한눈을 팔수 없게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만든다. 나중에 드러나는 밀실의 비밀도, 두 사건의 접점으로 등장하는 인물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사건의 결말은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만나본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나본 작품이다.


p.502.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누군가는 알 것이다.

누가?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감방에 갇힌 남자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멋진 작품의 결말을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엘릭시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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