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테이커 -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지속적 우위를 찾는 법
네이트 실버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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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테이커 risktaker :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 모험가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리스크의 파도를 타는 법"


정치, 스포츠,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 예측 모델을 활용하는 통계학자이자 데이터 분석가, 저널리스트인 네이트 실버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샘플북을 통해서 말 그대로 '맛'만 보았다. 베스트셀러 《신호와 소음》에서 빅데이터 시대에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책《리스크테이커 On the Edge에서는 불확실성 시대에 '전문적 위험감수자(포커 플레이어, 헤지펀드 매니저, 암호화폐 투자자 등)'들의 전략, 사고방식 등을 들려주고 있다.


몇 년간(2004년~2007년) 프로 포커 플레이어의 삶을 살았던 저자는 이야기의 시작을 카지노에서, 도박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도박하면 확률과 위험이 먼저 떠오르는 까닭에 2012년 미국 대선에서 50개 주 승패를 모두 맞힌 저자의 확률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확률보다는 '올인'에 대한 이야기인듯하다. 즉 안정적인 승률 확보보다는 위험수당이 프리미엄을 얻어주는 엄청난 승률을 이야기한다.


p.8. 인간의 땀이 아니라 기계의 연산으로 주조되는 세상에서는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자들이 최강의 카드를 쥐고 있다.


샘플북에는 '리스크의 세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소제목을 단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0장 서문, 하프타임 13장 영감으로 이어져 5장 가속으로 끝을 맺는다. 0장 서문에서는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본문에서 들려줄 이야기에 대한 기초를 알려주고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 안내해 주고 있는듯하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강사람을 만나게 되고 마을사람도 만나게 된다. 강 River에 사는 사람들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보다 조금 더 아니 많이 위험을 즐긴다. 그럼 강이라는 세계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p.363.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안다."

-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


하프타임 13장 영감은 강사람들, 위험감수자들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성공하는 위험감수자들의 13가지 습관'을 알려주고 있다. 13장은 따로 읽어도 우리 삶에 또 다른 교훈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직감도 좋아진다.', '성공하는 위험감수자는 전략적으로 공감한다.' 5장 가속에서는 실리콘밸리에 대해 촘촘하게 들여다보며 또다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우 같은 VC와 고슴도치 같은 창업자.


p.382. VC가 선호하는 창업자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아이디어, 남들이 틀렸다고 생각할 만한 아이디어에 10년 이상 매달릴 수 있는 사람이다.

샘플북으로 만났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전체적인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고 강사람들이 여우가 되고 마을사람들이 고슴도치가 되는 경우도 만나보고 싶다. 또 이성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이 앞서는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 확률적으로 사고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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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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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宙(そら)わたる敎室 은 《쪽빛을 잇는 바다》로 2025년 17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요하라 신의 장편소설이다. 벌써 NHK에서 드라마로 방영된 소설이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일본 공영방송에서 드라마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풀린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허구'인 것이다. 다양한 원인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찾는 야간학교 이야기는 사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70대 할아버지, 중년의 필리핀 혼혈 아줌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 등은 허구. 많은 아픔과 슬픔이 내려앉은 무거운 교실을 우주로 날려버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p.120. "화성의 저녁놀은 파란색이래."


야간 고등학교 과학 동아리 아이들의 연구가 실제 우주선에 선택된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과학 교육은 입시 위주, 문제 풀이 중심으로 이루어지니 꿈도 못 꿀 일이 일본에서, 그것도 야간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실화가 이 소설의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러니 재미와 흥미는 물론이고 의미도 가진 소설이다.


p.16. 한 단계 올라가려고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오히려 한 단계 떨어진다. 나의 21년 인생은 그런 것의 반복이었다.


이야기는 자신에게 '난독증'이 있는지도 모른 체 살아온 그래서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케토와 다케토의 담임선생 후지타케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다케토는 천재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불량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난독증 다케토가 우주에, 화성 중력에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과학부가 결성된다. 과학부에 참여하게 되는 사연도 제각각이고 연령대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다. 이들이 설계한 중력 가변 장치는 제대로 작동할까?


p.144. 나는 지금부터 새로운 바큇자국을 만들 것이다.


'그럴 마음'이 이야기의 주된 이야기이다. 70대의 은퇴한 사업가가 야간학교 입학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중년의 엄마에게 고등학교 등교를 응원을 해주는 성인 딸의 모습도 감동스러웠다. 하지만 감동을 준 등장인물들은 모두 허구. 이 소설의 바탕이 된 사실은 야간 고등학교 과학부에서 만든 장치를 일본이 자랑하는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에 실었다는 것이고, 또 논문에 야간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름이 실렸다는 것이다.


p. 347. 그럴 마음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작년 이맘때쯤 《하야부사》라는 책을 읽었다.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는 NASA의 소행성 탐사선보다 먼저 '최초'라는 기록들을 세우고 있다. 우리는 인공위성 발사체도 없는 데 일본은 우주 소행성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한 후 지구로 보낸다는 내용이 조금은 충격적이었고 부러웠다. 기초과학의 차이가 우주항공산업의 역량 차이로 이어진듯하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과학 실험의 재미를 알려주고, 의사가 아닌 과학자를 꿈꿀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선생님의 열정이 학생들의 열정을 끌어내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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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까마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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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는,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작품어둠 속의 갈까마귀을 만나보았다.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하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작가와의 여섯 번째 만남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캐드펠 수사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 of Brother Cadfael)'의 특징은 주인공의 직업상 수도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과 왕권을 두고 다투는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 사이에서 고통받는 중세 영국의 시대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을 주인공은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캐드펠 수사의 일상을 따라가다가 드디어 피해자를 만났다. 슈루즈베리 수도원 앞 크로스 교구에 새로 부임한 에일노스 신부의 죽음. 주교의 추천으로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함께 온 신부가 크리스마스 날 죽은 것이다. 사고사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신부의 죽음으로 지역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어째 교구의 사람들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부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왜일까?


p.73. "지나칠 정도로 금욕적이고 강직하며, 융통성 없이 정직하고, 지극히 순수한 사람이오."


신권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에 신부를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살해할 수 있는 강심장은 누구일까? 그런데 전임 신부의 사망으로 그 자리에 부임한 에일노스는 정말 앞뒤 꽉 막힌 원칙주의자였다. 그래서 자신의 교구에 많은 적을 만들고 만다. 그렇게 만든 많은 적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고 캐드펠 수사의 활약이 시작된다. 언제나 법이나 교리보다는 인간적인 본성에 충실한 캐드펠 수사는 이번 작품에서도 스티븐 왕이 잡으라고 명령한 도망자 베넷을 모른척해준다. 그리고 사건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캐드펠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과 자비는 무엇일까? 철저한 교리만을 앞세운 에일노스 신부를 통해서 자비와 배려의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는듯하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규칙만을 강조하는 사람의 차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로 서신으로만 접했던 두 인물이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만들어내는 코미디를, 자의든 타의든 이번에도 두 남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캐드펠 수사의 능력을 만나보길 바란다. 촘촘한 구성에 탄탄한 스토리를 개성 있는 인물들이 풀어내는 멋진 역사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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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층 탐정
정명섭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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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정명섭이 들려주는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보았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가진 '반전'은 범인으로 이어진다. 범인인 줄 알았던 사람이 범인이 아니기도 하고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뛰어난 스토리텔러 정명섭은 76층 탐정에서 범인이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범인이 되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특별한 '반전'을 보여준다. 소설의 흐름은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에필로그로 끝맺음한다. 그리고 그 사이의 본문은 과거와 현재, 두 시점으로 흐른다. 아마도 현재와 과거의 교점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현재와 과거의 흐름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물론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게 놔둘 리 없다. 그렇게 이야기 속 주인공 유혜린과 함께 추리가 시작된다. 서울 근교의 고층 아파트 76층에 사는 유혜린은 취미로 요가를 배웠고 요가 학원에서 떠난 인도 마이소르 여행에 동참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성신의 추락을, 자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자살에 의심을 품고 귀국한 유혜린 바로 옆에 커다란 화분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사고를 미리 알려준 이들이 유혜린을 찾아온다. 그렇게 이야기는 폭을 넓혀가고 주제는 깊이를 더해간다.


p.172. 정확하게는 어떻게 파멸시킬지를 고민했다.


p.191. …거의 꺼져갔던 타인의 행복에 대한 증오심이 다시 활활 타올랐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누구나 남의 행운을 부러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러움'이 질투를 넘어 '증오심'에 닿으면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과거'이야기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이 아닌 떠나는 방법을 선택했겠지만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이야기를 보면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행복'을 무너뜨리기 위해 몇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의 삶을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었다. 남의 행복을 파멸로 이어지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머나먼 인도에서 벌어진 추락 사건의 전말을 만나보길 바란다. 추리소설의 재미를, 대반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인물들과의 만남은 덤이다. 해커는 기본이고 사이버 장의사 그리고 결정적으로 왠지 모르게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76층 아파트에 사는 리치 언니를, 매력적인 탐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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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장들 - 흔들리는 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하지만 단단한 말들
박산호 지음 / 샘터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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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내가 한 행동이나 말이 부끄러울때가 있다. 그래서 번역가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 박산호의 이야기에 더욱더 공감하며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의 문장들은 저자의 7년전 작품을 다듬은 개정판이다. 같은 연배여서 그랬을까? 저자가 대학 생활, 사회 생활에서 느꼈던 감정과 살아온 일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땐 그랬다. 그리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been there, done that)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런 어른들을 '꼰대'라고 부르지도 못하던 때가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그때를 이야기하며 '어른'에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때로는 자신이 읽은 책에서 '어른'을 끄집어내고, 때로는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서 '어른'을 대면하게 한다. 그런데 어른이라고 쓰고 있지만 이 책에서 어른은 삶의 자세, 태도를 뜻하는 듯하다. 어른에대한 관념적인 해석보다는 삶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 책은 훌륭하다. 삶을 또 나를 돌아볼 여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치열하게 보낸 이십대의 나와 삼십대의 나를 차분하게 생각하게 하는 50대 작가의 에세이어른의 문장들은 다섯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어떤 페이지를 열어도 열정적인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또 지혜로운 삶의 자세, 어른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사전적인, 사회 관념적인 어른은 이 책에서 루저로 등장한다.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어른이 등장한다. 삶을 정면에서 맞설때와 선택을 포기할 때를 알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어른이 등장한다.


p.11.그런 시간을 거치며 어른이란 고정되고 완성된 하나의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각성하고 성찰하며 만들어지는 가변적인 존재란 생각도 하게 됐다.


삶을 대하는 자세, 태도를 느끼고 싶다면, 어른이 되는 과정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모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니 이 책을 통해서 배우고 알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삶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나 자세를 느껴보기에는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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