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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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제목부터 색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종교 단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주인공 최이준 선생의 첫 발령지로 따라나선다. 학교를 찾기 위해서는 한 사람 마을부터 찾아야 하는 데 주인공의 능력 밖인듯싶다. 한참을 헤맨 후 반가운 시골 슈퍼를 만나고 그곳의 노파로부터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역시 그 마을에서 무언가 미스터리한 사건이 일어난듯하다.


p.66. 나는 신의 은총을 바라기는커녕 신을 믿지도 않는 사람이다.


이런 마을이 있다면 그곳에서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폐쇄적인 시골마을에 부임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그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을까? 얼핏 보기에도 '함께'가 아니면 '왕따'를 당할 것 같은 분위기의 마을에서 선생님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주인공의 직업을 왜 '선생님'으로 했을까? 아마도 엄청난 유혹에도, 절대적인 권력에도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직업군으로 '선생'을 선택한 듯하다.


처음에는 작가의 뜻대로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대로 선생님의 역할을 충실히 그리고 충분히 해낸다. 하지만 마을 이장 겸 목사인 박성호가 보여준 '신'의 능력을 직접 영접하고는 그 누구보다 더 열성적인 '한마을' 사람이 된다. 이쯤에서 이야기는 미스터리 소설을 떠나 '오컬트' 소설로 보이기 시작한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이 '신의 영접'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불러낸 신의 능력은 끔찍한 공포를 수반한다.


오컬트 호러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에 등장하는 '한 사람 마을'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일 수 있었던 까닭은 '신의 영접'을 경험한 이들과 옆에서 기적을 지켜본 이들의 헛된 '욕심'이 마을 전체를 외부로부터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들만이 '신의 영접'을 독점하려고 한 것이다. 물론 이장 겸 목사 박성호 집안의 노력으로 마을 사람들의 욕심은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이준 선생이 신에게 영접할 수 있는 '제물'의 진실을 알아내면서 이야기는 갑자기 신비스러운 이야기에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공포물로 바뀐다.


이 소설에는 권력에 맞서야 할 이장이 신의 권력에 타협하고, 목사는 평화로운 마을을 위해, 종교를 떠나 절대적인 신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 사건은 자신의 죄책감을 덮으려는 선생에 의해 재현된다. 도덕도, 명예도 버린 사회 지도층의 부조리한 삶을 보고 있는듯하다. 최이준과 박성호라는 인물의 입체적인 캐릭터가 주는 긴장과 흥미는 이야기의 흐름을 긴박하게 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최이준 선생의 행보는 특히 안타깝다. 그가 조금씩 마을 사람들보다 더 '영접'에 집착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일까? 어린 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일까? 자신의 화상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최이준 선생의 '신의 영접'에 대한 간절함은 그릇된 욕망이 되고 그 헛된 욕망은 무서운 결과를 만들고 만다. 인간의 욕심이, 헛된 욕망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피해는 무엇일까? 아마도 욕망에 허우적 되던 자신의 인격 해체일 것이다. 정신도, 육체도 붕괴되고 만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며 주인공 이준과 함께 교회로 들어선다. 주인공과 함께 신을 영접하고는 놀라움과 신비함에 상상 속 하늘을 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결말에는 다시 땅으로, 현실로 돌아온다. 신을 영접하는 조건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하지만 그 조건이 주는 충격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신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에 더 집중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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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 아케가미 린네는 틀리지 않아
가미시로 교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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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라이트노벨풍의 본격 미스터리다. 하지만 굳이 장르를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나다. 부제'아케가미 린네는 틀리지 않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린네와 린네의 완성된 추리를 분석하고 해설해 주는 변호사가 꿈인 이로하이다. 두 고등학생이 펼치는 추리쇼도 흥미롭지만 순진한 두 친구들이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드는 썸도 재미나다. 또 둘 사이의 갈등이 되는 꼬마 날라리 코가미네의 존재감이 스토리를 더욱더 풍부하게 해준다.


진실을 단번에, 순식간에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다면 경찰이 되면 좋을듯했다. 린네를 접하기 전까지는. 결론은 있는데 합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면 답은 있지만 풀이 과정은 없는 50점짜리 답안지가 될 것이다. 린네의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이로하가 해주고 있다. 그런데 린네는 오늘도 상담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또 그곳에서 린네는 하루 종일 무엇을 하며 지낼까?


사건을 듣는 것만으로도 범인을 알아내는, 진실을 알아내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린네 하지만 린네는 자신의 추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린네의 추리는 반쪽짜리, 50점짜리 추리일까? 그래서 그 반쪽을 채워주는, 추리를 추리하는 이로하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로하가 의미심장한 생각을 보여준다. 이 책이 다음 편이 있다는 것을, 시리즈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내놓고 스포하고 있다. 아니 작가가 보여주는 예고편인가?

p.161.  역시 린네는 그때의 나와 똑같다는걸.
         기이한 능력을 가진 채 태어났고, 그러니 자기 안에 있는 

         진실을 그 누구도 믿어 주지 않아 

         외롭고, 두렵고, 가슴 아팠던 그때의 나와 똑같다.


린네의 능력도 다 이해하지 못한 상황인데 이로하 이 녀석의 능력은 또 무엇일까? 어쩌면 린네의 추리를 풀어내면서 보여주던 녀석의 특별한 '그것'이 이로하의 능력일까? 그런데 이 학교도 참 이상하다. 이로하와 린네가 추리해야 할 문제들이 계속 이어진다. 마치 명탐정 코난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듯이.

학교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의 답을 단번에 알아내는 린네와 그런 린네의 추리를 풀어내는 이로하의 논리 대결도 재미나지만 둘 사이에 천천히 피어나는 썸의 향기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린네를 돕는 이로하가 점점 이상해질 때쯤, 볼이 빨개질 때쯤 이야기는 끝을 맺은다.

논리적인 추리가 빛나는 '본격 미스터리'를 보는 재미에 이로하의 빨개지는 얼굴을 보는 재미가 더해져 '순삭'이 무엇인지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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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꽃의 단편소설
전영민 지음 / 달꽃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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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장편소설과는  조금 다른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 짧은 분량에 많은 생각을 담고 있어서 난해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 난해함이 깊은 생각으로 안내해 심연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런 색다른 매력이 넘치는 단편들을 모은 단편 작품집은 작품마다 각기 다른 매력들을 맛보게 해주어 소설을 만나는 재미에 빠지게 만든다. 이번에 만나본 《보라 꽃의 단편소설》도 8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맛을 뽐내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의 기본 맛은 '보라 꽃'이다. 하지만 스토리의 주인공은 꽃이 될 수도 있고 향기가 될 수도 있고 색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출판사달꽃의 특별한 단편집은 '하얀 바다','노란 숲','푸른 달'등에서 떠오르는 영감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번에는 '보라 꽃'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보라 꽃으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이렇게 다채로울지 몰랐다. 다양한 감정을 많은 이야기들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꽃말'들 덕분에 '탄생화'를 알게 되었다. 헬리오트로프. 보라색 꽃이다. 달꽃의 단편소설집《보라 꽃의 단편소설》 덕분에 새롭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8개의 작품들은 '보라 꽃'이라는 바탕은 닮았지만 장르도, 주제도 모두 다른 자기만의 개성을 제대로 발산하고 있는 단편들이다. 「물들어가다」의 주인공 은선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엄마가 안내하는 삶을 살아온 대학생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은선이 도라지꽃을 보고 고창 선운사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장편소설로 꼭 만나보고 싶은 「꽃 문신 」의 미나는 '꽃의 씨앗'을 피울 수 있을까? '설계자'라는 캐릭터는 이 소설이 영상화된다면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던「심연의 꽃」의 주인공은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 길의 끝에는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단편소설이 가진 모든 매력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보라 꽃의 단편소설》과 의미 있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보았다. 너무나 짧아서 아쉽고 너무나 깊어서 감동 받는 멋진 단편 작품들의 흥미로운 외침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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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연두 특서 청소년문학 38
민경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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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연두》의 주인공 채아는 병신이라는 단어에 민감하다. 오빠가 자폐장애를 가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아는 같은 반 친구 연두를 마음속에서 밀어내었다. 아마도 그 탓으로 절친 우빈이 도서관에서 본 연두를 찾아달라는 스케치를 보고도 연두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절친 우빈이 좋아하는 감정을 갖게 된 아이가 자폐장애를 가진 연두다. 이제 채아는 어떤 생각을,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이 책을 보며 많은 것들에 대해 반성하고 또 감사했다. 무언가 불편하게 생각하며 그들을 꺼리던 내 모습을 연두에게 설레는 우빈을 보며, 연두를 챙기는 채아를 보며 반성했고, 이제라도 반성할 기회를 준 이 책이 고마웠다.

이 책《세상의 모든 연두》는 아마도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 것 같다. 누군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아무 이유 없이 '미안합니다'부터 말해야 하는 자폐장애인들이나 그들의 가족들에게 나도 부담스러운 누군가이었을 듯해서 부끄럽다. 또 반성하게 된다. 머리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고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연두에게서 죽은 오빠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채아의 어른스러운 모습이 안타깝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빈이의 근심이고 이야기 전체의 갈등인 주희의 모습이 안타까운 까닭은 또 무엇일까? 채아와 연두의 우정도 우빈과 연두의 썸도 조금 더 성숙하고 밝아지길 바라본다. 마치 한 편의 청소년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정말 몰입감과 속도감이 엄청난 작품이다.


p.32. 엄마도, 채아도, 그리고 오빠조차도 그들에게 '착한 마음'을 바란 적이 없다. 그저 똑같이 바라봐 주기만을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마음은 언제나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착한 마음'때문에 받은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았다.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 우리 개인이 해야 할 일은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알아가는 것이다. 또 알리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연두들이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세상과 소통하지 않아도 될수 있도록 편견을 버리고 아이들의 유연한 사고를 배워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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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 - 기록, 살인, 그리고 포르투갈 제국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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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는 정말 독특한 책이다. 역사를 다룬 인문학 책 같기도 하고 다미앙이라는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추리소설 같기도 하다. 또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역사 소설 같기도 하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기록 같기도 하다. 왕립 기록물 보관 소장 다미앙 드 고이스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듯한 도입부는 흥미롭고 재미나다. 또 대항해시대라고 불리는 16세기의 포르투갈의 리스보아를 중심으로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며 이 책이 가진 묘한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자 김수진은 '역자 후기'를 통해서 이 책의 성격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역사추리물을 가장한 논문" 이 책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다룬 논문보다는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 논문이다. 물론 진짜 논문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흐름을 가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 책은 논문보다는 100배는 재미나고 흥미롭다. 특히 이야기를 끌고 가는 두 명의 등장인물이 너무나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시인인지 불량배인지 포지션이 모호한 루이스 드 카몽이스와 자신의 삶을 열심히 개척한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 다미앙 드 고이스가 두 주인공이다.

두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16세기 유럽과 아프리카 또 아시아 이야기는 이 책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한없이 높여준다. 저자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부분도 있겠지만 극적으로 대비되는 둘의 행보는 이상한 결말을 맺는다. 물론 유럽이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바탕으로 삼기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가 적임자였을지도 모른다. 열린 마음으로 노예시장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렸던 인물보다는 자유분방한 그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두 인물이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촘촘하게 짚어보며 16세기 유럽 특히 포르투갈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도 역대급으로 재미나고 흥미롭지만 본문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많은 그림들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포르투갈이 16세기 유럽 역사의 중심에 서는 순간을 천천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면서도 두 주인공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이 책은 시작을 보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도입부의 맛을 보았다면 결말을 지나 역자 후기까지 단숨에 만나야 호기심을 재울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신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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