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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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 사진/나무[수:], 2009년 10월

아름다운 사진과 감성적인 글이 어우러진 이 책으로 유럽 남동부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를 만났다. 제목처럼 옥색 하늘 빛, 파랑 물빛이 보석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는 이 나라와 ‘블루’라는 색은 참 잘 어울린다. 하늘과 바다와 산이 조금씩 다른 파란 빛으로 찬란한 햇살 아래 선명하게 빛나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오래된 시간과 갖가지 사연을 품은 듯 하다 .

크로아티아는 유럽의 남동부에 위치해 있고, 아드리아해에 접해 있다. 지도를 보면 발칸반도의 중반부 쯤 가오리 같은 역동적인 모양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많이 내리지만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쨍하고 해가 떠올라 눈부신 날씨로 하루가 시작되는 기가 막힌 기후를 가진 나라이다. 아드리아해의 오염되지 않은 바다와 디나라알프스 산맥 아래 수천년의 고대 역사와 유적을 품고 비교적 많은 상처를 입지 않고 꿋꿋이 버텨온 나라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럽의 찬란한 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어서 유럽인들은 크로아티아를 ‘유럽속의 아주 특별한 유럽’이라고 부르며 이 나라를 여행해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한다.

아드리아 해의 동북쪽에 위치한 이스트라 반도는 전형적인 지중해 기후로 연중 맑은 날씨를 자랑하는 많은 휴양지를 갖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로빈, 모토빈, 풀라 등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뮌헨 등 유럽 각지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인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는 헝가리,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받은 슬라브 문화와 게르만 문화의 자취가 풍성하게 남아있다. 고딕 및 바로크 양식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중세 건축물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크로아티아 여행 중 가장 기대되는 곳이 디나라 알프스다. 평균 1600m의 산맥이 아드리아 해안을 따라 솟아 동서를 가로지르며 만들어낸 풍경을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온다.
유명한 플리트비체의 호수들, 해발 500m가 넘는 고지대에 형성된 호수들은 중국 사천성 구채구와 닮은 모양의 호수지대라고 한다. 울창한 산림 속 깊고 맑은 호수의 물빛은 그윽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책을 읽으며 몇 해 전 했던 거문도 여행이 떠오른다. 거문도에 들러 하룻밤 자고 백도를 보고 나오려던 여행이었는데 남해안 먼 바다의 바람에 발이 묶여 삼일을 지내고 나왔었다. ‘바람에 발이 묶이는’ 경험을 몸소 체험한 여행, 내일의 일정이 또 있었기에 내일은 과연 배가 뜰까?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그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거문도는 환상적이었다. 마음대로 오고 가도 못하는 그 절박한 상황과 우리의 처지가 지나고 나니 그 여행을 더 낭만적으로 만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동해안 최고 규모라는 거문도 등대가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수월산을 오르며 보는 풍경, 삼일 내내 바람이 몰아치던 선착장의 작은 마을, 온 마을 사람들을 다 만났던 거문도 교회, 선착장에서 줄낚시로 숭어를 잡았던 일, 백개의 섬이 기이한 형상을 이루고 있다는 백도는 바람 때문에 가보지도 못했지만 거문도는 지금도 내 기억 최고의 섬으로 남아있다. 책으로 만난 크로아티아, 이름도 아름다운 아드리아 연안의 바닷물 빛은 우리나라 남도 끝 거문도의 바닷물 색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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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뜨려는 배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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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탐험을 꿈꾸는 낭만적이고 모험심 가득한 사람들을 위한 책
안 뜨려는 배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양철북 ---2009년 9월

경비행기를 운전해서 사하라사막을 지나다가 엔진 고장으로 사막 한가운데에 착륙을 해야 했던 남자가 있었다. 인적은커녕, 동물도,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막막한 모래 언덕 한 가운데서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툭툭 치더니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비행기 조종사는 어린왕자를 만났다.
잘 살다가 갑자기 일상이 지긋지긋해질 때 나는 어린왕자가 생각난다. 정확히 말하면 어린왕자에 나오는 그 비행기조종사를 생각한다. 자유롭게 혼자 일 수 있는 삶을 택한 그 사람은 비행기를 친구 삼아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리고 쓸쓸하고 많이 무서웠겠지만 사하라 사막의 별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이 아니면 세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어린 친구를 만났다.

나도 세상이 귀찮을 때는 이 비행기조종사처럼 훌쩍 어딘가로 가고 싶다. 꽤 많은 할부금을 오랜 기간 붓고 이제 거의 내 것이 된 차가 있지만 최근에는 이 차를 내 기분대로 사용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그래서 약간 고독하지만 그 고독이 감미로울 만큼 자유와 무수한 즐거움으로 보답해주는 혼자 하는 여행도 한동안은 못하게 됐다. 때문에 안 뜨려는 배를 달래가며 캐나다 동쪽 끝 뉴펀들랜드 해안 2,253km를 항해한 이 책의 주인공 팔리 모왓의 좌충우돌 항해기를 읽으며 어느 정도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팔리는 어린 시절 머나먼 바다 외딴곳으로 작은 배를 타고 다니는 이야기가 나오는 책이 있으면 몇 시간이고 푹 빠져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괴로워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처럼 그 자신도 바다와 배에 대한 낭만적이고 열광적인 편애의 기질을 물려받았다. 바다와 먼 내륙의 한 지방에서 농부로써 땅을 일구며 살아보려고 애쓰던 그는 어느 구식 선박 용구 가게의 경매에서 낡은 항해장비들을 자신도 모르게 마구 사들이고 만다. 비슷한 기질의 친구와 작고 낡은 구식 나무배를 사들여 뉴펀들랜드 동쪽 가장 끝 해안 마을에서 온갖 고생과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 한 후에 드디어 가슴 벅찬 첫 항해 길에 오른다.

한참을 순풍에 돛을 올리고 바다를 미끄러져 가다보니 큰 물고기가 보인다. 고래인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것은 상어였다. 오, 상어라니, 더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다가가다가 키 조절을 못해서 그들의 배는 자신들의 몸체보다 거대한 상어를 훌쩍 타고 넘어 버린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물탱크의 물이 터져 버려서 죽도록 물을 퍼 올린 후 물대신 럼주로 탄 아일랜드식 블랙커피를 마셔야 했다.

주인공, 해피어드벤처 호는 순박하지만 소심하고 고집 세고 때론 심통 맞은 외딴 섬처녀 같다. 그리고 도무지 고난 앞에 굴복할 줄 모르는 선장, 팔리 모왓과 어느 날 한 배에 오르는 운명을 가진 승무원들이 벌이는 바다 모험은 정말 가관이다. 아무리 여행도 좋지만 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싶을 정도로 생고생에 안쓰럽다가도 그게 또 너무 웃기고, 투박한 바닷가 사람들의 순박한 정이 또 감동스럽다.

작가 팔리모왓은 1921년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88세인 현재까지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1969년 그가 뉴펀들랜드 섬에서 8년간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울지 않는 늑대>로 야생동물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연과 인간, 사라져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을 알리는 작가의 글쓰기가 더 많은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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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논어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2
공자 원저, 양성준 저자 / 두리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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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준 지음/두리미디어/2009년 9월

공자는 중국 주나라 중기에서 말기인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던 학자, 정치가, 사상가이며 교육자이다. 그는 지금부터 약 2500년 전인 기원전 551년 노나라 산동에서 태어났다. 그는 16세부터 학문에 뜻을 두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집안이 가난했으므로 특정한 스승아래서 오래 배우지는 못하였으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난 학식을 갖춘 사람이 있으면 그를 찾아가서 배웠다고 한다. 30세 이후에는 자신의 도덕적 이상과 신념을 정치에 펼칠 수 있는 나라를 찾아 노나라를 떠나 중국 전역을 두루 다니며 군주들을 만났다. 그러나 정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춘추시대의 혼란한 상황에서 공자의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신념을 정치로 펼치기는 쉽지 않았다. 50세가 넘어 노나라에서 잠시 벼슬을 하였으나 이마저 제나라의 견제로 지도자가 타락의 길을 걷자 공자는 노나라를 떠나 68세까지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68세에 노나라로 돌아온 공자는 정치로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제자교육과 책을 집필하는 일에 모든 힘을 기울이다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논어는 공자의 사후에 그의 가르침과 그와 제자들이 나눈 이야기, 공자와 당시 사람들의 대화, 공자의 행적에 대한 기록을 모아 공자의 제자들이 엮은 책이다. 1편 ‘학이 學而’부터 20편 ‘요왈 堯曰’ 편까지 모두 20편 500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의 첫 번째 문장의 두 글자를 따서 편명으로 삼았다. 전 10편은 주로 공자와 제자들이 주고받던 문답 형식의 글이 많고 11편에서 20편까지는 공자의 행적을 후대 사람들이 제자들의 말을 통해 기록한 것으로 추측한다.
높은 학식과 고결한 사상을 지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았던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으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는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정치적으로 큰 세력을 확장하려 천하를 호령하지는 못했으나 그의 사상은 그 시대 혼란스런 시대에 답을 구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에게 많은 제자들이 모인 이유 중 또 하나는 공자의 말로 언행이 일치하는 그의 인품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자는 계란 한 꾸러미 혹 생선 한 묶음 들고 와서 가르침을 청하면 누구든지 받아들였다고 한다. 고대에 평민의 자녀가 교육을 받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나 공자는 신분에 차이를 두지 않고 그 제자의 인품과 학문적 열정을 사랑하고 보살핀 것 같다.

<청소년을 위한 논어>는 두리미디어의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시리즈 2권이다. 이 책은 ‘여는 글’로 논어와 공자에 대해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1장에서 3장까지 효, 친구, 백성, 정치, 이상적인 인간상인 군자, 인 등 논어에서 중점적으로 말하는 주제를 자세하게 다룬다. 중국의 고전문헌과 우리나라의 옛 학자들의 문헌을 예로 들어 논어를 해석하고 적용해온 사례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마지막 4장은 인류의 사상가요, 교육자, 스승으로서의 공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공자의 교육과 학문, 공자의 인간상, 공자의 가치관을 다루고 있다.
고등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진지하고 방대한 양을 다루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공자’란 인류의 위대한 스승을 소개하는데 지면이 모자라 안타까워하는 선생님의 마음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책이란 느낌도 든다.
작가 신경숙씨는 어떤 인터뷰 기사에서 ‘한 권의 책은 한 권의 사람과 같다.’고 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오래전 불의가 만연하고 혼란스럽던 중국을 도덕과 이상적인 나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던 공자를 만나는 놀라운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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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 -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박상문 지음 / 평민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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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문 사진/평민사/2009년 9월

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윤도현이 보이지 않고, 최근에는 김제동이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떠났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으니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밀물처럼, 아니 강력한 쓰나미처럼 몰려오던 사람들의 물결 한가운데서, 공인인 한 연예인이 그의 죽음을 공개적으로 슬퍼했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때문이라고 정확히는 말할 수 없지만 그 후 불 땐 가마솥 물처럼 펄펄 끓던 슬픔과 비통함이 수그러들자, 이제 뭔가 미심쩍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책은 도종환 시인의 추모시 ‘얼굴’로 시작되어 ‘벼랑에 지는 꽃’으로 끝난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대통령 취임과 재임시절, 그리고 퇴임 후 경남 봉하마을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담았다. 저자 박상문은 현직 사진기자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각종 국제회의 등 중요한 사건을 취재해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가 찍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은 인터넷과 신문에 실려 그를 애도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사진집인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사진 속 무궁화와 봉황, 청와대는 권력의 상징이지만 곳곳마다 활짝 웃고 있거나, 고뇌하는 대통령의 얼굴은 그 권력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도종환 시인이 쓴 시처럼 ‘한 나라의 대통령이면서도 비주류라서 나무 끝에 앉은 새처럼 흔들리고 있던 시절, 그의 얼굴에 스며드는 그늘’ 이 선명한 그런 사진들이 있다. 퇴직하고 농촌마을로 귀향한 소박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약수터도 다니고, 자전거도 타고 막걸리도 마시는 사진도 있다. 시인의 언어로 묘사한 노무현대통령의 그 얼굴, ‘갓 캔 감자줄기에 따라온 풋풋하고 건강한 흙냄새가 살아나고, 가을햇살의 표정 같은, 그런 가장 편안한 얼굴’ 그 얼굴을 오래 오래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렇게 슬픔으로 그를 기억하지 않았다면, 한 집 식구처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이 나라와 함께 늙어가는 그 분의 사진들을 좀 더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감정 표현에 서툰 나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가 천박해보여 싫었다. 살아생전 잘못한 불효를 부모님 돌아가시자 애간장이 끓는 듯 곡을 해대는 그런 모습이 낯간지럽게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의 장례를 보면서 한 바탕의 슬픔을 토해내는 그런 행위자체가 슬픔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침없는 애도의 의식을 치른 후 그 사람의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하고 정의와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새로운 삶을 일구자는 다짐처럼 보인다. 국민을 사랑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었던 자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영전에, 그리고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이 아름다운 사진집은 큰 위로가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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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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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안애경 지음/나무[수]/2009년 8월

-핀란드의 특별한 자연 환경
아티스트, 디자이너, 큐레이터로 핀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애경의 신간, <핀란드 디자인 산책>으로 자연과 인간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나라, 핀란드를 만났다. 북유럽에 위치한 핀란드는 눈과 얼음의 나라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겨울이 긴 나라다. 한 겨울에는 영하 30도에 이를 정도로 추운 날씨 속에 어둡고 긴 겨울이 이어진다. 얼었던 강과 호수가 녹고, 푸르른 신록이 짙어지는 여름이 오면 핀란드 사람들은 흥분과 기쁨에 설렌다. 그들은 따듯한 날씨와 찬란한 태양이 뜨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긴 휴가가 시작되면 숲에 있는 여름 집으로 떠난다. 전기 시설도 되어 있지 않은 여름 집에서 원시생활을 하며 밭을 일구고, 보트를 타고, 수영을 한다. 육체와 관련된 일을 통해 문명에서 맛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즐거움을 자연에서 마음껏 느끼며 짧지만 열정적이고 풍요로운 여름을 만끽한다. 핀란드사람들은 이런 핀란드만의 기후와 특별한 자연환경을 사랑하고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아름다운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핀란드의 거리에서, 가정에서, 공공장소에서, 그들이 앉는 벤치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이불과 커피 잔에서 그들의 멋진 생각이 멋진 디자인으로 아름답게 탄생한다.

-핀란드의 디자인
핀란드의 디자인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도시 관리자들은 어둡고, 긴 겨울을 시민들이 보다 가벼운 기분으로 날수 있도록 도시의 공공건물들을 새롭게 단장하고, 밝고 따뜻한 빛으로 새 옷을 입힌다. 눈이 쌓이고 안개 자욱한 한 겨울 밤에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건물에서 신비로운 빛이 도시를 감싸는 사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국가는 국민들이 일상적인 예술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건물과 공원, 역, 거리, 놀이터 등을 세심하게 단장한다.
디자이너들도 평범한 커피 잔, 물 컵 하나에도 핀란드의 자연을 담아낸다. 푸르른 어둠이 깔리는 저녁의 하늘 색, 그들의 바다와 강으로 날아와 한 철을 보내고 가는 철새들의 모습이나 자연에서 마음껏 뛰노는 동물의 모습 등에서 그들이 사랑하는 핀란드의 자연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디자인은 친환경적이고, 옛 것과 현대적인 것들을 모두 포용하며,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핀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이들의 삶은 한국과 무척 닮은 부분이 있다. 사우나 없이는 핀란드란 나라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핀란드인 스스로 말한다. 세계 어디에도 한국의 찜질방이 진출할 만큼 사우나를 좋아하는 우리의 정서와 비슷한 것 같다. 인구가 약 5백만인데 사우나가 거의 2백만 개다. 우리의 사우나는 크고, 화려하고, 대중적이고, 놀이 문화의 연장이지만 핀란드의 사우나는 휴식과 사색의 장소인 것 같다. 거의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사우나엘 가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또는 매일 사우나를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여름휴가 기간에는 여름 집에 있는 사우나에서 뜨거운 열기에 온 몸을 담그다가 알몸으로 수영을 하기도 하며 몸과 마음을 청결하게 하고 자연을 온 몸으로 만끽한다.
사람으로 복잡한 공간을 워낙 좋아하지 않아서 사우나를 꺼리는 나도 핀란드인 자주 가는 이런 사우나라면 가보고 싶다.

자연과 전통을 사랑하고 소박한 생활을 기꺼이 즐기는 핀란드 사람들의 생각이 그들의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이 책은 핀란드라는 나라의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바람직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지구촌 곳곳이 환경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즈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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