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 -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박상문 지음 / 평민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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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문 사진/평민사/2009년 9월

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윤도현이 보이지 않고, 최근에는 김제동이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떠났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으니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밀물처럼, 아니 강력한 쓰나미처럼 몰려오던 사람들의 물결 한가운데서, 공인인 한 연예인이 그의 죽음을 공개적으로 슬퍼했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때문이라고 정확히는 말할 수 없지만 그 후 불 땐 가마솥 물처럼 펄펄 끓던 슬픔과 비통함이 수그러들자, 이제 뭔가 미심쩍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책은 도종환 시인의 추모시 ‘얼굴’로 시작되어 ‘벼랑에 지는 꽃’으로 끝난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대통령 취임과 재임시절, 그리고 퇴임 후 경남 봉하마을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담았다. 저자 박상문은 현직 사진기자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각종 국제회의 등 중요한 사건을 취재해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가 찍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은 인터넷과 신문에 실려 그를 애도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사진집인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사진 속 무궁화와 봉황, 청와대는 권력의 상징이지만 곳곳마다 활짝 웃고 있거나, 고뇌하는 대통령의 얼굴은 그 권력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도종환 시인이 쓴 시처럼 ‘한 나라의 대통령이면서도 비주류라서 나무 끝에 앉은 새처럼 흔들리고 있던 시절, 그의 얼굴에 스며드는 그늘’ 이 선명한 그런 사진들이 있다. 퇴직하고 농촌마을로 귀향한 소박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약수터도 다니고, 자전거도 타고 막걸리도 마시는 사진도 있다. 시인의 언어로 묘사한 노무현대통령의 그 얼굴, ‘갓 캔 감자줄기에 따라온 풋풋하고 건강한 흙냄새가 살아나고, 가을햇살의 표정 같은, 그런 가장 편안한 얼굴’ 그 얼굴을 오래 오래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렇게 슬픔으로 그를 기억하지 않았다면, 한 집 식구처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이 나라와 함께 늙어가는 그 분의 사진들을 좀 더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감정 표현에 서툰 나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가 천박해보여 싫었다. 살아생전 잘못한 불효를 부모님 돌아가시자 애간장이 끓는 듯 곡을 해대는 그런 모습이 낯간지럽게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의 장례를 보면서 한 바탕의 슬픔을 토해내는 그런 행위자체가 슬픔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침없는 애도의 의식을 치른 후 그 사람의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하고 정의와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새로운 삶을 일구자는 다짐처럼 보인다. 국민을 사랑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었던 자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영전에, 그리고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이 아름다운 사진집은 큰 위로가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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