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뜨려는 배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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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다 탐험을 꿈꾸는 낭만적이고 모험심 가득한 사람들을 위한 책
안 뜨려는 배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양철북 ---2009년 9월

경비행기를 운전해서 사하라사막을 지나다가 엔진 고장으로 사막 한가운데에 착륙을 해야 했던 남자가 있었다. 인적은커녕, 동물도,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막막한 모래 언덕 한 가운데서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툭툭 치더니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비행기 조종사는 어린왕자를 만났다.
잘 살다가 갑자기 일상이 지긋지긋해질 때 나는 어린왕자가 생각난다. 정확히 말하면 어린왕자에 나오는 그 비행기조종사를 생각한다. 자유롭게 혼자 일 수 있는 삶을 택한 그 사람은 비행기를 친구 삼아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리고 쓸쓸하고 많이 무서웠겠지만 사하라 사막의 별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이 아니면 세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어린 친구를 만났다.

나도 세상이 귀찮을 때는 이 비행기조종사처럼 훌쩍 어딘가로 가고 싶다. 꽤 많은 할부금을 오랜 기간 붓고 이제 거의 내 것이 된 차가 있지만 최근에는 이 차를 내 기분대로 사용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그래서 약간 고독하지만 그 고독이 감미로울 만큼 자유와 무수한 즐거움으로 보답해주는 혼자 하는 여행도 한동안은 못하게 됐다. 때문에 안 뜨려는 배를 달래가며 캐나다 동쪽 끝 뉴펀들랜드 해안 2,253km를 항해한 이 책의 주인공 팔리 모왓의 좌충우돌 항해기를 읽으며 어느 정도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팔리는 어린 시절 머나먼 바다 외딴곳으로 작은 배를 타고 다니는 이야기가 나오는 책이 있으면 몇 시간이고 푹 빠져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괴로워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처럼 그 자신도 바다와 배에 대한 낭만적이고 열광적인 편애의 기질을 물려받았다. 바다와 먼 내륙의 한 지방에서 농부로써 땅을 일구며 살아보려고 애쓰던 그는 어느 구식 선박 용구 가게의 경매에서 낡은 항해장비들을 자신도 모르게 마구 사들이고 만다. 비슷한 기질의 친구와 작고 낡은 구식 나무배를 사들여 뉴펀들랜드 동쪽 가장 끝 해안 마을에서 온갖 고생과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 한 후에 드디어 가슴 벅찬 첫 항해 길에 오른다.

한참을 순풍에 돛을 올리고 바다를 미끄러져 가다보니 큰 물고기가 보인다. 고래인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것은 상어였다. 오, 상어라니, 더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다가가다가 키 조절을 못해서 그들의 배는 자신들의 몸체보다 거대한 상어를 훌쩍 타고 넘어 버린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물탱크의 물이 터져 버려서 죽도록 물을 퍼 올린 후 물대신 럼주로 탄 아일랜드식 블랙커피를 마셔야 했다.

주인공, 해피어드벤처 호는 순박하지만 소심하고 고집 세고 때론 심통 맞은 외딴 섬처녀 같다. 그리고 도무지 고난 앞에 굴복할 줄 모르는 선장, 팔리 모왓과 어느 날 한 배에 오르는 운명을 가진 승무원들이 벌이는 바다 모험은 정말 가관이다. 아무리 여행도 좋지만 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싶을 정도로 생고생에 안쓰럽다가도 그게 또 너무 웃기고, 투박한 바닷가 사람들의 순박한 정이 또 감동스럽다.

작가 팔리모왓은 1921년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88세인 현재까지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1969년 그가 뉴펀들랜드 섬에서 8년간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울지 않는 늑대>로 야생동물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연과 인간, 사라져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을 알리는 작가의 글쓰기가 더 많은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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