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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ㅣ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핀란드 디자인 산책
안애경 지음/나무[수]/2009년 8월
-핀란드의 특별한 자연 환경
아티스트, 디자이너, 큐레이터로 핀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애경의 신간, <핀란드 디자인 산책>으로 자연과 인간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나라, 핀란드를 만났다. 북유럽에 위치한 핀란드는 눈과 얼음의 나라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겨울이 긴 나라다. 한 겨울에는 영하 30도에 이를 정도로 추운 날씨 속에 어둡고 긴 겨울이 이어진다. 얼었던 강과 호수가 녹고, 푸르른 신록이 짙어지는 여름이 오면 핀란드 사람들은 흥분과 기쁨에 설렌다. 그들은 따듯한 날씨와 찬란한 태양이 뜨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긴 휴가가 시작되면 숲에 있는 여름 집으로 떠난다. 전기 시설도 되어 있지 않은 여름 집에서 원시생활을 하며 밭을 일구고, 보트를 타고, 수영을 한다. 육체와 관련된 일을 통해 문명에서 맛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즐거움을 자연에서 마음껏 느끼며 짧지만 열정적이고 풍요로운 여름을 만끽한다. 핀란드사람들은 이런 핀란드만의 기후와 특별한 자연환경을 사랑하고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아름다운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핀란드의 거리에서, 가정에서, 공공장소에서, 그들이 앉는 벤치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이불과 커피 잔에서 그들의 멋진 생각이 멋진 디자인으로 아름답게 탄생한다.
-핀란드의 디자인
핀란드의 디자인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도시 관리자들은 어둡고, 긴 겨울을 시민들이 보다 가벼운 기분으로 날수 있도록 도시의 공공건물들을 새롭게 단장하고, 밝고 따뜻한 빛으로 새 옷을 입힌다. 눈이 쌓이고 안개 자욱한 한 겨울 밤에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건물에서 신비로운 빛이 도시를 감싸는 사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국가는 국민들이 일상적인 예술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건물과 공원, 역, 거리, 놀이터 등을 세심하게 단장한다.
디자이너들도 평범한 커피 잔, 물 컵 하나에도 핀란드의 자연을 담아낸다. 푸르른 어둠이 깔리는 저녁의 하늘 색, 그들의 바다와 강으로 날아와 한 철을 보내고 가는 철새들의 모습이나 자연에서 마음껏 뛰노는 동물의 모습 등에서 그들이 사랑하는 핀란드의 자연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디자인은 친환경적이고, 옛 것과 현대적인 것들을 모두 포용하며,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핀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이들의 삶은 한국과 무척 닮은 부분이 있다. 사우나 없이는 핀란드란 나라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핀란드인 스스로 말한다. 세계 어디에도 한국의 찜질방이 진출할 만큼 사우나를 좋아하는 우리의 정서와 비슷한 것 같다. 인구가 약 5백만인데 사우나가 거의 2백만 개다. 우리의 사우나는 크고, 화려하고, 대중적이고, 놀이 문화의 연장이지만 핀란드의 사우나는 휴식과 사색의 장소인 것 같다. 거의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사우나엘 가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또는 매일 사우나를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여름휴가 기간에는 여름 집에 있는 사우나에서 뜨거운 열기에 온 몸을 담그다가 알몸으로 수영을 하기도 하며 몸과 마음을 청결하게 하고 자연을 온 몸으로 만끽한다.
사람으로 복잡한 공간을 워낙 좋아하지 않아서 사우나를 꺼리는 나도 핀란드인 자주 가는 이런 사우나라면 가보고 싶다.
자연과 전통을 사랑하고 소박한 생활을 기꺼이 즐기는 핀란드 사람들의 생각이 그들의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이 책은 핀란드라는 나라의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바람직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지구촌 곳곳이 환경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즈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참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