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담쟁이 문고
김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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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김연 지음/실천문학사/223p./2009

‘겨울에 일본여행을 갔을 때는 전통과자를 사오고, 여름에 인도 여행을 갔을 때는 머플러를 선물했던 스티브는 떠날 때도 엄마에게 인상 깊은 선물을 남겼다. 엄마랑 스티브가 둘이 찍은 유일한 사진을 액자에 담아 건넨 것. 박신양의 음악회에서 둘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엄마의 화양연화.’

아홉 살 인생,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이 사춘기의 소녀가 되어 나타났다. 자신보다 더 철없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엄마 때문에 이 소녀는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어려운 환경은 괜찮은 사람을 버리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을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중학교 일이학년인 이 아이는 이혼녀, 전직 노동운동가, 밥벌이가 힘든 무명의 소설가 등 이 세상의 마이너리그로 살아가는 엄마 덕분에 자기도 모르게 성숙한 인간이 되어 버렸다. 생존에 대한 본의 아닌 많은 고민을 하며 엄마와 함께 스스로 크고 있는 아이, 그 아이의 독백이 때론 웃기고, 때론 대견하고, 때론 가슴이 아프다.

왜 어떤 사람은 쉬지 않고 연애를 할까? 내 친구도 거의 그랬다. 늘 누군가를 먼저 좋아하고, 설레고, 잠깐 사귀기도 하고, 또 많이 거절당하고, 아파했다. 그리고 상심의 시간과 그 사랑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거친 후 또 다시 연애를 시작했다. 그 애의 연애는 사람이 바뀔 뿐 다시 간절하게, 예쁘게 피어났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수줍음이 많고 엄격한 나는 그런 그 애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그 애의 스타일이려니 하는 생각만 했을 뿐. 이 엄마는 누군가를 너무 용감하게 좋아한다. 필이 꽂히면 엄마의 사랑의 꽃은 급속도로 피어나고 용의주도하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연애를 시작한다. 무턱대고 좋아하고 무턱대고 상처 받는다. 그러니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거다. 재보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나 실패한 사랑 대신 애틋한 친구를 얻은 엄마의 화양연화는 나름 감동적이다.

연애감정으로 상대방에게 헌신적으로 자신을 던지고 있는 현재의 엄마는 과거에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간과 젊음을 던졌었다. 노동운동. 말이 쉽지, 노동운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이라도 겪어본 사람은 안다. 노동조합에 한 번이라도 가입하고 거대한 골리앗과 싸우기에 자신이 얼마나 한없이 작은 사람인지 느껴본 사람은 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고마움을 알기는커녕 당당하게 ‘더, 더, 더’를 요구하는 방관자들의 섬뜩한 이기주의를 경험해본 사람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고뇌와 어려움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다. 방관자로 무임승차자로 세상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이 엄마처럼 앞뒤 돌아보지 않고 젊음을 송두리째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던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혼녀로, 비주류작가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 너무 팍팍하고 힘든 일이다. 엄마가 원고료로 100만원이라도 벌면 좋겠다는 딸의 소망은 웬만해선 글 써서 먹고 살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직은 약간의 기댈 언덕이라도 있어서 어찌어찌 살아간다지만 앞날은 예측이 어렵다. 그래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엄마와 딸이 대견하다. 세상과 좌충우돌, 연애에는 고군분투하는 열혈모녀의 생존기는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가슴 저 밑바닥에는 아직 목마른 생의 욕구들이 꿈틀거리는데.....
어떻게 사랑 하고 싶은지, 어떤 친구를 꿈꾸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다시 천천히 내게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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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 이보경 기자가 들여다본 프랑스의 속살
이보경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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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이보경 /창해/361p./2009년

MBC 보도국 사회부 기자, 통일외교부, 문화부 기자 출신의 저자 이보경은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석사학위 공부를 하며 1년간 파리를 경험했다. 익숙한 일상을 탈피해서 파리에서 지낸 1년은 그녀의 기자로서의 민감한 더듬이와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분출한 시간들이 되었을 것 같다. 조앤 롤링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과 카페 한 귀퉁이에서 미친 듯이 해리포터 이야기를 써내려갔듯 저자는 파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맥도널드 한 귀퉁이에서 파리특파원처럼 생생한 그곳의 이야기를 전해온다.

그녀의 신랄한 글들을 만나기전 유럽 한 복판에 있는 프랑스는 내게는 그저 유토피아 적인 서양의 한 나라에 불과했었다. 특히 파리는 패션, 예술, 문화의 도시로 날씬한 모델이 세련한 화장을 하고 최신의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그런 도시 말이다. 그러나 언론인이며, 주부이자, 사회학도인 저자의 칼럼들은 화장을 지우고 츄리닝 바람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가는 아줌마들이 그런 프랑스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환상은 깨졌지만 모델 같은 프랑스보다는 이 책의 프랑스가 훨씬 재미있고 훨씬 더 좋다.

책은 6장까지 프랑스의 정치, 교육, 여성문제, 육아, 언론, 다양성, 철학 등의 주제를 톡톡 튀는 제목 아래 모았다. 연예인 뺨치는 정치인들의 스캔들과 물 만난 고기가 된 언론, 언론 장악을 위한 집권당의 집권의 기술, 언론과 정경유착,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소신 있는 신문 이야기 등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 언론의 모습은 흥미롭다. 프랑스의 육아, 교육, 취업, 남녀평등의 이야기도 우리나라와 별 다를 게 없다. 아주 잘사는 상류층이나 피해갈까,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일을 해야 하는 프랑스 여성들의 문제 또한 우리랑 비슷하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약간 다른 정서로 살아가는 프랑스 사람들이 이해되어진다.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는 부끄러움과 상처, 사람들 앞에 내 놓기 꺼려하는 걱정거리는 무엇일까? 미국과 유럽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무슬림 문제라고 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들어온 약 500만 명의 아랍계 이주민과 그 이세들은 이제는 프랑스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에 비유된다. 언어, 가난, 높은 실업률, 마약, 절도, 범죄 등 현재 프랑스 전체 수감자의 80퍼센트가 아랍계라고 한다. 1990년대 프랑스 경제가 괜찮을 때는 별 문제 없었으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들이 취업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기 이주민들의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마약,  각종 범죄로 얼룩진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 이밖에도 날로 늘어가는 노숙자 문제나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노예무역, 히틀러에 협력한 프랑스 정부 등, 역사적인 상처도 언급하고 있다.

앞서의 어두운 면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프랑스는 천혜의 자연과 비옥한 영토, 열정적이고 근면하고 자존심 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부러운 나라이다. 남한의 약 5. 5배의 영토와 1.3배의 인구, 그 넓은 영토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인구의 3.6%라고 한다. 질 좋은 농산물을 생선하고 수출하는 풍요한 나라, 포도주와 치즈,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요리의 바탕이며 경제, 문화, 예술의 원천인 농업은 바로 프랑스의 저력이다. 프랑스의 농토가 잘 보존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농작물을 생산하는 땅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다양한 인종, 다양한 종교,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 프랑스, 그 복잡함이 어우러져 멋진 예술품처럼 더욱 멋진 나라로 발전하길 응원한다.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 여행을 좋아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더 좋은 세상에 대한 열정을 가진 많은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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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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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난에 무릎 꿇지 않도록 격려하는 책
사우스 브로드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황혜숙 옮김/ 생각의 나무/ 512, 472p. 2009. 10

가슴 벅찬 아름다운 문장과 방대한 스토리,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뛰어난 소설을 만났다. 500페이지 분량의 상하로 된 이 책은 한 자리에 북 박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운 스팩터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주말 내내 나의 엉덩이를 침대위에 붙들어 두었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 일요일 밤에 끝장을 보았다. 그리고 팻 콘로이에게 ‘벤허’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감동과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웅장함에 뒤지지 않는 현대 소설의 거장이라는 정의를 내려주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읽었던 여러 소설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일까? 인생의 다양한 요소들, 기쁨과 슬픔, 선과 악, 사랑과 미움과 용서라는 인간 내면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보여주며 인생에서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비극과 고난에 무릎 꿇지 않도록 독자를 위로하는 이 책 같은 소설이 아닐까.

미국의 뛰어난 작가 팻 콘로이는 1945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출생했다. 엄격한 군인 가정에서 자라난 그는 열여덟 살 이전에 스물세 번이나 이사를 했고 청년시절에는 교사로 잠시 근무하기도 했었다. 그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교사로서의 경험은 그의 작품 속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손으로 묘사하고 있는 책의 배경인 미국 남부 사우스 캐롤나이나 찰스턴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미국 남동부에 속한 대서양 연안의 도시, 애슐리 강과 쿠퍼 강이 양쪽으로 흐르는 오랜 역사와 많은 사연을 가진 찰스턴은 우리나라의 남도를 떠올릴 만큼 짙은 정서와 색채를 가졌다. 미국 노예제도, 인종차별과 남북전쟁이 시작된 곳이라는 독특한 남부의 역사와 정서를 간직한 그 곳은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사연과 추억을 품고 지금도 그들의 후손이 살아가고 있는 땅이다.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처럼 아버지의 깊고 넓은 사랑처럼 마르지 않고 도도하게 흐르는 강과 찰스턴의 유서 깊은 마을들은 이 책 속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너무나 사랑했던 형이 목욕탕에서 손과 목을 칼로 그어 자살한 사건을 목격한 레오는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 계속되는 정신과 치료를 감당해 오던 레오는 어느 날 갑작스런 마약 소지죄까지 덮어 쓰게 된다. 누가 봐도 레오가 소지했을 리 없는 상당한 분량의 마약을 그의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범인의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고 오랜 기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묵묵히 수행하는 레오, 그것은 알 수 없는 비극으로 자신을 짓눌러온 운명에 대한 저항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오면 사람들은 두 가지 유형의 행동을 취한다. 그것은 피하는 것과 맞서는 것이다. 피하는 방법 중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아마 자살일 것이다. 가난이나, 성적 학대나, 알코올 중독 부모를 가졌다거나 백인이 증오하는 깜둥이로 태어났다거나 ,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고아원을 전전한 인디언의 후손이거나, 아이들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생존의 위기에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누구라도 사랑하고 감탄해마지 않았던 눈부신 외모와 재능으로 빛났던 사춘기의
소년은 왜 목욕탕에서 손목을 그어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레오는 새벽마다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 집집마다 신문을 배달한다. 나중에 그 자신이 칼럼을 쓰게 되는 그 신물은 찰스턴의 모든 변호사와 사업가와 유력인사들이 구독하는 중요한 신문이다. 그리고 사회봉사명령으로 수업을 마친 후 몸이 불편하고 지독한 독설가인 지역의 독거노인을 돌보거나 앞집에 새로 이사 온 남매에게 쿠키를 구워 찾아가거나 인근 고아원의 고아를 새 학교에 정착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 자신도 아직 치유되지 못한, 아니 언제 치유될지 모르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던 레오는 상처 입은 아이들과 친구가 된다. 희대의 살인마와 알코올중독 어머니를 둔 미친 미모와 음악적 재능을 가진 남매, 인디언 혈통인 고아 남매, 깜둥이 풋볼 선수, 명문 귀족가문의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아이들, 그들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세상에 반항하고, 상대를 불신했지만 어느덧 믿고 의지하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뜨거운 관계로 변화되었다. 어떤 아이들은 이유 없이 닥치는 지옥의 폭력 앞에서 자신의 삶마저 지옥으로 몰아넣을 뻔 했지만 용케 그 지옥을 벗어나 세상의 빛이 되었으며, 어떤 아이들은 하나님도, 친구도, 연인이 내민 손도 잡을 힘이 없어 그 나락의 구렁덩이에 빠져 침몰해 가기도 했다.

삶이란 때로는 태풍과 한편이 되어 게르니카처럼 인생을 처참하게 파괴하는 강물 같기도 하고, 때로는 아침 햇살 같은 눈부심, 저녁노을 같은 황금빛으로 기쁨과 환희로 빛나는 애슐리강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내게 예리하고 섬뜩한 칼날을 들이대고 누군가는 원치 않는 고통의 나락으로 나를 쳐 넣기도 한다. 누군가는 한평생 감옥에서 썩어 마땅한 인간이기도 하며 누군가는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기도 하다. 또 누군가는 매일 환한 불을 밝혀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사랑을, 누군가는 사랑의 환희를, 누군가는 인생의 공정함과 엄격함을, 누군가는 언제나 변치 않는 배려와 헌신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본질적으로 따듯한 마음과 지옥 같은 삶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유머라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인생에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나는 인생의 고난에 남자답게 당당하게 맞서는 아이들을 보며 기뻤고 인간의 약함에 무관심하거나 냉혹하지 않고 그 약함을 향해 손 내밀도록 가르치는 어른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인내하며 자신을 전적으로 헌신하는 사랑에 감탄했고,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인간과 신에게 다가가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영어로 된 작가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우리말로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번역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번역자들이 없었다면 명작을 즐겁게 읽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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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번영 - 현대 금융경제학이 빚어낸 희망과 절망
이찬근 지음 / 부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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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번영
이찬근 지음/부키--2009년 383p.

-왜 불안한 번영인가?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너무 살기 어렵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듣고 있다. 인생 문제 중 경제문제가 해결되면 인생문제의 약 80%가 해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문제는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 뿐 아니라 세계경제는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과 번영을 이루었지만 이 책의 제목처럼 불안한 상태다. 불안한 번영, 믿음직스럽지 못한 미래,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 이찬근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은행과 삼성그룹,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며 금융부문의 경력을 쌓고 현재 인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계경제 위기의 심각한 사태와 불안한 원인을 ‘현대 금융경제학이 빚어낸 희망과 절망’이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금융’에서 찾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 글로벌화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국가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세계화의 영향
IMF 사태이후 우리나라는 FTA 체결 등 국제시장에 경제의 문을 활짝 여는 세계화, 금융화, 시장화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펼쳐왔다. 한편에서는 경제의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므로 따라야한다는 입장이었고, 한편에서는 섣부른 세계화는 경쟁력 없는 자국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컸었다. 그러나 미국 등 강대국이 밀어붙이는 세계화 시장정책을 피할 수만은 없었던 정부는 미국과 세계금융에 대한 개방정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우량기업들에 대한 국내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강화되었고, 정부의 영향력은 축소되었다. 은행과 대기업은 수익성중심의 경영으로 전환되어 일자리 창출 등 투자보다는 수익을 쫓는 운영을 하고 있다. 이전처럼 정부주도하의 기업운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분야에 기업의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세계화, 세계 금융 시장의 영향아래에 있는 지금은 한 나라의 기업이 그 나라의 소유가 아닌 세계 자본가들의 소유라는 의미가 더 강한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부동산불패신화, 즉 집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믿음은 미국의 집값 상승을 가져왔고, 자신의 소득보다 훨씬 비싼 집을 소유하고자 욕망을 부추겼다. 과거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안정적으로 상환 할 수 있는 구매자들에게만 대출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에게도 높은 이자를 내는 조건으로 마구 대출을 남발한 것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이 되었다. 금융이자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대출자가 이자를 갚지 못하자 금융권에 연쇄적인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이 사태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금융정책에 따라 부동산이 안전한 투자처가 될 수도 있고, 금융문제와 맞물려 집 값 대폭락이 온다면 부동산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투자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탈세계화 시대의 개인과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미국 발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해 세계 금융 시장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세계의 금융시장도 안전하지 않다. 이전의 세계화, 금융화를 넘어 지금의 세계 경제는 탈산업화, 탈세계화, 탈금융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핵심키워드는 ‘거대한 개인’이라고 한다. ‘거대한 개인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인데 이 개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부심이 강하고, 자기 책임을 중시하며, 스스로 완성도를 추구하는 개인이다. 이러한 글로벌 시대에 전문성을 갖춘 뛰어난 개인들이 모여 보다 성숙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한국 경제는 개인 경쟁력을 키우고, 개인의 역동성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도 탈산업화 시대, 글로벌 시대에 개개인이 전문성과 수월성을 토대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스킬 갭(SKILL GAP)의 문제를 해소해야만 한다. ’ -에필로그 중
국가는 국민들이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뛰어난 개인으로 성장하도록 법률, 의료, 교육, 금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국민을 잘 섬기고 지원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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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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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바움/2009년/ 269p.

가스미초 이야기는 딱 요즘처럼 은행나무 가로수가 짙은 노랑으로 물들어가는 10월을 위한 소설이다. 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잎들은 비라도 내리고 난 다음 날 아침에는 우수수 떨어져 인도와 벤치를 덮는다. 봄날의 투명하고 환한 개나리나 산수유 꽃보다 더 노랗고 더 짙은 그 색은 서서히 오는 춥고 긴 겨울을 위해 가을이 마련한 작은 선물과 같다. 가을과 겨울의 추위가 오면 사라져 버린 한 여름의 강렬한 태양빛을 그리워하듯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거리와 사람들을 추억하는 오래된 앨범 같은 책이다.

첫 소설집 <철도원>으로 이름을 알린 아사다 지로는 이 책으로 지금은 사라진 도쿄의 중심부 어딘가에 있었던 마을, 가스미초(안개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학입시를 앞 두고 있는 머리 좋고 방탕한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과 사진관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돌아가셨지만 주인공의 기억 속에 늘 아름답게 기억되는 할머니, 데릴사위인 아버지 그리고 친구들과의 이런 저런 일들이 8편의 이야기에 담겨 있다.

할아버지는 이차대전이 일어나기 전 중학생 때부터 인물사진을 찍어온 사진사이다. 사진사란 직업에 평생 긍지를 갖고 살아온 할아버지는 사진에 삶의 가치를 담으려 했던 장인이었다. 할아버지는 게이샤였던 할머니를 기적에서 빼내기 위해 많은 돈을 모으고 또 빌려서 할머니와 결혼했고,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아니 돌아가신 후에도 평생 한 여자를 사랑하고 지켰으며 자기가 낳은 자식이 아니었던 아들까지도 말할 수 없이 사랑했던 남자다. 할아버지의 삶을 주인공은 잘 이해할 수도 없고 쉽게 내색하지도 않지만 할아버지의 사랑과 사진에 대한 열정을 존경한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들을 옆을 지키며 함께 하는 손자는 할아버지를 마음 깊이 이해하는 속 깊은 친구 같기도 하다.

당시 도쿄의 문화가 그랬는지, 머리 좋고 공부 잘 해서 명문대 진학 추천서를 무리 없이 받아내는 멀쩡한 고등학생들이 밤이면 스포츠카에 여자들을 태우고 나이트 클럽에서 흥청망청 밤을 보내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우리나라의 전쟁 전후 퇴폐적인 명동의 밤거리와 그곳을 활보 했던 미끈하고 돈 많은 대학생들처럼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과 그 친구들은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함께 밤을 새우고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게 등교를 한다. 그런 분위기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나 보다. 방탕한 손자를 , 아들을 어른들은 그리 크게 야단치지 않는다. 전쟁 후 옛날의 전통이 급격히 사라져가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교차하는 과도기 일본인들의 방황이 그렇게 표현되었을까.
손주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늘 아름다운 모습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헌신적인 사랑을 동시에 받은 여인이다. 동시에 두 남자에게 사랑받았던 비밀을 간직한 여인, 주인공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를 닮은 평지꽃을 관에 넣어 드리려고 온 동네를 돌아다닌다.

특별히 재능을 인정받지도 못한 평범한 제자였다가 어느 날 스승의 데릴사위가 되어 조용히 사진으로 자신의 또 다른 삶을 살아간 주인공의 아버지, 때론 대립하기도 하고, 때론 사랑하고, 존경하며 스승의 열정을 알아준 제자는 ‘노스승’이란 한 장의 사진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세상에 내 놓았다.

가스미초라는 사라진 지명처럼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분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이 책은 지나온 시간들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그립다고 꼭 말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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