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담쟁이 문고
김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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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김연 지음/실천문학사/223p./2009

‘겨울에 일본여행을 갔을 때는 전통과자를 사오고, 여름에 인도 여행을 갔을 때는 머플러를 선물했던 스티브는 떠날 때도 엄마에게 인상 깊은 선물을 남겼다. 엄마랑 스티브가 둘이 찍은 유일한 사진을 액자에 담아 건넨 것. 박신양의 음악회에서 둘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엄마의 화양연화.’

아홉 살 인생,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이 사춘기의 소녀가 되어 나타났다. 자신보다 더 철없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엄마 때문에 이 소녀는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어려운 환경은 괜찮은 사람을 버리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을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중학교 일이학년인 이 아이는 이혼녀, 전직 노동운동가, 밥벌이가 힘든 무명의 소설가 등 이 세상의 마이너리그로 살아가는 엄마 덕분에 자기도 모르게 성숙한 인간이 되어 버렸다. 생존에 대한 본의 아닌 많은 고민을 하며 엄마와 함께 스스로 크고 있는 아이, 그 아이의 독백이 때론 웃기고, 때론 대견하고, 때론 가슴이 아프다.

왜 어떤 사람은 쉬지 않고 연애를 할까? 내 친구도 거의 그랬다. 늘 누군가를 먼저 좋아하고, 설레고, 잠깐 사귀기도 하고, 또 많이 거절당하고, 아파했다. 그리고 상심의 시간과 그 사랑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거친 후 또 다시 연애를 시작했다. 그 애의 연애는 사람이 바뀔 뿐 다시 간절하게, 예쁘게 피어났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수줍음이 많고 엄격한 나는 그런 그 애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그 애의 스타일이려니 하는 생각만 했을 뿐. 이 엄마는 누군가를 너무 용감하게 좋아한다. 필이 꽂히면 엄마의 사랑의 꽃은 급속도로 피어나고 용의주도하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연애를 시작한다. 무턱대고 좋아하고 무턱대고 상처 받는다. 그러니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거다. 재보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나 실패한 사랑 대신 애틋한 친구를 얻은 엄마의 화양연화는 나름 감동적이다.

연애감정으로 상대방에게 헌신적으로 자신을 던지고 있는 현재의 엄마는 과거에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간과 젊음을 던졌었다. 노동운동. 말이 쉽지, 노동운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이라도 겪어본 사람은 안다. 노동조합에 한 번이라도 가입하고 거대한 골리앗과 싸우기에 자신이 얼마나 한없이 작은 사람인지 느껴본 사람은 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고마움을 알기는커녕 당당하게 ‘더, 더, 더’를 요구하는 방관자들의 섬뜩한 이기주의를 경험해본 사람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고뇌와 어려움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다. 방관자로 무임승차자로 세상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이 엄마처럼 앞뒤 돌아보지 않고 젊음을 송두리째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던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혼녀로, 비주류작가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 너무 팍팍하고 힘든 일이다. 엄마가 원고료로 100만원이라도 벌면 좋겠다는 딸의 소망은 웬만해선 글 써서 먹고 살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직은 약간의 기댈 언덕이라도 있어서 어찌어찌 살아간다지만 앞날은 예측이 어렵다. 그래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엄마와 딸이 대견하다. 세상과 좌충우돌, 연애에는 고군분투하는 열혈모녀의 생존기는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가슴 저 밑바닥에는 아직 목마른 생의 욕구들이 꿈틀거리는데.....
어떻게 사랑 하고 싶은지, 어떤 친구를 꿈꾸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다시 천천히 내게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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