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 이보경 기자가 들여다본 프랑스의 속살
이보경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이보경 /창해/361p./2009년
MBC 보도국 사회부 기자, 통일외교부, 문화부 기자 출신의 저자 이보경은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석사학위 공부를 하며 1년간 파리를 경험했다. 익숙한 일상을 탈피해서 파리에서 지낸 1년은 그녀의 기자로서의 민감한 더듬이와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분출한 시간들이 되었을 것 같다. 조앤 롤링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과 카페 한 귀퉁이에서 미친 듯이 해리포터 이야기를 써내려갔듯 저자는 파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맥도널드 한 귀퉁이에서 파리특파원처럼 생생한 그곳의 이야기를 전해온다.
그녀의 신랄한 글들을 만나기전 유럽 한 복판에 있는 프랑스는 내게는 그저 유토피아 적인 서양의 한 나라에 불과했었다. 특히 파리는 패션, 예술, 문화의 도시로 날씬한 모델이 세련한 화장을 하고 최신의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그런 도시 말이다. 그러나 언론인이며, 주부이자, 사회학도인 저자의 칼럼들은 화장을 지우고 츄리닝 바람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가는 아줌마들이 그런 프랑스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환상은 깨졌지만 모델 같은 프랑스보다는 이 책의 프랑스가 훨씬 재미있고 훨씬 더 좋다.
책은 6장까지 프랑스의 정치, 교육, 여성문제, 육아, 언론, 다양성, 철학 등의 주제를 톡톡 튀는 제목 아래 모았다. 연예인 뺨치는 정치인들의 스캔들과 물 만난 고기가 된 언론, 언론 장악을 위한 집권당의 집권의 기술, 언론과 정경유착,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소신 있는 신문 이야기 등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 언론의 모습은 흥미롭다. 프랑스의 육아, 교육, 취업, 남녀평등의 이야기도 우리나라와 별 다를 게 없다. 아주 잘사는 상류층이나 피해갈까,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일을 해야 하는 프랑스 여성들의 문제 또한 우리랑 비슷하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약간 다른 정서로 살아가는 프랑스 사람들이 이해되어진다.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는 부끄러움과 상처, 사람들 앞에 내 놓기 꺼려하는 걱정거리는 무엇일까? 미국과 유럽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무슬림 문제라고 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들어온 약 500만 명의 아랍계 이주민과 그 이세들은 이제는 프랑스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에 비유된다. 언어, 가난, 높은 실업률, 마약, 절도, 범죄 등 현재 프랑스 전체 수감자의 80퍼센트가 아랍계라고 한다. 1990년대 프랑스 경제가 괜찮을 때는 별 문제 없었으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들이 취업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기 이주민들의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마약, 각종 범죄로 얼룩진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 이밖에도 날로 늘어가는 노숙자 문제나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노예무역, 히틀러에 협력한 프랑스 정부 등, 역사적인 상처도 언급하고 있다.
앞서의 어두운 면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프랑스는 천혜의 자연과 비옥한 영토, 열정적이고 근면하고 자존심 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부러운 나라이다. 남한의 약 5. 5배의 영토와 1.3배의 인구, 그 넓은 영토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인구의 3.6%라고 한다. 질 좋은 농산물을 생선하고 수출하는 풍요한 나라, 포도주와 치즈,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요리의 바탕이며 경제, 문화, 예술의 원천인 농업은 바로 프랑스의 저력이다. 프랑스의 농토가 잘 보존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농작물을 생산하는 땅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다양한 인종, 다양한 종교,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 프랑스, 그 복잡함이 어우러져 멋진 예술품처럼 더욱 멋진 나라로 발전하길 응원한다.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 여행을 좋아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더 좋은 세상에 대한 열정을 가진 많은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