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엔젤 -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조문채 글, 이혜수 글.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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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3일
100%엔젤, 나는 머리 냄새나는 아이예요
이혜수 글 ․ 그림/씨앗을 뿌리는 사람/2010년

엄마와 딸이 교환일기를 썼다. 그림 그리고 글 쓰며 출판사를 운영하는 엄마는 사춘기가 될랑 말랑한 딸의 일기를 당당히 훔쳐(?) 읽고, 아니 공개적으로 읽으신 건가? 일기로 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왼쪽에는 배추벌레 이혜수의 천진난만하고 솔직한 일기가, 오른쪽에는 자유로운 사고와 100% 딸을 믿고 사랑하는 엄마의 일기가, 툭툭 내뱉으면 깔깔 대며 공감하는 모녀의 대화처럼 이어진다.

엄마의 꿈은 특별하다. 넓은 평수의 자기 집을 갖는 것도 아니고, 작가로써 큰 명성을 얻는 것도 아니다. 엄마의 꿈은 ‘사람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사람을 꿈꾸게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의 꿈조차도 찾기 어렵고, 찾았다고 해도 잃어버리기 쉬운 세상에 다른 사람을 꿈꾸게 하는 그 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엄마는 딸의 긴 머리를 감겨주며 이야기한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 가난한 아이, 다리를 저는 아이, 한 부모와 사는 아이들처럼 모든 사람은 다 약점을 갖고 있듯이 너도 머리 냄새나는 아이임을 꼭 기억하라고 한다. 친구에 대해서, 생명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가족과 일에 대해서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힘이 있다.

처음 학교 들어가서 ‘이 혜수’를 ‘10 혜수’라고 쓴 귀여운 딸은 엄마랑 일기 쓰며 사랑 받고 사랑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다. 차별 없는 가슴과 총명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소녀는 반듯하게 성장하여 이제 세상과 이야기한다. 저자 이혜수는 이 책으로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도서전 아동도서 그림책 부분에 출품하여 당선하였다. 그녀의 그림은 재미있고 솔직하다. 그림에 입힌 색은 환하고 따뜻하다.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것이 꿈인 엄마의 딸답게 그녀의 작품은 특별하다.
소울메이트, 우리는 누구나 영혼을 교감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꿈꾼다. 엄마와 딸, 아내와 남편, 절친한 친구 등 누구라도 한 명의 소울메이트를 가졌다면 그 사람의 삶은 참 풍요로울 것 이다. 그래서 이 엄마와 딸의 관계가 참 부럽다. 나의 소울메이트는 누구일까? 내 소울메이트가 될 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을 찾기 전에 내가 그 누구의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겠지. 그 누구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먼저 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고 먼저 내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쉽지 않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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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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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0년 2월 1일
보통날의 파스타
박찬일 지음/나무[수:]/281p./2010년 1월

파스타 이야기를 읽으니 재작년 방송되었던 KBS 명작 다큐멘터리 <누들 로드>가 떠오른다. 고화질 TV로 약 이천 오백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선명하게 재현해낸 인류 음식 문명의 발자취는 신비로웠다. 인류 최초의 국수는 중국 서쪽 끝 중앙아시아의 타클라마칸 사막 지대에서 발견되었다. 고대인들의 무덤에서 나온 손으로 비벼 만든 짧은 국수 가닥이 그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서양의 유럽과 동양의 아시아가 실크로드를 오가면서 중앙아시아에서 만났다. 작열하는 태양과 물 한 모금, 풀 한포기 귀한 황량한 사막은 동서양의 물자와 사람이 만나면서 흥청거리는 도시가 되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큰 장이 서고 돈과 음식과 물건들이 넘쳐났다. 거기서 상인들은 선채로 국수를 먹었다. 가는 면발, 따끈한 국물에 야채와 고기가 어우러져 진한 맛을 내는 따끈한 국물, 후루룩 하며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는 질감, 그 후로 국수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핫한 음식이 되지 않았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수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국수만큼 다양한 요리법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이 또 있을까. 쫄면, 매운 비빔국수, 두툼하게 썬 칼국수, 간장에 찍어먹는 냉 메밀국수, 얼큰한 라면 등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끈하게 먹는 국수 한 그릇은 열 반찬이 부럽지 않다. 어떤 재료를 넣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요리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국수, 밀가루 요리가 그다지 몸에 좋지 않다는 소리를 들어도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매력이다. 팔순이 넘으신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는 국수요리는 참 특별하다. 소면을 잘 삶아 차가운 물에 투명하게 헹구어낸 국수 한 줌을 시원한 맹물에 담근다. 그리고 설탕을 두 세 숟가락 듬뿍 넣는다. 휘저어 후루룩 드신다. 내가 아무리 설탕이 몸에 좋지 않으니 멸치국물에 여러 가지 야채를 넣어 만든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드시라고 해도 아니라고 하신다. 우리 어머니가 또 하나 즐기는 국수는 한 여름 시원한 콩국물에 소면을 말고 설탕을 듬뿍 넣어 먹는 국수다. 어머니에게 국수는 딱 2가지 ‘설탕물 맑은 국수’이거나 ‘설탕물 콩국수’뿐이다.

현직 요리사 박찬일이 소개한 파스타는 내가 갖고 있는 파스타의 선입견을 버리게 했다.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우리 어머니의 그 국수’처럼 단순하고 빠르며, 맛이 분명하고 간결하다. 여러 가지 맛이 섞이는 걸 싫어하고 다양한 재료가 한 요리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한다. 저자가 말하는 파스타 만들기 핵심 팁은 다음과 같다. 넉넉한 맑은 물에 바닷물 맛이 날 정도로 좋은 소금을 넣고 파스타를 삶는다. 올리브유에 마늘과 야채, 토마토소스, 혹은 고기 소스 등 기호에 맞는 재료를 넣고 화이트 와인을 뿌린 후, 뚜껑을 덮고 좀 익힌다. 재료가 익으면 잘 익은 파스타를 건져 소스가 면에 잘 스며들도록 비벼내면 끝이다. 처음 보는 재료나 향신료, 와인이 없다면? 안 넣으면 된다. 그의 쉽고 재미있고 명쾌한 파스타 요리법을 머리로 따라 해보니 괜히 파스타에 자신감이 생긴다. 오늘 밤 수퍼에 가서 파스타 한 봉지만 사면 당장이라도 따끈하고 감칠맛 나는 카르보나라나 홍합 스파게티 한 접시 예쁘게 식탁에 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김치와 국, 비빔밥이 재료에 따라 수천, 수만 가지를 만들 수 있듯,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따라 면의 종류에 따라, 소스의 종류에 따라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남쪽 끝 섬 지방인 시칠리아부터 부유한 이탈리아 북부의 대도시까지 저자가 소개하는 파스타는 참 다양하다. 비싸지만 냄새 고약한 치즈부터 멸치, 고등어 등 흔한 해산물,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를 주재료로 하는 파스타, 달랑 마늘 하나와 올리브유로 맛을 내는 파스타, 우리나라의 만두 같은 파스타를 국물에 담가먹는 음식까지,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파스타를 통해 이탈리아의 향과 맛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제목이 ‘보통날의 파스타’라 ‘보통날’이 뭘까 궁금했다. 보통날에 평범한 사람들이 먹어왔고 지금도 먹는 파스타, 이탈리아의 파스타에서는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앞만 보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는 현대 기계 문명에 저항하며 과거와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이탈리아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자신들의 어머니와 할머니, 그 어머니와 어머니들이 만들어온 파스타 만드는 법을 고수한다. 그들은 고기 넣고, 푹 삶아 뭉근하게 조린 진한 국물에 탱탱한 파스타를 비벼낸 그 파스타,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을 받아 빨갛게 숙성한 토마토를 중불에 오래 끓여 갖은 재료와 섞어먹는 그런 파스타를 사랑한다. 생각해보니 이탈리아 요리와 한국 요리는 꽤 닮은 것 같다. 전통을 사랑한다는 점이나 한 가지 음식에 셀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다거나, 소박하고 정감이 넘치는 음식문화까지 비슷하다. 이탈리아와 우리는 성격도 비슷해서 화끈하고 급한 성격에 주전선수가 줄줄이 퇴장당해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지난 2002 월드컵 때가 생각나 슬슬 웃음이 난다. 레몬처럼 예쁜 한 권의 책으로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과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해 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마음 따뜻하고 열정적인 요리사가 지중해에서 가져온 싱싱하고 따끈한 파스타의 비법을 식탁에서 잘 활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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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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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6일
뱀파이어 아카데미
리첼 미드/글담노블/403p.

늘 대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도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거의 매번 그렇다. 보통은 그 사람의 정면을 바라보고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미소 짓고 웃는다. 그런데 얼굴을 피하고 싶은 사람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나의 진실을 가려야 하니까. 내가 그를 싫어하는 것을 들키니까. 그와 미소 짓고 이야기하고, 칭찬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진심이 아니니까. 그래서 웃고 있어도 즐겁지 않다. 가식적인 일상에서 힘들고 지쳐 갈 때 탈출구처럼 찾게 되는 책이 환타지다. 환타지는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등장하고, 인간 세상과 다르면서도 참 비슷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뱀파이어 세상도 그렇다. 사회 계급과 인종 문제, 개인의 사랑과 우정, 질투와 욕망, 의리와 삶의 소명의식까지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로 들끓는다.

몬테나 깊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성 블라디미르 아카데미, 이곳에 뎀퍼 초보 수호인 로즈와 모로이 왕족인 리사가 인간세상으로 도망쳤다가 여러 수호인들에게 붙잡혀 돌아온다. 리사는 장차 뱀파이어 왕국의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는 고귀한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다. 리사와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깊은 결속관계를 맺고 있는 로즈는 그녀의 수호인이다. ‘뎀퍼’란 살아있는 뱀파이어인 ‘모로이’와 ‘인간’사이에 태어난 종족으로 모로이의 생존을 지키는 수호인을 말한다. 뎀퍼는 죽은 뱀파이어이자 사악하고 불멸의 종족인 ‘스트리고이’가 강력한 힘으로 모로이를 살해하고 멸망시키려고 하는 것을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막아낸다. 뎀퍼끼리의 결합으로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기에 모로이가 없으면 뎀퍼들도 생존할 수 없다.

지금 뱀파이어 세상은 모로이 종족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뎀퍼들과 모로이를 살해하고 스트리고이 세상을 건설하려는 오랜 전쟁이 진행 중이다. 고귀한 모로이 공주 리사와 난폭하고 엉뚱하지만 아름다운 외모의 수호인 로즈는 왜 뱀파이어 아카데미에서 도망쳐야 했을까? 아카데미로 돌아온 리사와 로즈를 둘러싸고 연이어 의문의 사건들이 터지는데, 이 사건들의 배후의 인물은 누구일까? 왜 드래고미르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리사는 끊임없이 정체불명의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까? 리사와 로즈가 숨겨야만 하는 절대적인 비밀은 무엇일까?

저녁 어스름 가로등이 차례차례 꺼지면서 호그와트에서 파견된 마법사 선생들이 해리포터를 방문한 것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뱀파이어 십대 소녀들의 등장도 꽤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사랑하는 친구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하얀 목덜미를 걷어 올려 피를 내주는 로즈, ‘피를 파는 창녀’란 모멸감도 무시할 정도로 그 애에게 소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십대들의 사랑과 우정, 질투와 카리스마 넘치는 수호인 선생님의 초콜릿 복근에 두근거리는 팔팔한 청춘들의 이야기도 괜찮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된 뱀파이어 시리즈 중 1권으로 이미 미국에서는 4권까지 출판되었고, 올해 5월경 마지막 5권이 출판될 예정이라 한다. 해리포터가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을 아우르는 환타지라면 이 책은 청소년 버전 환타지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에는 사십대 중반인 내 정서로 뱀파이어 세상의 독특한 정서를 받아들이고 몰입하기 어려웠지만 1권을 읽고 나니, 아직 남은 4권의 이야기가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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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
존 듀어든 지음, 조건호 옮김 / 산책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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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 축구



축구, 450그램을 넘지 않은 공 하나로 세계를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보와 왔고 지금도 축구 중계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꼬박 밤을 새워 축구를 시청하는 열성팬인 내게 이 책은 축구에 대한 더 다른 열정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축구의 이면을 안다는 것, 축구 현장 이외의 또 다른 장면을 축구 아마추어인 내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감독 중심의 코칭스탭, 구단프론트, 심지어 협회의 축구행정까지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축구 현장 이면까지 들추어 본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에 혀를 내둘렀다.  
축구에 대한 나의 지론은 철저한 조직 스포츠다. 개인의 특출한 실력으로 승리를 가져오기가 힘들고 훌륭한 지략을 갖춘 감독의 특출한 전술만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없는 스포츠가 축구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나의 입장에 역으로 공감을 해준 면들이 유감없이 들어난다. 박지성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표팀, 스티븐 제라드의 리버블, 아니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기보다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선수와 스탭, 구단 행정이 팀의 중심으로 인식되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전체를 중심으로 한 팀 운영은 건실한 팀으로 남을 수 있으나 개인 편향적인 팀 운영은 구단의 무게 중심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를 볼 때, 박지성 이외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음주 파문의 이운재보다 김영광이나 정성룡을 키워야 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스타 감독과 선수가 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는 하지만 거시적 입장에서 본다면 유소년 팜시스템을 통해 끊임없는 인재 양성과 합리적인 팀운영이 명문팀으로 만드는 근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표팀이든 클럽이든 한 개인의 팀일 수 없고 그러기에 처벌과 규제 또한 엄격하고 형평성 있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저자의 입장은 비판적이면서 포근한 애정이 묻어난다. 한국 정서를 다분히 품고 있으면서 서양적 합리주의가 몸에 밴 입장에서 해석하고 정리하는 한국 축구에 대한 관점에 적잖은 공감을 했다. 프로축구라는 인식과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분히 군사 정권의 정치적 시녀 역할을 해야 하는 암울함 안고 출범한 프로축구, 시작도 초라했지만 30년 가까운 역사에 변화와 개혁이 수반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치적 희생물로 겪은 과거 역사를 뒤안길로 하고 좀 더 합리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함에도 기업홍보과 경제적 효율성에 묶여 제자리걸음을 하는 K리그의 현주소가 씁쓸하기만 하다. 앞으로 한국 프로 축구는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강등제의 도입과 유능한 심판 양성, 유소년 축구 시스템 도입과 효율적 운영, K리그 흥행과 발전을 위한 대안 등 현실적으로 걸려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가 가슴에 남는다.  


현 축구 풍토에 대한 다각도의 이해와 사고의 전환을 이루어져야 한다. 넘치는 경제적 부를 거머쥔 부호가 하나의 놀잇감이나 액세서리 정도로 구단이 치부되어선 안 된다. 구단주 개인의 입맛에 맞게 팀을 치장하기 위해 무분별한 스타 선수나 감독을 영입하는 축구 현실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구단주 개인의 팀이 아니라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하는 팬들의 팀이며 지역을 상징하는 팀으로 남았으면 한다. 또한 선수들은 팬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다분히 품고 최선의 플레이를 펼쳐 극한 감동을 남겨주는 최고의 팀이었으면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의 팬으로 남는 그런 팀 이미지를 남기기를 기대한다.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하는 선수와 열정적으로 호응하고 박수치는 팬들과 팀을 사회와 전체에 환원하는 구단의 노력들이 하나 되어야 진정한 전설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적이고 포근한 한국 축구 문화에 저자는 신선한 감동이었다고 한다. 특별히 긴장감도 주지 않고 투쟁심도 느껴지지 않은 현장들이 좋게 말하면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공으로 하는 전쟁’이니 ‘축구 전쟁’이니 하는 표현을 무색하게 하는 한국 축구 현실이 그려진다. 텅 빈 경기장, 별 반응 없는 팬, 반쪽짜리 중계, 철저한 상업 논리 등 이것이 우리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또한 강등도 없고 구단과 마찰 없으면 평생 감독도 할 수 있고, 특정 선수에 따라 처벌 규정도 다르게 적용되는 게 우리 축구 지화상이다. 이젠 좀 바뀌어야 한다. 이 책이 주는 자극이 나름대로 변화와 개혁의 시발점과 지침서가 되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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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들의 생로병사
강영민 지음 / 이가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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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들의 생로병사
강영민 지음/이가출판사/355p./2009년 12월

‘조선 27대왕들의 생로병사 기록을 찾아 개인적인 삶과 정치적인 삶을 조명해 보는 것으로 그 길잡이를 삼고자 했다.’ -저자 머리말 중

현직의사, 약 500년 전 왕들의 질병을 진단하다.
<조선왕들의 생로병사>는 현직 의사가 바라본 조선 시대의 역사이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질병과 치료법에 관해 연구하던 중 최고 권력자인 왕들의 생로병사에 주목하게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한의학과 현대의학을 접목시켜 왕들의 병과 사안을 철저히 밝혔다. 태조부터 마지막 왕 순종까지 27명의 왕의 건강과 질병을 통해 그들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한 사람의 질병을 보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보인다. 어떤 체질인지, 어떻게 살았을지 무엇이 그 사람을 질병에 걸리게 한 원인이 되었을지 추측해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한 국가를 책임지고 경영해 가는 막중한 일을 맡았던 왕의 생로병사는 더 흥미롭다. 왕의 생로병사는 나라 전체와 백성들의 생로병사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책은 개인인 왕의 건강과 질병을 살펴보면서 조선시대의 파란만장한 왕실사와 당시의 국내외의 정치적 사건, 왕의 업적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었다.

조선 전기의 왕들은 대체로 건강 체질이었던 것 같다. 무인 출신으로 기골이 장대하고 전쟁에 임하면 거의 대승을 거두었던 태조, 얼결에 왕이 되어 언제 목숨을 잃을 지 전전긍긍하며 불안한 삶을 살았으나 권력을 이양하고 한결 건강하게 장수한 정종, 태조에 이어 실질적인 두 번째 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태종도 파란만장한 삶이었으나 56세까지 당시 수명으로 보면 장수한 편이다. 4대왕 세종은 육식을 좋아하고 체격이 좋았으나 왕실 집안 문제, 지나친 독서와 업무로 당뇨병, 두통, 이질, 기관지, 등창, 풍병 등 많은 질병을 가지고 있었다. 22세에 즉위해서 53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32년 재위 기간 동안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위대한 수많은 업적을 남겨 당시 백성들과 후대는 그를 기꺼이 ‘조선 최고의 왕’이라 부르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이 다스린 30여 년 동안 백성들은 그의 백성으로 사는 것을 기뻐했다.’ 고 기록했다.

조선 후기의 위대한 왕 정조는 세종만큼 독서광에 당대 최고의 학자라도 그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할 대학자요, 뛰어난 정치가였다. 어린 나이에 세손의 자리에 올라 49세에 질병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재위 24년 동안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세종만큼 여러 질병을 앓았다는 내용은 없지만 정치적 생존을 위한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지나친 학문 등은 면역력 결핍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정조 임금이 ‘10년만 더 사셨어도 우리 역사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며 아쉬워한다. 이 책은 건강과 질병이라는 의학적 관점으로 조선의 역사에 쉽고 흥미롭게 접근했다. 최근에는 왕을 낳은 여인들, 조선 왕실 살인 사건, 왕세자의 입학식 등 흥미로운 주제로 접근한 역사서가 많이 출판되어 반갑다. 일제 강점기의 식민사관과 역사적 폐배주의를 벗어던지고 우리역사를 다양하고 올바른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저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참 다행이다.

아침에 인터넷을 검색하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부터는 한국사가 선택과목이 된다는 글을 읽었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 하고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어이가 없다. 국영수 3과목만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다른 과목들은 모두 선택과목으로 한다는 것이다. 역사학계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며 교과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놓고 상당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그러자 교과부는 한국사를 모든 학교가 선택하도록 권장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상식적으로 권장한다는 것은 권하긴 하지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외국인에게라면 한국사를 배우도록 권장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겠지만 자국민에게 자기 나라의 역사를 배우도록 권장한다니 이래도 되는 것인가.

요즘 우리 역사관련 책들을 읽으며 지금까지 내가 알아왔던 지식이 얼마나 빈약한 것이었나를 깨닫게 된다. 학교에서도 즐겁고 재미있게 국사를 배웠던 기억이 거의 없고, 그저 시험을 위해 할 수 없이 교과서를 읽고 암기하는 정도였으니 역사 인식이라든가 해석이라든가 어떤 생각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 교육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근대 이후, 우리나라는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은 친일파 문제, 잘못 끼워진 단추처럼 그 이후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 수도 없었고 제대로 역사교육을 하기도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을 읽으니 온갖 쓰레기를 구덩이에 파묻어 흙으로 덮어버리고 그 위에 새 집을 지은 우리의 근현대사가 이해가 된다. 갈수록 험난한 대학입시와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청소년들이야말로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손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입시를 위한 몇 개의 특정 과목만 죽어라 공부하고 대학 졸업장 받고 88만원 세대로 대부분 살아가야 하는 이 막막한 세상을 아이들은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자신의 삶과 이 세상에 대한 철학과 역사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투쟁하든, 타협하고 적응하고 새로운 생존의 분야를 개척하든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찾지 않을까? 이번 일로 우리의 역사 교육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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