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
존 듀어든 지음, 조건호 옮김 / 산책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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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 축구



축구, 450그램을 넘지 않은 공 하나로 세계를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보와 왔고 지금도 축구 중계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꼬박 밤을 새워 축구를 시청하는 열성팬인 내게 이 책은 축구에 대한 더 다른 열정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축구의 이면을 안다는 것, 축구 현장 이외의 또 다른 장면을 축구 아마추어인 내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감독 중심의 코칭스탭, 구단프론트, 심지어 협회의 축구행정까지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축구 현장 이면까지 들추어 본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에 혀를 내둘렀다.  
축구에 대한 나의 지론은 철저한 조직 스포츠다. 개인의 특출한 실력으로 승리를 가져오기가 힘들고 훌륭한 지략을 갖춘 감독의 특출한 전술만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없는 스포츠가 축구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나의 입장에 역으로 공감을 해준 면들이 유감없이 들어난다. 박지성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표팀, 스티븐 제라드의 리버블, 아니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기보다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선수와 스탭, 구단 행정이 팀의 중심으로 인식되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전체를 중심으로 한 팀 운영은 건실한 팀으로 남을 수 있으나 개인 편향적인 팀 운영은 구단의 무게 중심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를 볼 때, 박지성 이외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음주 파문의 이운재보다 김영광이나 정성룡을 키워야 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스타 감독과 선수가 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는 하지만 거시적 입장에서 본다면 유소년 팜시스템을 통해 끊임없는 인재 양성과 합리적인 팀운영이 명문팀으로 만드는 근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표팀이든 클럽이든 한 개인의 팀일 수 없고 그러기에 처벌과 규제 또한 엄격하고 형평성 있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저자의 입장은 비판적이면서 포근한 애정이 묻어난다. 한국 정서를 다분히 품고 있으면서 서양적 합리주의가 몸에 밴 입장에서 해석하고 정리하는 한국 축구에 대한 관점에 적잖은 공감을 했다. 프로축구라는 인식과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분히 군사 정권의 정치적 시녀 역할을 해야 하는 암울함 안고 출범한 프로축구, 시작도 초라했지만 30년 가까운 역사에 변화와 개혁이 수반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치적 희생물로 겪은 과거 역사를 뒤안길로 하고 좀 더 합리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함에도 기업홍보과 경제적 효율성에 묶여 제자리걸음을 하는 K리그의 현주소가 씁쓸하기만 하다. 앞으로 한국 프로 축구는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강등제의 도입과 유능한 심판 양성, 유소년 축구 시스템 도입과 효율적 운영, K리그 흥행과 발전을 위한 대안 등 현실적으로 걸려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가 가슴에 남는다.  


현 축구 풍토에 대한 다각도의 이해와 사고의 전환을 이루어져야 한다. 넘치는 경제적 부를 거머쥔 부호가 하나의 놀잇감이나 액세서리 정도로 구단이 치부되어선 안 된다. 구단주 개인의 입맛에 맞게 팀을 치장하기 위해 무분별한 스타 선수나 감독을 영입하는 축구 현실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구단주 개인의 팀이 아니라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하는 팬들의 팀이며 지역을 상징하는 팀으로 남았으면 한다. 또한 선수들은 팬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다분히 품고 최선의 플레이를 펼쳐 극한 감동을 남겨주는 최고의 팀이었으면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의 팬으로 남는 그런 팀 이미지를 남기기를 기대한다.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하는 선수와 열정적으로 호응하고 박수치는 팬들과 팀을 사회와 전체에 환원하는 구단의 노력들이 하나 되어야 진정한 전설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적이고 포근한 한국 축구 문화에 저자는 신선한 감동이었다고 한다. 특별히 긴장감도 주지 않고 투쟁심도 느껴지지 않은 현장들이 좋게 말하면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공으로 하는 전쟁’이니 ‘축구 전쟁’이니 하는 표현을 무색하게 하는 한국 축구 현실이 그려진다. 텅 빈 경기장, 별 반응 없는 팬, 반쪽짜리 중계, 철저한 상업 논리 등 이것이 우리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또한 강등도 없고 구단과 마찰 없으면 평생 감독도 할 수 있고, 특정 선수에 따라 처벌 규정도 다르게 적용되는 게 우리 축구 지화상이다. 이젠 좀 바뀌어야 한다. 이 책이 주는 자극이 나름대로 변화와 개혁의 시발점과 지침서가 되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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