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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ㅣ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2010년 1월 26일
뱀파이어 아카데미
리첼 미드/글담노블/403p.
늘 대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도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거의 매번 그렇다. 보통은 그 사람의 정면을 바라보고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미소 짓고 웃는다. 그런데 얼굴을 피하고 싶은 사람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나의 진실을 가려야 하니까. 내가 그를 싫어하는 것을 들키니까. 그와 미소 짓고 이야기하고, 칭찬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진심이 아니니까. 그래서 웃고 있어도 즐겁지 않다. 가식적인 일상에서 힘들고 지쳐 갈 때 탈출구처럼 찾게 되는 책이 환타지다. 환타지는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등장하고, 인간 세상과 다르면서도 참 비슷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뱀파이어 세상도 그렇다. 사회 계급과 인종 문제, 개인의 사랑과 우정, 질투와 욕망, 의리와 삶의 소명의식까지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로 들끓는다.
몬테나 깊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성 블라디미르 아카데미, 이곳에 뎀퍼 초보 수호인 로즈와 모로이 왕족인 리사가 인간세상으로 도망쳤다가 여러 수호인들에게 붙잡혀 돌아온다. 리사는 장차 뱀파이어 왕국의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는 고귀한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다. 리사와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깊은 결속관계를 맺고 있는 로즈는 그녀의 수호인이다. ‘뎀퍼’란 살아있는 뱀파이어인 ‘모로이’와 ‘인간’사이에 태어난 종족으로 모로이의 생존을 지키는 수호인을 말한다. 뎀퍼는 죽은 뱀파이어이자 사악하고 불멸의 종족인 ‘스트리고이’가 강력한 힘으로 모로이를 살해하고 멸망시키려고 하는 것을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막아낸다. 뎀퍼끼리의 결합으로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기에 모로이가 없으면 뎀퍼들도 생존할 수 없다.
지금 뱀파이어 세상은 모로이 종족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뎀퍼들과 모로이를 살해하고 스트리고이 세상을 건설하려는 오랜 전쟁이 진행 중이다. 고귀한 모로이 공주 리사와 난폭하고 엉뚱하지만 아름다운 외모의 수호인 로즈는 왜 뱀파이어 아카데미에서 도망쳐야 했을까? 아카데미로 돌아온 리사와 로즈를 둘러싸고 연이어 의문의 사건들이 터지는데, 이 사건들의 배후의 인물은 누구일까? 왜 드래고미르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리사는 끊임없이 정체불명의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까? 리사와 로즈가 숨겨야만 하는 절대적인 비밀은 무엇일까?
저녁 어스름 가로등이 차례차례 꺼지면서 호그와트에서 파견된 마법사 선생들이 해리포터를 방문한 것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뱀파이어 십대 소녀들의 등장도 꽤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사랑하는 친구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하얀 목덜미를 걷어 올려 피를 내주는 로즈, ‘피를 파는 창녀’란 모멸감도 무시할 정도로 그 애에게 소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십대들의 사랑과 우정, 질투와 카리스마 넘치는 수호인 선생님의 초콜릿 복근에 두근거리는 팔팔한 청춘들의 이야기도 괜찮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된 뱀파이어 시리즈 중 1권으로 이미 미국에서는 4권까지 출판되었고, 올해 5월경 마지막 5권이 출판될 예정이라 한다. 해리포터가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을 아우르는 환타지라면 이 책은 청소년 버전 환타지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에는 사십대 중반인 내 정서로 뱀파이어 세상의 독특한 정서를 받아들이고 몰입하기 어려웠지만 1권을 읽고 나니, 아직 남은 4권의 이야기가 무척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