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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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쇼크 -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포 브론슨, 애쉴리 메리언 지음/물푸레

항상 부모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아이들이다. 내 아이를 똑똑하게 잘 키워 행복하게 살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측량한다면 얼마나 될까? 저마다 생각과 성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열정만은 거의 무한대일 것이다. 부모의 무한한 사랑으로 아이를 이끌어 시기적절한 올바른 교육을 받게 하고 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가진 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 이것이 모든 부모가 꿈꾸는 자녀교육의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란 프로를 보면 기가 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노력하는 엄마와는 달리 온통 제멋대로인 아이, 쩔쩔매며 절망하는 엄마의 모습,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조금씩 차오른다. 그리고 답답함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주변에 흔한 마트나 식당에서 마주치는 다루기 어려운 아이와 엄마의 모습만 보아도 아이 키우기는 참 쉽지 않겠다 싶다. 일부 무책임하고 자격 없는 부모를 빼고 세상 거의 모든 부모는 자녀양육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런 저런 자녀양육에 대한 좋다는 이론을 따라해 보고 유행하는 육아서를 읽어도 보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부모의 혼란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도대체 갈수록 왜 자녀 양육은 점점 더 어려워질까?

<양육쇼크>,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진 기존의 양육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고 새롭게 아이를 이해하고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은 포 브론슨과 애쉴리 메리먼, 두 저자가 <뉴욕매거진>에 ‘칭찬의 역효과’란 교육 기사를 연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칭찬의 역효과, 아동의 수면문제, 아이들의 거짓말, 영재유치원, 형제자매의 영향력, 청소년기의 반항에 대한 과학, 자제심, 공격성, 언어능력, 인종이야기까지 총 10개의 주제를 10장으로 구성하여 정리하였다.

저자들은 미국에서 자녀양육과 아동발달에 대해 연구하고 책을 집필하며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가정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학자이다. 이들은 보스턴에서 열린 아동발달연구협회의 연례회의에 전 세계의 7천명 이상의 학자들이 연구하고 토론한 연구주제를 검토하고 정리하였다. 다양한 나라에서 실제 적용한 이론과 사례를 소개하여 현장감을 더했고 교육 방법에 관해서도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노력한 듯 보인다.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는 인종문제는 다문화 사회에서 꼭 필요한 부분으로 백인 부모들이 자녀들과 인종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조차 꺼리는 부분을 지적한다. 그냥 다문화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다른 인종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칭찬의 역효과’가 뉴욕매거진에 실리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영유아기와 어린이 시기에 적절치 못하고 무분별하며 진실이 아닌 희망에 근거한 부모의 칭찬에 중독되어 자신의 본 모습을 바라볼 기회, 진짜 자신의 자아를 마주할 기회를 상실해버린 아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똑똑하다는 칭찬에 주눅 들어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 남들의 눈치를 보는 아이가 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지능에 대한 칭찬대신 노력에 대한 칭찬을 공허한 칭찬대신 진정성이 깃든 칭찬을 하려면 그만큼 선생님들과 부모들의 안목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2장의 잃어버린 시간도 정말 불쌍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과 학교와 지역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예산 문제 때문에 아이들의 등교시간을 1시간 뒤로 늦추기가 어렵다니 참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 장의 주제가 모두 놀라웠지만 ‘7장 자제심은 학습이 가능한가’에서 소개한 ‘마음의 도구’ 프로그램은 정말 흥미로웠다. 유치원 연령의 아이들이 놀이계획을 스스로 작성하고 그 놀이계획에 의해 어떤 놀이를 시작해서 한 두 시간을 거뜬히 집중한다. 아이들이 놀이를 즐길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인지력이 개발되고 동기가 부여되어 학습효과까지 대단하다니, 눈여겨보고 아이들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꼭 적용 해봐야할 것 같다. 이 책은 영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교육문제를 다루고 있어 각 연령대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이 읽고 토론한다면 굉장한 적용거리가 쏟아질 것이다. 실제 교육경력 20년이 훨씬 넘으신 한 초등학교 선생님께 권해 드렸더니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신다. 다른 책을 드리면 보통 하루 이틀이면 뚝딱 읽고 주셨는데, 이 책은 본인의 책이 아니었음에도 돌려받고 보니 여러 군데 꾹꾹 접어둔 표시가 발견되어 무척 난감하기도 했었다. 부모님, 유치원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 학원선생님, 도서관 사서, 교육전문가 등 아이들의 삶과 교육을 담당하는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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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이야기 - 겸손의 미덕으로 미래를 바꾼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8
박근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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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이야기
박근형 지음/명진출판

명진출판사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중국, 특히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가 한층 더 주목해야 할 나라다. 이 책은 후진타오라는 현재 중국 최고의 정치인을 통해 중국의 사회와 정치, 역사를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그간 몇 번의 여행으로 친숙한 중국이 이 책으로 한층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후진타오의 예일대 연설문에 수록된 것처럼 중국은 5000년의 화려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19세기와 20세기 초 유럽열강과 일본의 침략전쟁을 겪으며 격동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란 철저한 공산주의 국가로 새로 태어났으나 지금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가진 사회주의 국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편전쟁, 중일 전쟁 등 격동의 근대사와 마오쩌둥 시대의 문화대혁명과 1989년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까지 격동의 시대를 거쳤다.

후진타오는 장쑤성의 상인 가문에서 출생하여, 중국 최고 명문대의 하나인 칭화대를 졸업하고, 십여 년의 현장노동자를 거쳐, 중앙정치 무대에 서게 되었다. 구이저우 성에서 서기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누구라도 가기를 꺼리는 티벳의 서기로 악역을 맡아 충실히 수행하면서 차기 국가주석 후보로 떠올랐다. 이 책은 후진타오의 티벳 서기 시절을 다루면서 중국과 티벳의 관계를 상세히 다룬다. 중국의 티벳 합방과 티벳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 그리고 중국이 왜 그렇게 티벳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려는지 등.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고 주시하고 있듯 우리도 이 티벳 문제에 무신경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중국이 심심하면 한번씩 내놓는 동북공정이란 이슈도 주변국에 대한 근본적인 중국의 생각을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국제관계는 점잖게는 인류의 평화, 휴머니즘을 표면에 내세우지만 강대국일수록 자국의 경제적, 군사적 이익 앞에서는 그런 표어 따위는 언론 홍보용 구호에 지나지 않는거니까.

“미래 중국의 지도자로 커나갈 청년 간부라면 언제나 반듯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명예욕에 들뜨지 않으며 간부라는 폼을 잡지 않고 인민대중과 눈높이를 맞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실속 있는 말을 하고 실속 있는 일을 하며 실속 있는 성과를 추구해야 합니다. 인민대중에게 헌신하고 언제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을 기본자세로 삼아야 합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눈에 보이는 인맥 만들기에 전적으로 투입하면 그 즉시 인민대중과 거리가 생길 것이고, 자만심과 교만이 생겨나서 결국 쇠퇴하거나 파멸하게 됩니다. 청년 간부들은 이 말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

후진타오는 구이저우 성의 서기 시절 <구이저우 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잘 써서 액자에 걸어 놓고 싶을 정도로 한 문장 한 문장이 무척 마음에 와 닿는다. 이 글을 보니 그가 어떻게 오늘날 중국을 이끄는 최고 지도자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가 추구하고 후배 정치인들에게 권하는 반듯한 삶의 태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미덕이다. 누구든 이런 반듯한 삶을 추구하고 살아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특별히 한 나라의 정치와 행정, 군사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이라면 이런 마음가짐이 필수일 것이다. 정치 뿐 아니라 교육, 기업 등 높은 위치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빨리 가려는 욕망을 다스려야 한다. 저자가 표현했듯, ‘벼락출세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이것은 중국을 이끄는 대단히 파워풀한 힘이 되었을 것이다.

성경에서 모래위에 지은 집은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무너져 내리니 반석위에 집을 지으라고 말한다. 믿음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인생도 마찬가지다. 건물도 부실공사가 위험하듯 부도, 명예도, 지위도 인간관계도, 빨리 얻은 것은 견고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 사람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그의 삶의 자세와 철학 뿐 아니라 세계 정치, 사회, 경제, 외교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꽤 알찬 시간이 되었다. 청소년들과 선생님,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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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2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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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이옥수/비룡소

표지는 5월의 싱그러운 잔디밭이다. 키 작은 풀들 사이로 마가렛처럼 희고 가냘픈 두 송이 꽃이 피어 있다. 맑고 상쾌한 날씨, 청바지에 깨끗한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이 풀밭에 앉아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이라니~! 연애도 마음대로 못하는...’ 재잘재잘 떠드는 푸념처럼 가벼운 소녀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무언가에 홀린 듯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봉제공장의 기숙사 화재 사고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어갔구나. 꽃처럼 활짝 피어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짓밟혔구나. 5월의 풀 같은 이 아이들의 모습을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어 이 책을 썼구나.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주목하던 88올림픽이 열리던 시기는 우리 사회도 경제도 여러모로 상한가를 치던 시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 없는 이십대가 넘쳐나는 요즘과 달리 그 때는 대졸 출신자들에게는 황금의 시간이었다. 서울의 웬만한 대학 이공계를 나온 사람들은 직장을 정말 골라서 갔다. 입사해서도 진급에 있어 조금 부당하다거나 더 나은 조건의 회사가 나타나거나, 창업의 기회가 있으면 주저 없이 사표를 내던지곤 했었다. 갈 곳이 있으니까. 좋은 시절에 웬만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교육을 받았던 그들에게는 그렇게 도처에 기회가 널려있었던 반면, 이렇게 고등학교도 꿈꾸기 어려웠던 아이들도 있었다.

원래 그렇지만 그래도 어쩌자고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 건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부모님처럼 농사지어 하루하루 먹고 살기 얼마나 팍팍한지 잘 아는 이 아이들은 돈 좀 벌어서 집안에 보태보겠다고 서울로 취직하러 간다. 명절이면 옷도 사 입고, 선물도 사고 한껏 멋 부리고 택시를 타고 등장하지만 서울로 돌아간 이 아이들의 삶은 안쓰러워 못 볼 지경이다. 오줌 누러 가는 것도 눈치 보이고, 조장이 되려면 아마 몸까지 바쳐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끼고 잠 안자고 공부 좀 해 보겠다고,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한껏 희망을 키워가던 아이들이 한순간의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자기도 대학만 간다면 자신이 사모하고 우러러보는 오빠에게 당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행복에 부풀어 있던 아이는 한 순간에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을 잃고 만다. 그 후로 그 아이는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깡새, 꿍새, 꼼새 같은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살만한 세상이 되었을까. 가진 게 없어도, 시골출신이라도 노력만 하면 보다 나은 삶으로 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세상이든 저절로 변하는 세상은 없으니까. 누군가는 길이 없는 곳에 희미하게나마, 길을 닦았고 그 길을 사람들이 뒤따르다 보니 길이 된 것이다. 얼마 전 읽은 책 <한국의 보노보들>에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 만든 사회적 기업이 생각난다. 이들처럼 누군가는 그렇게 길을 만들고 있다. 생생하고 열정적으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작가도 이 길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 책은 가슴 아픈 이야기를 넘어 아름다운 도전, 순박한 마음과 우정, 진지한 삶에의 열정 등 많은 감동을 줄 것이다. 삶이 단하고 힘든 아이들에게도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른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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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는 여자 2030 취향공감 프로젝트 2
이은하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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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는 여자

목요일 밤과 일요일 밤, 일주일에 2번 이상 남편은 거의 거르지 않고 축구를 하러 간다. 오후 6시쯤 가서 마치고 오면 밤 12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그 늦은 시간에 또 TV를 켠다. 축구를 보는 것이다. 유럽에서 자국의 선수가 출전하는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새벽에 여기저기서 알람이 울려댄다. 2시도 좋고 3시도 좋다. 덕분에 난 잠을 설치고 깜박 잠이 들었다가도 그 선수가 플레이를 잘하든 못하든 꼭 한 두 번은 깬다. 거실에서 외치는 고함소리에 놀라 깨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 정도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평상시 아닌가. 어떻게 사람이 365일 축구에 열광하며 살 수 있는지... 이 사람은 그냥 두면 하루 온종일도 기꺼이 TV만 보며 보낼 수 있다. 아니 축구만 보며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모처럼의 휴일에 그런 꼴을 보고 있자면 서서히 울화통이 치밀면서 뒤에서 한 대 팍 패버리고 싶다. 아무튼 축구가 이 사람에게는 인생의 상당히 중요한 의미임은 분명하다. 이 사람과 더불어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려면 축구를 이해하고 내 삶에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이 좋으리라. 가깝고도 먼 축구, 다른 여자들처럼 나도 군대이야기와 축구이야기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러던 차에 깜찍한 빨간색 글씨의 제목도 신선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딱 나 같은 축구의 문외한들이 쉽고 재미있게 축구에 입문할 수 있게 해 준다. 초보자를 위한 축구 기초 지식부터 유럽 리그 소개, 월드컵이 주는 매력과 축구를 이해하는 여성까지 남성 중심의 스포츠를 여성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접근한다. 11명의 구성원들이 열심히 이리저리 뛰고 막으며 골대에 골을 넣는 단순 무식한 운동이라고 생각해왔던 축구, 그 속에 감추어진 다양한 전술과 기술, 예술성까지 다양한 것을 맛볼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가 굉장한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 과정 속에 녹아있었던 선수들의 땀과 노력, 감독의 뛰어난 지략들을 속속들이 느끼기에는 내 축구 지식이 너무 좁았다. 유럽에서 명문 축구 클럽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지역민들의 삶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의 축구 스타일은 그들의 사상과 문화가 녹아있고 지역 정서가 드러나는 삶의 현장이다. 매주 주말이면 사람들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클럽의 빅 경기에 열광한다. 불꽃 튀는 전쟁 같은 경기를 관람하며 축구경기만큼 만만치 않은 자신의 삶의 경기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올해 6월이면 또 다시 월드컵 시즌이 돌아온다. 당연히 관심 밖이었던 그 시합들이 이제 조금 다른 눈으로 보일 것 같다. 남아공 월드컵에 초대받기 위해 피땀을 흘려온 32개 나라의 축구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 사뭇 궁금해진다.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고, 우리나라의 어떤 선수가 골을 넣어 스타의 반열에 오를 까 보다는 축구를 느끼는 대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축구로 한 나라를 이해하고 그 나라에서 배출한 선수들의 독특한 스타일과 기술을 볼 수 있다면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또 ‘축구나라의 앨리스’처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삶을 만끽하는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꽤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내가 과연 몇 경기나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번에는 치킨과 맥주캔 한 두 개는 따면서 노력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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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고 싶다
김종일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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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고 싶다
김종일/어문학사

우리 어머님 아버님이 꼭 보시는 프로 중 하나가 ‘TV는 사랑을 싣고’다. 처음에는 눈물을 흘리는 그런 프로는 질색이라 일부러 딴 방에 가 있거나 다른 일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조금씩 자주 보게 되니 종이에 물방울이 조금씩 스며들듯 굴곡진 그 분들의 인생에 조금씩 공감하게 되었다. 무수한 기구한 사연, 파란만장한 삶에도 불구하고 야생초처럼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 용서 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는 용기, 피치 못할 죄였고 누가 누구에게 용서를 빌 일이 아닌데도 자신을 통째로 숙여 용서를 비는 모습은 삶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그 사람들만큼 힘든 삶을 살아가는 한 청소년이 전하는 희망을 이야기이다.

자칫하면 연약한 날개가 꺾여 차가운 맨 땅에 쓰레기처럼 뒹굴다 생을 마감할 뻔 했던 한 아이가 있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재혼한 엄마는 금방 데리러 오겠다고 고모 집에 맡기고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일 년이 지나도 엄마에게 연락이 없자 그 아이는 점점 살아가기가 힘들게 되었다. 사실 엄마도 버린 아이를 친척 집이 잘 보살펴준다는 것은 기적일 것이다. 견딜 만큼 견디다가 그 집을 나온 아이는 구두닦이들을 관리하는 조직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툭하면 말보다는 손이 먼저 올라오는 형들에게 때때로 맞으며 아이는 청량리 인근의 다방과 술집에서 구두를 모아 오는 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청량리 588에서 일하는 마음씨 착한 혜련이 누나를 알게 되며 이 아이의 삶은 조금씩 회복되어가기 시작하는데...

대형백화점과 병원들, 큰 역사, 빼곡한 상가 등 겉으로 보는 청량리는 화려하지만 그늘진 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정 반대다. 막장인생들이 모여 사는 곳, 거기가 가장 밑바닥이라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는 삶, 그래서 그곳에는 ‘내일’도 ‘희망’이란 말도 꺼내기 어렵다. 그런데 거기서도 조심스럽게도 희망을 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민들레가 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이 책은 그런 민들레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에게도 혜련이 누나처럼 부러진 ‘날개’를 싸매고 치료해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마음속으로라도 다정하게 고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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