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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는 여자 ㅣ 2030 취향공감 프로젝트 2
이은하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축구 아는 여자
목요일 밤과 일요일 밤, 일주일에 2번 이상 남편은 거의 거르지 않고 축구를 하러 간다. 오후 6시쯤 가서 마치고 오면 밤 12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그 늦은 시간에 또 TV를 켠다. 축구를 보는 것이다. 유럽에서 자국의 선수가 출전하는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새벽에 여기저기서 알람이 울려댄다. 2시도 좋고 3시도 좋다. 덕분에 난 잠을 설치고 깜박 잠이 들었다가도 그 선수가 플레이를 잘하든 못하든 꼭 한 두 번은 깬다. 거실에서 외치는 고함소리에 놀라 깨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 정도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평상시 아닌가. 어떻게 사람이 365일 축구에 열광하며 살 수 있는지... 이 사람은 그냥 두면 하루 온종일도 기꺼이 TV만 보며 보낼 수 있다. 아니 축구만 보며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모처럼의 휴일에 그런 꼴을 보고 있자면 서서히 울화통이 치밀면서 뒤에서 한 대 팍 패버리고 싶다. 아무튼 축구가 이 사람에게는 인생의 상당히 중요한 의미임은 분명하다. 이 사람과 더불어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려면 축구를 이해하고 내 삶에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이 좋으리라. 가깝고도 먼 축구, 다른 여자들처럼 나도 군대이야기와 축구이야기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러던 차에 깜찍한 빨간색 글씨의 제목도 신선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딱 나 같은 축구의 문외한들이 쉽고 재미있게 축구에 입문할 수 있게 해 준다. 초보자를 위한 축구 기초 지식부터 유럽 리그 소개, 월드컵이 주는 매력과 축구를 이해하는 여성까지 남성 중심의 스포츠를 여성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접근한다. 11명의 구성원들이 열심히 이리저리 뛰고 막으며 골대에 골을 넣는 단순 무식한 운동이라고 생각해왔던 축구, 그 속에 감추어진 다양한 전술과 기술, 예술성까지 다양한 것을 맛볼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가 굉장한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 과정 속에 녹아있었던 선수들의 땀과 노력, 감독의 뛰어난 지략들을 속속들이 느끼기에는 내 축구 지식이 너무 좁았다. 유럽에서 명문 축구 클럽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지역민들의 삶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의 축구 스타일은 그들의 사상과 문화가 녹아있고 지역 정서가 드러나는 삶의 현장이다. 매주 주말이면 사람들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클럽의 빅 경기에 열광한다. 불꽃 튀는 전쟁 같은 경기를 관람하며 축구경기만큼 만만치 않은 자신의 삶의 경기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올해 6월이면 또 다시 월드컵 시즌이 돌아온다. 당연히 관심 밖이었던 그 시합들이 이제 조금 다른 눈으로 보일 것 같다. 남아공 월드컵에 초대받기 위해 피땀을 흘려온 32개 나라의 축구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 사뭇 궁금해진다.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고, 우리나라의 어떤 선수가 골을 넣어 스타의 반열에 오를 까 보다는 축구를 느끼는 대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축구로 한 나라를 이해하고 그 나라에서 배출한 선수들의 독특한 스타일과 기술을 볼 수 있다면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또 ‘축구나라의 앨리스’처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삶을 만끽하는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꽤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내가 과연 몇 경기나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번에는 치킨과 맥주캔 한 두 개는 따면서 노력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