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고 싶다 김종일/어문학사 우리 어머님 아버님이 꼭 보시는 프로 중 하나가 ‘TV는 사랑을 싣고’다. 처음에는 눈물을 흘리는 그런 프로는 질색이라 일부러 딴 방에 가 있거나 다른 일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조금씩 자주 보게 되니 종이에 물방울이 조금씩 스며들듯 굴곡진 그 분들의 인생에 조금씩 공감하게 되었다. 무수한 기구한 사연, 파란만장한 삶에도 불구하고 야생초처럼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 용서 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는 용기, 피치 못할 죄였고 누가 누구에게 용서를 빌 일이 아닌데도 자신을 통째로 숙여 용서를 비는 모습은 삶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그 사람들만큼 힘든 삶을 살아가는 한 청소년이 전하는 희망을 이야기이다. 자칫하면 연약한 날개가 꺾여 차가운 맨 땅에 쓰레기처럼 뒹굴다 생을 마감할 뻔 했던 한 아이가 있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재혼한 엄마는 금방 데리러 오겠다고 고모 집에 맡기고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일 년이 지나도 엄마에게 연락이 없자 그 아이는 점점 살아가기가 힘들게 되었다. 사실 엄마도 버린 아이를 친척 집이 잘 보살펴준다는 것은 기적일 것이다. 견딜 만큼 견디다가 그 집을 나온 아이는 구두닦이들을 관리하는 조직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툭하면 말보다는 손이 먼저 올라오는 형들에게 때때로 맞으며 아이는 청량리 인근의 다방과 술집에서 구두를 모아 오는 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청량리 588에서 일하는 마음씨 착한 혜련이 누나를 알게 되며 이 아이의 삶은 조금씩 회복되어가기 시작하는데... 대형백화점과 병원들, 큰 역사, 빼곡한 상가 등 겉으로 보는 청량리는 화려하지만 그늘진 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정 반대다. 막장인생들이 모여 사는 곳, 거기가 가장 밑바닥이라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는 삶, 그래서 그곳에는 ‘내일’도 ‘희망’이란 말도 꺼내기 어렵다. 그런데 거기서도 조심스럽게도 희망을 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민들레가 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이 책은 그런 민들레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에게도 혜련이 누나처럼 부러진 ‘날개’를 싸매고 치료해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마음속으로라도 다정하게 고백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