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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지음, 권우성.남소연.유성호 사진 / 오마이북 / 2011년 3월
평점 :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글/오마이북
아직 젊어, 내 나이쯤이야, 지금은 청년이지, 하고 늘 생각하지만 현실은 어느덧 중년이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제 결혼 20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 조카가 어느덧 결혼하여 아이를 가져 몇 달 후면 족보 상 할머니가 된다. 마음은 이십대 삼십대의 청춘인데 몸은 하나 둘 쇠퇴해간다. 치아도, 뼈도, 시력도, 근육도, 피부도, 머리카락까지도 약해진다. 이게 우리다. 연로하신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훨씬 더 실감난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은 대부분 가난하고, 병들고, 힘없어 자식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이 그렇게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애 쓰지만 그래도 이 시대 노인들의 현실은 이게 현실이다. 그 현실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나도 우리도 그 길로 빠르게 들어서고 있기에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겼다.
저자는 우리 엄마 아빠 같은 독거노인들의 삶을 담아내고 싶어 펜을 들었다. 그녀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글을 써오다 독거노인 12분의 삶을 취재했다. 병원에 가서 환자들을 만나면 안 아프던 몸도 아파오듯 홀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오래 만난 저자도 마음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아마 나라도 그렇지 않았을까. 따뜻하고 밝은 세상에서 그늘지고 춥고 어두운 세상으로 선뜻 들어서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거노인 한 분, 한 분과 눈 맞추며 그분들이 사는 방에 앉아 꺼내주는 요구르트 한 병을 마시며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쳐 산업화의 한 복판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온 분들이 지금의 70대, 80대의 노인들이다. 각각 태어난 환경도 틀리고, 살아온 삶도 다르지만 지금은 ‘독거노인’이 된 그 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온다.
그런데 가슴의 먹먹함을 넘어 그분들에게 가까이 가 술 한 잔하며 친구가 되는 젊은 분들도 있었다. 80세가 넘은 할머니를 친구 삼아 막순씨, 애자씨 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사회 복지사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 속에서 그래도 위안이 된다. 그분들에게 쌀, 반찬, 라면, 돈이 필요하지만 그것들만큼 필요한 것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이해와 연민이다. 노령연금을 받으시며 엄청 자존심 상한다는 할머니처럼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늘 청춘이란 말이 맞는 말이다. ‘밥 한 끼를 대접하더라도 품위 있게’ 하자는 저자의 말처럼 우정으로 독거노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 저자와 품위 있는 사진으로 이 분들의 삶에 존경을 표한 분들에게 작은 박수를 보내다. 우리 인생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이 작은 진리를 늘 잊어버리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